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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을 디자인하라(5)] ‘디자인 혁신경영’의 주체는 ‘인간’과 ‘인간에 대한 관심’이다

시사-N 승인 2013.06.07 00:05 의견 0
필자는 아침에 신문을 보는 습관이 있다. 배달되는 신문에는 항상 전단지가 들어있기 마련인데, 가끔 눈에 들어오는 전단지가 있다. 오늘은 도시락 전단지가 눈에 띄여 펼쳐보던 중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도시락 가게는 도시락을 제공한다고 하지만, 전단지를 보는 사람은 과연 도시락을 원하는 것일까 사람들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자신의 식사를 놓치기 싫은 것이지 도시락만은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솔루션이 달라진다

 

같은 말인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솔루션이 달라져야 한다.도시락을 파는 사업자 입장에서만 생각해보면, 밥을 어떻게 하고 반찬을 어떻게 하고 국물과 후식은 어떻게 해야 하는 등에만 관심이 가게 된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그들은 왜 도시락을 주문하게 되는 것일까 도시락 판매자의 예상처럼 배가 고프니 밥을 먹긴 먹어야 하는데 뭘 먹을까, 어떤 메뉴를 먹을까에 대한 관점만 있는 것일까오히려 도시락을 주문하게 되는 요구 속에는 메뉴 선택과는 다른 관점이 숨어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바쁜 업무의 와중,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상황 속에서 건강과 활력을 위해 식사를 놓치기 싫다는 관점도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도시락은 점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원거리 출근으로 아침을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출출한 야간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또한 ‘식사를 공급한다’를 넘어 ‘식사를 디자인한다’고 생각을 넓혀보면, 소비자가 매일 먹는 반찬이 아니라 다른 것을 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도 던져볼 수 있다.특이체질이 있거나 유독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신선한 야채식단이나 유기농식단을 원할 수 있다.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장기간 죽 메뉴를 원할 수도 있다. 야식을 원하는 이에게는 술 한 잔 함께 곁들여 식사와 안주를 겸하는 메뉴를 원하는 것은 아닐까 즉, 이와 같이 고객의 관점에서 보면 많은 것들이 달리 보이거나 생각할 것들이 많아진다. 무엇보다 손익에 영향을 주는 채산성과 마케팅 비용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각각의 해결책, 즉 솔루션의 방향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비즈니스의 기회영역으로 대두되는 인간의 경험, 감성, 관계

 

과거에는 경영의 관점에서 몇 가지 사항을 의사결정하고 이를 만들고 마케팅하고 유지하는 것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거나 새로운 성장 아이템을 찾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주체로서 다시 대두된 것이 ‘인간’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는 인간의 경험, 감성/감정, 관계 등을 다루는 것이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기회영역이 되었다.‘세상은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말이 있다. 즉 우리는 우리만의 안경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의 컨셉을 만들고 그것을 시장에 제공하려는 패러다임이었다면, 현재는 상품을 만들기 전에 인간이 원하는 value를 먼저 찾고 그 value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시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패러다임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있는 깊은 ‘unmet needs(미충족 욕구)’ 혹은 ‘latent needs(잠재적 욕구)’를 이해하여야만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이런 것들을 이해하거나 조사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을 만들려고 하는 시도는 비용과 시간과 노력만 허비하는 결과만 남을 것이다.지금까지는 잘못된 교육 시스템과 분위기 속에 다른 조직들과 비교하여 평가하고 비판하고 분리하고 서로 경쟁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인정하며 협력과 융합할 수 있을 때 진정으로 창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창의는 상대방을 인정하고 서로 연결하려는 시도를 할 때 비로소 발생된다.

 

 

[칼럼리스트 이유종](주)이노펙토리 대표 / 고려대학교 디자인조형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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