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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예수=빵”의 제유에 대한 현대적 해석 ? 연극 ‘디너포유’

윤준식 기자 승인 2017.09.05 13:54 의견 0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가 ‘디너포유’라는 제목으로 6년 만에 새로 돌아온 지 한 달 반. 이제 3주 정도의 공연일정을 남기고 있다.

 

예수와의 저녁식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성경에는 예수를 비난하는 자들이 예수를 ‘먹기를 탐하는 자’라고 불렀다고 기록되어 있다.아마도 예수 자신이 고단한 일정의 삶을 살았기에 ‘밥심()’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세금징수원이나 창녀와 같은 당시 유대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과 인간적인 유대를 나누기 위해 함께 ‘회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심지어 법정에 끌려가기 전날에는 자신의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즐기기도 한 예수다.

 

그러나 ‘먹기를 탐하는 예수’는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부르짖기도 했으니 그의 말 중 어느 것이 그의 의지가 담긴 말인 것인지 애매한 점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지성 이어령 교수는 그의 저서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에서 ‘제유법’으로 설명하고 있다.

 

연극 '디너포유' <p class=(쇼빌컴퍼니 제공)" width="550" height="366" /> 연극 '디너포유' (쇼빌컴퍼니 제공)

 

제유법이란 사물의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설명하는 비유법이다. 이어령 교수는 “빵만으로 살 수 없다”란 말 속의 ‘빵’이 단순히 식량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 말이 의식주 전반의 인간의 삶을 나타내고 있으며 “인간에겐 지상의 빵만이 아닌 천상의 빵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예수와의 저녁식사는 밥을 먹는 행위는 이상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리라.
퇴근해 집에 돌아온 주인공 ‘남자’는 살림을 하고 있는 아내와 싸우고 자신에게 온 초대장을 핑계삼아 집을 나온다. 초대받은 레스토랑에는 ‘예수’라는 이가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알고 있는 수수께끼의 남자 ‘예수’. 남자는 정말 성경에 나오는 그 ‘예수’인지를 의심하기 시작하고 코스 요리를 즐기며 설전을 벌이던 중 자신이 인생에서 놓치고 있던 것을 되찾게 된다.
다소 진부한 내용이지만, 연극 ‘디너포유’는 그 진부함을 넘어서는 잔잔한 재미를 보여준다. 예수가 등장하고 성경 속 사건과 인물들이 모티브로 나타나고 있지만 종교적 반감이나 거부감도 없다. 물론, 원작소설을 따르다보니 무대 위의 분위기나 대사가 미국 중산층을 등장인물로 한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하지만, 극이 전개되는 과정 속에서 ‘남자’가 느끼는 고민과 갈등은 시대나 환경, 상황을 초월해 객석에 앉은 모든 이들이 겪는 삶과 다르지 않다.

 

오렌지족 스타일의 예수를 만난다는 것도 유쾌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만나는 예수는 지나칠 정도로 근면성실하고 심각한 모습으로만 비춰졌다. 세련되고 깔끔한 옷차림에 럭셔리한 레스토랑, 보통 사람의 월급으로 살 수 없는 포도주를 즐기는 모습은 기독교라는 종교라는 틀을 깨고 생각하게 하는 여유를 느끼게 한다.

 

극을 보는 내내 무대 위의 유머러스한 상황에 미소 짓다가도 빵과 식사, 예수에 대한 제유를 풀고자 골몰하며 묘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하는 지적 유희를 즐기게 해준다.

 

연극 '디너포유' <p class=(쇼빌컴퍼니 제공)" width="550" height="366" /> 연극 '디너포유' (쇼빌컴퍼니 제공)

 

예수와의 저녁식사를 마친 이후 ‘남자’는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용서를 구하며 아내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어찌보면 매우 소소한 결말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신과 아내를 동등하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된 남자의 변화는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니다. 자기 자신만의 세상을 보던 시각이 통합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또 다른 ‘제유’가 아닐까

 

예수가 활동하던 때로부터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은 혼란 속에 있다. 국제적인 분쟁, 자원문제, 환경오염, 노동문제, 양성평등과 젠더문제 등 정답을 낼 수 없는 어려움 속에 처해 있다. ‘예수와 빵’에 대한 제유, ‘예수와 함께하는 저녁식사’의 제유 속에 각자의 해답이 숨겨져 있지는 않을까 또한 저녁식사에 우리를 초대하는 예수의 부름은 종교라는 틀을 넘어선 초월적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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