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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사미생(2)] 이민우 목사(下) “자비량 사역 가로막는 이중직 논쟁”

윤준식 기자 승인 2017.08.21 12:45 의견 0

올해는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기점으로 일어난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어느 틈에 대한민국의 주류종교로 자리잡은 기독교. 현재 진행형의 종교개혁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일까 특별기획 ‘전도사 미생’은 이 시대 청년 루터인 젊은 목회자들과의 연속 인터뷰로 기획되었다.두 번째 연재에서도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 커뮤니티의 매니저 이민우 목사와의 대담을 이어간다. 제2회에서는 ‘목회자의 이중직 문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대담자: 윤준식 기자)

 

 

이민우02 이민우 목사는 '개고생 커뮤니티'의 다른 멤버들의 투자를 받아 동료 문희준 목사와 함께 푸드트럭 '우리가 여기온 이유'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타이야끼 붕어빵 배달을 나가는 모습이다.

(이민우 목사 페이스북)

 

¶ ‘개고생 커뮤니티의 철학 -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개고생 커뮤니티’는 건강한 교회, 목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다.원래는 기존에 운영하던 ‘세상의 벗 교회’에서 시작됐다. 세상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세우자는 공동체다. 목회자도 평신도도 세상에서 세속의 일을 하고 그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추구하는 교회였다. 목회자도 일을 하며 목양을 했다. 목회자와 평신도의 구분없이 평등의 구조 속에서 사역하자는 취지에서 서로 ‘버디’라 불렀다. 이런 ‘세상의 벗 교회’의 방식에 관심가진 사람들이 모였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게 된 게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 약칭 ‘개고생 커뮤니티’다.

 

‘개고생 커뮤니티’는 기성 교회와 같은 비전을 세우지 않는다. 이곳은 ‘서로 돕는다’는 가치를 추구한다. 실제로 개고생 커뮤니티의 목회자 2명은 다른 멤버들로부터 자본금을 지원받았다. 생활비를 해결하기 위한 생계영역의 대안으로 받은 자본금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한다.대신 매달 수익의 일부(어찌보면 이에 대한 십일조)를 평신도 멤버가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발전소 기금으로 낸다. 즉 자신이 번 돈의 일부, 십일조를 교회에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세상에 환원하는 구조다.

 

또한 연간 비전, 목회철학을 세우지 않는다. 기존의 교회를 답습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 대신 평신도들이 하나님의 뜻을 따를 수 있게 하는데 우선을 둔다. 개고생 커뮤니티도 직분상 목회자와 평신도로 나뉘지만, 상하구조가 아닌 역할의 차이를 나타낼 뿐이다. 모두 하나님의 비전을 받은 사람이다. 일하는 현장 자체가 비전일 수 있다.

 

개고생 커뮤니티에서는 목회자가 평신도에게 “일 마치고 곧바로 교회로 오세요”라는 말 대신, 편신도의 옆에서 함께하면서 평신도 스스로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는 것을 추구한다. 그래서 개고생 커뮤니티는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이야 말로 하나님 아래 모두 평등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다양한 스펙트럼 속에서 살아가는 평신도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공감능력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속을 악으로 규정하는 기존의 틀을 깨고 교회의 구성원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하나님의 나라를 세울 수 있게 고민하는 것, 각자가 속한 곳이 교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고생 커뮤니티’가 바라는 목표다.

 

※대담자 주:

여기서 ‘아무 것도 안하는 것’은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성 교회가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예배, 기도회 등의 종교행사, 성경공부, 세미나, 연례행사처럼 추진하는 부흥회, 사경회, 수련회, 이밖의 다양한 이벤트 등을 제로베이스에서 생각한다는 의미다.

목회자로 구성된 조직이 평신도를 대상으로 하향화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평신도 스스로 설교자로 나서거나 성경공부 모임을 조직해 리드하는 것을 장려하고 이를 목회자가 옆에서 기능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생각이 담겨있는 표현이다.

 

¶ 이중직 논쟁, 시대에 맞는 형태로 변화해야

 

그런데 이렇게 목회자가 직업을 갖게 되는 경우 ‘목회자의 이중직 논쟁’이 발생한다.

 

사실 이중직 논쟁은 과거 로마의 콘스탄틴 황제가 정교를 일치시키면서 생긴 폐단에서부터 시작됐다. 초대 교회는 공동체의 형태로 각자 일을 하고 가정에 모여 예배하는 형태였다. 박해와 탄압이 있었지만 점차 커져갔고 콘스탄틴 황제 때 이르러 교회와 국가가 하나로 합쳐졌다.이에 따라 국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성직자가 되면서 자본은 국가로부터, 권위는 성직으로부터 받으며 이중직의 문제가 발생했다.

 

개혁의 목소리를 내는 세력은 둘 중 하나만 확실하게 하라고 주장했다. 로마 황제의 녹을 먹으면서 성도들에게 ‘나라에 충성해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이중직 금지’가 공론화 되었던 것이다. 이 때만해도 국가로부터 돈을 받으면서 성직자의 신분으로부터 권위도 누리려는 세력을 철저히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로마 정부와 선을 그은 목회자들을 돕기 시작한 것이 헌금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지금 현대 삶에 적용이 되는 것인가 그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 지금 시대의 목회자들도 일반 성도들 보다 오히려 더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언론매체에는 재벌총수, 회장님 같은 부와 권세를 누리는 목사님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은 극소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성직자는 특정한 계급이 아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지닌 역할 중에 하나다. 또한 목회자들도 생계를 유지할 수단은 필요하다. 단순히 성도들의 헌금을 받는 차원을 벗어나 세상 속에서 일도 해보고 사회적인 위치 속에서 고민도 해보는 것이 생계를 도모하는 이외에도 오늘날 목회자의 자세에 더 부합되는 것일 수 있다.

 

¶ ‘전도사 미생’ - 건강한 교회, 목회자의 삶을 꿈꾸며

 

기독교 목사, 전도사로서 사업에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민들레영토, 아딸떡볶이가 있었다. 민들레영토의 경우 안티카페, 공간으로서의 카페 비즈니스를 90년대에 자연스럽게 시작해 성공시켰다. 또한 도형심리상담 등 교회 안의 문화적, 교육적 자산을 끌고 가 비기독교인도 다가가는 장을 마련했다. 아딸도 전도사가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한 케이스이다. 떡볶이의 고급화를 이끌어내면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두 모델 모두 마무리가 좋지 못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건강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건강한 정신을 세워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비즈니스에 임하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 자체가 사람을 키워내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겸하면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공동기획을 진행하게 되며 제목을 ‘전도사 미생’이라고 지은 이유는 말단 회사원이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실을 그린 ‘드라마 미생’에서 차용했다. 작은 일이지만 자신이 맡은 분야에 최선을 다하며 변화해 나가는 모습은 젊은 목회자들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상사에게 받은 부당한 대우, 업무를 무조건 해야 하는 모습은 현재의 부조리한 교회 현실에서 살아가는 전도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개혁을 고민하는 사람의 생활비 - 개고생 커뮤니티’는 이렇게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선배로서 도움을 주고 싶다. 이것이야 말로 종교개혁의 정신이 아닐까 (계속)

 

인터뷰이: 이민우 목사 / 대담진행: 윤준식 기자

대담정리: 김혜령 기자 / 최종편집: 윤준식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연속대담으로 진행중인 “전도사 미생”팟캐스트에서는 가감없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팟빵 “전도사 미생” 링크주소

http://www.podbbang.com/ch/14043

*제2회 “자비량 사역 가로막는 이중직 논쟁” 링크주소

http://www.podbbang.com/ch/14043e=22299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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