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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소녀의 영혼을 위로하는 자 누구인가?" - 연극 '초혼 2017'

김혜령 기자 승인 2017.05.19 00:42 의견 0

 

5개의 긴 천을 스크린으로 삼아 56개의 프레임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을 보여준다.그 아래에는 소녀상과 같은 모습으로 의자에 앉은 배우가 있다. 이렇게‘초혼 2017’은 첫 장면부터 강렬하게 시작한다.

 

극에 대사도 없다. 음악과 ‘아이고’, ‘에고’가 극을 이끄는 대사의 전부다.다양한 연령,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앞을 지나가며 소녀상을 바라보는 형식으로 극이 시작된다.

 

56개의 스크린에는 생존한 56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이 액자처럼 담겨있다. <p class=(사진: 김혜령 기자)" width="413" height="550" /> 56개의 스크린에는 생존한 56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사진이 액자처럼 담겨있다. (사진: 김혜령 기자)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던 꿈많은 소녀.강렬한 발소리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 일본군들은 소녀를 희롱하기 시작한다. 무대 위의 흰 천에 소녀를 희롱하는 행동이 그림자로 비춰지고붉은 조명으로 소녀를 향한 폭력을 연출한다.

 

죽어버린 소녀 주변으로 첫 장면에서 소녀상을 지나쳤던 사람들이 다시 등장한다.이들이 일제히 ‘아이고’와 ‘에고’를 외치는 모습은 일순 역사적인 사실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한맺힌 원혼들의 모습을 대변해 간다.이는 충분히 아파할 시간도 없이 끊임없이 마음 원혼을 달래는 행위이며 역사에 휘몰려 위로받을 시간 없이 죽은 원혼 대신 아파하는 모습이다.

 

조명과 영상효과는 흰천을 스크린처럼 활용함으로서 극대화 되었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공연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다. 사진은 커튼콜 장면. <p class=(사진: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413" /> 조명과 영상효과는 흰천을 스크린처럼 활용함으로서 극대화 되었다. 넌버벌 퍼포먼스의 형식의 공연을 통해 무거운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다.사진은 커튼콜 장면. (사진: 김혜령 기자)

 

한편 소녀의 영혼은 자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한다.

 

이승에 맺힌 원한으로 더 이상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소녀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사람들은 흰 소복으로 갈아 입고 소녀의 장례를 준비한다.흰 천을 상여로 만들어 저승으로 가는 소녀를 배웅하는 노래가락.‘아이고’와 ‘에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원혼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보내기 위해 장례를 치르는 일련의 과정이 되어 준다.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은 중요하다.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소녀들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고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슬픈 영혼을 위로하고 한맺힘을 풀어주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다.

 

[김혜령 기자 / windschuh@si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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