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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식 칼럼:호남과 친노] 호남과 친노, 메시지와 이미지

시사-N 승인 2016.01.05 13:08 의견 0

1. 지난해 초 군산에서 가진 대안정당 토론회에서 제가 “예언 하나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야당 후보로 선거 출마하셨던 분들, 노무현 문재인이랑 같이 찍은 사진 하나씩은 자랑삼아 선거 홍보물에 실었을 겁니다. 하지만 내년 4월 총선에서는 야당 후보들이 너도나도 ‘나는 노무현, 문재인과 상관없는 사람이다’고 거리를 둘 겁니다. 문재인의 지원유세도 ‘제발 우리쪽에는 오지 말라’고 손사래를 칠 겁니다.”탈당한 황주홍 의원이 이제 그 이야기를 합니다.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신당에 합류한 황주홍 의원은 "탈당 한 달도 안 된 상황에서 대약진 아니겠나. 또한 호남에서의 확고한 1위 굳히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내년 총선 때 문 대표는 자당 후보들조차 (지원유세 오는 걸) 반대해서 광주·전남은 못 올 것"이라고 했다.]

 

이제 시작입니다.이런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내년(2016년) 총선은 누굴 당선시키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를 떨어뜨리느냐가 이슈가 되는 선거이다. 지금은 천하대란 상황이어서 뚜렷한 리더십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공통의 타겟을 정해서 그 타겟을 죽어라고 패는 것이다. 한 놈만 패는 것이다. 그 한 놈이 바로 친노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친노 척결이다. 친노 정치인을 단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떨어뜨려야 한다. 누구를 지지하라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친노와의 투쟁을 가장 잘 해내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새로운 리더십을 갖게 될 것이다.”

 

2.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제도권 주류언론은 친노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이 친노언론들은 계속해서 친노를 옹호하고 반노를 공격하는 논조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방법이 있다. 제도언론을 뛰어넘은 바이럴 마케팅을 펼치면 된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이 주위 친인척이나 가까운 분들에게 제 메시지를 전해주시면 된다. 한 사람, 두 사람, 열 사람에게 전해주시면 그 메시지가 퍼져나간다. 메시지를 전하실 때 그냥 친노 찍지 말라고 하시는 것을 넘어 ‘당신도 이 메시지를 주위 열 사람에게 전해야 한다’는 메시지까지 포함해서 전해야 한다.”

 

지금 정치권 변화의 핵심은 바로 이것입니다. 친노세력이 오랜 세월 저질러온 야비하고 패륜적인 정치 행위에 대해 호남이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 분노는 호남이 오랜 세월 속으로만 삭여왔던 것입니다. 오랜 세월 속으로 삭여온 만큼 쌓인 에너지도 엄청납니다. 제도 언론이 제아무리 막으려 해도 방법이 없습니다. 언론이 숨기고 왜곡하고 분칠을 해도 사람들은 입에서 입으로 “친노는 절대 안된다. 내년 선거는 친노를 박살내는 선거”라는 메시지를 퍼뜨려갑니다.

 

3. 호남을 구태토호 세력이라고 묘사한 한겨레신문의 만평, 잘 봤습니다.

 

홧김에 서방질이라는 문학적 묘사도 호남의 반노 성향을 폄하한 표현으로 무척 익숙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그런 만평 그려주시길 부탁합니다. 성한용 김의겸 기자도 더 분발하세요. 당신들이 분발할수록 분노의 연료가 넘치도록 공급되니 기쁘고 기쁜 일입니다.

 

친노세력의 무기는 이미지입니다. 논리적 근거가 없는 막연한 이미지. 진정성 타령에 이어 내 마음속 유일한 대통령, 그립습니다, 눈물이 납니다로 이어지는 저 시체팔이, 관장사가 모두 이미지 장사입니다. 이 이미지는 호남을 더럽고 추악하고 낡아빠지고 촌스러운 무리로 몰아가는 상징조작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난닝구, 홍어 등이 이 상징조작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이미지는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 한번의 CF나 방송 프로그램으로 수백만 수천만 명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얻어내 평범한 어린 소녀를 시대의 아이돌로 만드는 것이 이미지의 힘입니다. 이런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이 바로 메시지입니다.

 

메시지는 약합니다. 이미지에 비하면 전달되는 넓이와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합니다. 메시지는 수백, 수천번의 대화와 토론으로 겨우 몇십 몇백 명의 동조자를 얻어낼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지가 포섭해낸 결과와 메시지로 축적된 성과가 맞부딪힐 때 그 결과는 놀랍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반드시 메시지가 승리합니다.

 

친노세력에 대한 응징은 단순히 호남의 한풀이가 아닙니다. 저열하고 추악한 이미지 정치를 극복해내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이자 그러한 범주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활동입니다. 친노 척결을 향한 호남의 노력을 ‘홧김에 서방질’이라고 폄하하는 당신들, 당신들이 얼마나 돌이킬 수 없는 발언을 했는지, 그 비가역성을 두고두고 뼈에 새기게 될 것입니다.

