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사미생(3)] 문희준 목사 “우리가 여기 온 이유”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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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9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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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을 기점으로 일어난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어느 틈에 대한민국의 주류종교로 자리잡은 기독교. 현재 진행형의 종교개혁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일까 특별기획 ‘전도사 미생’은 이 시대 청년 루터인 젊은 목회자들과의 연속 인터뷰로 기획되었다.전도사 미생 두 번째 인터뷰로 ‘개.고.생(개혁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생활비) 커뮤니티’의 또다른 사역자 문희준 목사를 만나 자비량 사역과 종교개혁 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담자: 윤준식 기자)
(문희준 목사 홈페이지)" width="550" height="367" /> 지금은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는 문희준 목사.
한때 지역교회의 청년회 부흥에서 두각을 보이며
촉망받던 청년목사였다. (문희준 목사 홈페이지)
¶ 청년부 목회를 이끌던 사역자, 개척을 위해 교회를 뛰쳐나오다
문희준 목사는 지금 이민우 목사와 함께 서울 신학대학원 근처에서 ‘우리가 여기 온 이유’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세상의 벗 공동체’(※주: 연재 제2회에서 소개된 바 있다)에서 ‘목양지기’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원래 다른 교회에서 청년부 목회를 이끌던 사역자였다. 그러던 그가 기존의 위치를 포기하고 ‘세상의 벗 공동체’로 나온 이유는 건강한 교회와 건강한 사역자의 모델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가 여기 차린 이유’라는 이름의 작은 점포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원래 어디서든 적응을 잘해요. 전통적인 교회 안에서도 사역활동을 열심히 했죠. 그러나 교회 안에서 발생하는 건강하지 못한 현상들에 대해 고민하다가 개척을 하기 위해 나오게 되었어요.”
교회를 나오고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는 과정에서 그는 막연한 두려움과 싸워야 했다. 가장 큰 두려움은 생활비에 대한 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부목사, 부교역자로서의 월 고정 수입을 포기하고 어떤 안정적 생활도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해야 하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힘들 때마다 문 목사는 전에 시무하던 교회의 담임목사님이 송별의 마음을 담아 해주신 말씀을 떠올린다. “개척에는 실패가 없다”물론 최근 들어 젊은 목회자가 교회 개척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과연 그 성공의 잣대를 어디에 두고 볼 것인가
그는 교회 개척 성공의 척도를 불어난 성도의 수로 보지 않고 작은 공동체를 일구어 내며 자비량 사역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꾸리는 데 두었다. 물량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본래의 의미로 회귀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푸드트럭 창업을 선택한 이유도 ‘개.고.생 커뮤니티’의 사역자들에게 양질의 생활비를 지원해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던 데서 시작했다. 그러나 푸드트럭 창업은 생활비 문제만 아니라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 들어가 성도들의 삶 속에서 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세벗공동체’, ‘개.고.생’, 푸드트럭 ‘우리가 여기 온 이유’까지 모두 연결된 사역이며 이 정신들이 공동체 지체들에게로 흘러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3" /> 어느 폭우가 내리던 날. 손님없는 푸드트럭을 지키다 철수하고 말았다. 늘 함께하는 동역자 이민우 목사와 서로를 격려하며 힘을 내곤 한다. (사진: 윤준식 기자)
¶ 푸드트럭을 얻고 매장을 열기까지
장사야 말로 목회자와 성도의 경계를 허물고 특권 의식을 탈피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 아닐까 여기에 소자본으로 매장을 차릴 수 있다는 점,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푸드트럭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평소 독서와 공부를 즐기는 문 목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지식를 활용할 수 있는 학원강사와 같은 직업의 길도 열려있었다. 그러나 장사를 선택한 이유는 같이 고생하는 성도들과 똑같은 삶 속에서 고민하고 성장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막상 푸드트럭을 운영을 결정한 시기는 지난 겨울이었다.공동체 식구들의 마음이 담긴 재정으로 푸드트럭을 시작했지만 언론에 나오는 푸드트럭 성공기와는 너무나 달랐다. 멋도 모르고 푸드트럭 업자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겨울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으니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은 한정적이었다. 주변 상점들에 의해 쫓겨나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쫓겨나는 날이 허다했고 심지어 트럭을 펴보지도 못한 날이 더 많았다. 일주일에 1일에서 2일 영업했을까 또한 수익구조를 파악하기도 전에 전도사, 목사들이 푸드트럭을 한다고 화제를 끌며 기독교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인데 ‘일부러 유명세 타기 위해서 시작한 것 아니냐’라는 시선도 걱정되었다.
