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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의욕은 크지만 무대는 좁다

윤준식 기자 승인 2013.05.03 18:22 의견 0

["날아라, 박씨!" 단상] 국회대상, 연일매진.작품성과 흥행 인정받았지만 앵콜공연 기약없어

 

최근 뮤지컬들을 취재하는 과정 속에서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 "날아라, 박씨!"였다. 제목 탓에 겨울방학을 노린 어린이극이 아닐까 착각하고 놓칠 뻔했던 수작이었다. 관객 입장에서 좋은 작품이란 뭘까 또 보고 싶은 작품, 할 말 많은 작품이 좋은 작품이 아닐까

 

▲ "날아라, 박씨!" 연일 매진을 기록 ⓒ 시사미디어투데이 김대경 기자

 

실제로 "날아라, 박씨!"는 사회적 담론을 많이 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10~30대의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내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있다. 특히 극중극인 "박씨부인전"을 통해서 낯설게 보기와 익숙하게 보기를 통해 웃고 즐기며 뮤지컬에 몰입하게 하고 관객 스스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게 만들어준다. 그런 까닭에 "2013 대한민국 국회대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마지막공연까지 연일매진을 기록하였다.

 

▲ "날아라, 박씨!" 고전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주다 ⓒ시사미디어투데이 김대경 기자

 

이런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정준 작가와 조한나 작곡가 콤비의 오랜 시간의 노력 뿐 아니라 무대 안과 뒤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함께 동참한 배우와 스탭들의 힘이 크다. 그런 힘은 "날아라, 박씨!"가 소극장의 제약을 초월해 많은 시도를 할 수 있었던 점으로 두드러진다.

 

"날아라, 박씨!"의 숨겨진 공신은 보일듯 보이지 않게 공연시간의 80% 정도 활용된 영상이다. 극중극 속에 삽입된 그림자극에만 쓰인 것 같지만, 조명과 함께 영상이 무대곳곳 활용되며 무대예술을 이루었다. 또 하나, 출연진의 부상투혼도 숨겨진 공신이다. 소극장 무대를 초월한 역동적인 무대와 변화무쌍한 입ㆍ퇴장으로 다치지 않은 배우가 없다는 후일담이 있다.

 

▲ "날아라, 박씨!" 영상으로 꾸며진 극중극 속의 그림자극 ⓒ 시사미디어투데이 김대경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아라, 박씨!"가 연장공연이나 앵콜공연으로 더 오랫동안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다. 기자가 보기에는 국내 뮤지컬 프로덕션의 한계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일단은 변변한 뮤지컬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 일차적 원인이다. 라이브밴드와 첨단 퍼포먼스가 가능한 무대와 객석을 갖춘 공연장이 부족하다. 지자체마다 문화예술회관을 늘려가고 있지만 건물만 늘어난 것이지 극장이 늘어났다고 볼 수 없다. 최근 소극장 뮤지컬의 상징적인 장소이기도 한 "학전그린"이 폐관되는 등 공연장 문제에 대해서는 긴장된 시각을 놓을 수 없는 현실이다.

 

▲ "날아라, 박씨!" 소극장 뮤지컬, 막상 무대가 부족하다 ⓒ 시사미디어투데이 김대경 기자

 

더 근본적으로는 뮤지컬 작품에 대한 적절한 투자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달려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회수를 염두해 상대적으로 검증된 콘텐츠인 라이선스 뮤지컬에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공연 객단가는 올라간다. 스타마케팅과 제휴할인 등 막대한 마케팅비용이 발생하고 결국 또다시 관객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런 복잡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이에 편승하기 어려운 작품들은 크리에이터들의 자기희생으로 어렵게 무대로 올려지는 일이 반복되는 현실이다.

 

"뮤지컬 한류"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아시아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라는 자부심이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작품을 위해 고생한 배우들이 비좁은 무대와 열악한 시설 탓에 다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은가

 

 

[시사미디어투데이 윤준식 기자 / newsnzine@sisa-today.com](※본 기사는 자매언론사인 <내외신문> 58호 지면을 통해서도 보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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