 

4. “내가 호남 출신이다. 호남의 민심을 왜곡하지 말라.”며 문재인 쉴드치는 사람들도 꽤 있더군요. 하나 묻고 싶습니다. 당신만 호남입니까 당신이 호남을 전부 대표해요

 

2014년에 “국회에서 일베 등의 심각한 인종주의적 혐오발언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를 열고싶으니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런 주제는 도와줄 수 없다. 이쪽(호남)이 뭉치면 저쪽(영남)도 뭉칠 것 아니냐 새정련이 해야 할 일은 영남발전특위를 만드는 것이다. 그걸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그 국회의원 보좌관도 “제 부모님도 호남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염전 노예 문제가 형제복지원보다 훨씬 심각한 인권유린”이라고 했던 어떤 여자도 나중에는 “제 부모님도 호남 출신”이라고 고백하더군요. 내 전라도 사투리를 듣고 “나는 정말 호남이 싫다. 할 수만 있다면 호남을 삽으로 퍼서 서해바다에 던져넣고 싶다”고 했던 어떤 30대 여성도 반박을 당해 할 말이 없어지자 나중에 “내 부모님도 호남 출신”이라고 하더군요.

 

평소 호남 씹어대다가도 반박을 당하면 “나도 호남 출신, 내 부모가 호남 출신, 내 마누라가 호남 출신”이라며 호남과의 연고를 무기로 내세우는 사람들,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노무현 문재인 같은 양아치들이 대를 이어 호남 등골에 빨대를 꽂고 피를 빠는 겁니다.

 

5. 저는 호남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니, 진보의 본산이니 하는 소리를 전혀 믿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런 얘기 내세우는 사람들 만날 때마다 “니가 앞으로 호남을 얼마나 더 뜯어먹겠다는 얘기냐”는 생각부터 하게 됩니다. 저런 소리 하는 사람들의 99%는 “호남이 열심히 피흘려 싸우면 우리는 뒤따라가면서 땅바닥에 떨어진 것 줍겠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깔려있다고 봅니다. 친노 양아치들, 길가다 지갑 주운 탄돌이들이 대박을 친 그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호남에서 열린, 호남 문제 해결을 위해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발제랍시고 한 어떤 유명 진보인사가 저 얘기를 똑같이 하더군요. “앞으로 호남이 열심히 싸워주면 저희들은 뒤따라 가면서 돕겠다.” 그 분이 슬쩍 빠트린 얘기는 이것입니다. “피는 호남 니들이 흘리고, 열매는 진보 명망가들 우리가 챙기고.”

 

지금 호남에서 안신당 지지율이 더민당 지지율을 추월했다고 하죠 하지만 아직까지는 팽팽한 긴장관계가 남아있습니다. 호남 내부에서, 그리고 수도권 등의 호남 출향민 사이에서 친노냐 아니냐를 놓고 갈등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그것을 호남 내부 오피니언리더 그룹과 평범한 시민들 사이의 갈등이라고 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오랜 세월 친노세력과 공동의 이해관계를 구축해온 사람들 즉 일종의 공범관계 속에 들어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대립이라는 겁니다. 시민단체와 각종 운동권, 이른바 진보 명망가들의 입김이 강한 광주가 호남 지역에서 여전히 친노 지지세가 굳건하다는 점에서 이 사실을 읽을 수 있다고 봅니다.

 

친노는 사실 우리나라 범 진보진영의 제도권 대리인(agent)입니다. 그래서 호남의 친노척결은 곧바로 양아치 진보와의 결별이라는 이슈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신당이 호남과 함께 광범위한 중도 무당파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현상이 이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것은 거대한 싸움의 시작입니다.

 

안철수 개인의 정치적 퍼스낼리티를 저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정치인 개인의 품성보다 중요한 것이 그 정치인이 상징하는 정치적 노선과 가치라고 봅니다. 앞에서 제가 말한 ‘천하대란의 시기, 친노와 가장 잘 싸우는 정치인이 새로운 리더십을 갖게 된다’고 말한 것이 이것입니다. 안철수는 이 싸움의 깃발을 차지했습니다. 나머지는 다 사소한 문제들입니다. ‘낡은 진보의 청산’이라는 화두가 이 모든 것을 종합하게 됩니다.

 

메시지의 힘에 대한 확인은 지난해 저의 개인적인 보람 가운데 핵심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합니다. 2016년에도 여전히 할 일이 있겠지요.

 

이 칼럼을 보시는 어르신, 선후배 여러분들, 힘내시고 건강하시고 평안하십시오. 새해에 뜻하신 바 선한 계획이 다 풍성한 결실 거두시고 아름다운 미래로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칼럼니스트 주동식 / 지역평등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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