매일매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결국 겨울을 넘기고 나서 푸드트럭 만으로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힘들다고 판단했고 작은 매장을 하나 열게 되었다. 그것이 지금 운영하고 있는 ‘우리가 여기 차린 이유’라는 가게다.운좋게 권리금 없는 건물을 저렴하게 계약했고 푸드트럭을 운영했던 노하우와 설비들이 있어 다행히 순조롭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감사하다.
“전의 교회에 있을 때는 토요일에 성도를 만나는 게 일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토요일 마다 성도를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즐겁고 행복합니다. 매장으로 찾아오는 후배 전도사들, 신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목사가 붕어빵을 판다고 하니 붕어빵 전도를 하지 않을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업과 복음전하는 일을 억지로 엮고 싶지 않다.매장운영을 잘하는 노하우를 터득해 자비량 사역을 꿈꾸는 다른 목회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우선 ‘우리가 여기 온 이유’, ‘우리가 여기 차린 이유’에서 일하고 있는 두 목회자가 생계유지를 할 수 있게 되면 자신들이 마음으로 투자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자비량사역을 하고 싶은 다른 목회자의 창업을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
(문희준 목사 페이스북)" width="550" height="367" /> 후배 신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고 있는 문희준 목사. 자비량 목회라는 화두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문희준 목사 페이스북)
¶ 종교 500주년 - 내 삶 속에서 하나의 그리스도로 사는 삶이 중요해
한편 그를 찾아 매장으로 오는 신학생들 중에는 교회의 불합리함에 대해 토로하기도 하고, 자비량 사역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놓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늘 막막한 자비량 사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보편화되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데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자비량 목회를 실천하다보니 네트워킹을 하는 사람들 중에 세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자비량 사역을 행하는 목회자들이 많다. 누구는 과일장사를 하고 있고, 학원을 운영하기도 하며, 타일 시공을 전문으로 하는 목회자도 있다. 평일에는 일하고 주일에는 목회활동을 하니 다들 비는 날이 없어서 서로 모임을 갖기는 어렵지만 늘 온라인을 통해 생각을 공유한다.
“진정한 종교개혁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아요. 타일을 붙이며 살아가는 지체, 과일을 파는 자비량 목사님까지. 그들의 삶 하나하나에 종교개혁의 삶이 스며들어 있어요.”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해 많은 목회자들은 종교개혁이 일어났던 현장을 찾아 순례를 행하기도하고,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개최하거나 교회차원의 큰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루터와 칼뱅을 진정한 의미에서 돌아보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던져볼 수 있다. 종교개혁을 이야기하는 목사들이 많지만, 교계를 다 뒤집었던 500년 전 종교개혁을 이야기 하지는 않는다.
형식적인 의례 행사보다는 개인이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짜 이시대의 종교개혁이 아닐까.
인터뷰이: 문희준 목사 / 대담진행: 윤준식 기자
대담정리/최종편집: 김혜령 기자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해 연속대담으로 진행중인 “전도사 미생”팟캐스트에서는 가감없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팟빵 “전도사 미생” 링크주소http://www.podbbang.com/ch/14043*제2회 “자비량 사역 가로막는 이중직 논쟁” 링크주소http://www.podbbang.com/ch/14043e=22340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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