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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뒤 이야기가 일상을 바꾸는 유쾌한 뮤지컬이 되기까지 (중)

윤준식 기자 승인 2013.10.12 14:14 의견 0

[View-人] 재공연 앞둔 창작뮤지컬 “날아라, 박씨!”의 정준 작가 인터뷰 (중)

 

 

 

 

재공연 앞둔 창작뮤지컬 “날아라, 박씨!” 정준 작가 인터뷰 (중)무대 뒤 이야기가일상을 바꾸는 유쾌한 뮤지컬이 되기까지
‘2013년 대한민국 국회대상 올해의 뮤지컬상’에 이어 한국뮤지컬협회가 주관하는 ‘창작뮤지컬 육성지원사업’에 선정된 “날아라, 박씨!”가 중극장 뮤지컬로 돌아온다. 시사미디어투데이는 상투적인 상업적 코드를 배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초연시 객석점유율 90%를 보였던 “날아라, 박씨!”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게 되면서 작가 인터뷰를 계획하였다. 재공연 전날 마지막 리허설을 앞둔 정준 작가와 “날아라, 박씨!”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 "날아라, 박씨!" 초연 당시 극중극 속에영상을 활용해 그림자극을 넣는등의 시도가 돋보였다. ⓒ김대경 기자

 

※ 상편의뮤지컬 "날아라,박씨!"의 탄생과정으로부터 이어집니다.

 

 

윤준식 기자(이하 윤기자): ‘액자식 구성’을 생각하시게 된 계기는 뭔가요 사실 ‘박씨부인전’은 문학교과서에서만 소개되는 정도로 그다지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야기는 아닌데 ‘박씨부인전’을 재발굴하여 ‘액자식 구성’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정준 작가(이하 정준):‘액자식 구성’은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처음부터 뼈대로 생각했던 것이구요. 저희 극에서의 ‘액자식 구성’에 독특한 점이 있다면, 바깥극과 극중극이 거의 분리가 되면서 2개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거든요. 그리고 극중극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다시피 하는 데서 오는 긴장감을 의도했어요.하필 극중극이 ‘박씨부인전’이냐고 하신다면, 어릴 때 읽은 박씨부인이 늘 가슴 한 구석에 애잔하게 박혀 있었달까요.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이지만 사실은 그게 타고난 게 아니라 사랑 받고 싶어서 혼자서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게 아닐까 생각했었어요. 궁극적으로는 타인의 잣대로 자신을 평가하기에 콤플렉스가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현대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어서 그런 부분을 저희 작품에서 나타내보자 노력했습니다.

 

▲ 초연 당시 '베틀씬' 등 다양한 작품의 오마쥬성 패러디로 뮤지컬 매니아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 김대경 기자

 

윤기자: “날아라, 박씨!” 중에서 극중극인 “박씨부인전” 장면에 재미를 주는 요소가 참 많았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예를 들어 자객으로 등장하는 기홍대가 보여주는 퍼포먼스라든가 코믹한 시츄에이션들, 특히 ‘베틀로 배틀’하는 장면은 소극장 뮤지컬에서 구현하기 힘든 스펙타클한 장면이기도 했는데, 각색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있으셨죠

 

정준:‘박씨부인전’을 가지고 작업을 하다가 딱 막히는 시기가 있었어요. 도술과 샤머니즘과 유교, 여러 가지 가치관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 현대적인 것과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제가 대본 속에서 언급했지만- 여성에 대한 가치관의 시대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또한 병자호란이라는 패배한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런데 극중인물로 천사라는 존재를 생각해 내면서 작업에 급물살을 타고 술술 풀리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날아라, 박씨!” 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윤기자: 극에 몰입되다보면 자연스럽게 넘어가긴 하지만,바깥극의 ‘여주’와 극중극의 ‘박씨’가 다소 매칭이 덜 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때문인 것 같은데요.

 

정준: 그런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예를 들면 “주인공 ‘오여주’가 ‘박여주’여야 되는 거 아니냐”, “‘여주’나 ”박씨“ 둘 다 얼굴이 못생긴 캐릭터여야 하는거 아니냐”.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안해본 것은 아니지만, 일차원적으로 직접적인 매치보다는 현대인들 모두가 컴플렉스를 안고 살아간다는 공감대 차원으로 접근해서 보다 보편적으로 관객분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 "날아라,박씨!"의 메시지는 '오여주'가 '박씨부인'에게 느끼는 공감대는 관객들이 무대를 통해 느끼는 공감대이면서작품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왼쪽부터 초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던 홍륜희, 엄태리 배우 ⓒ 김대경 기자

 

컴플렉스에서 자유할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된다고 믿어요. 남보다 잘해서가 아니라 나만의 고귀한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는 얼굴이 못생겼으니까 나는 박씨부인 같아’라는 생각보다는 ‘나같은 고민과 아픔과 힘든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구나’, ‘내가 생각을 바꾸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구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그래도 은유적으로는 여주와 박씨의 일체성을 드러내려고 노력했는데요, 극중극에서 여주가 대사를 까먹잖아요. 그때 대본이 아니라 자신의 진심으로 애드립을 하거든요. 그때가 여주가 박씨에게 완전히 이입되고 혼연일체가 되는 순간입니다. 이후 베틀씬에서의 싸움도 박씨로서만이 아니라 여주로서도 싸우고 있는 거죠.극중에서 ‘여주’가 ‘박씨부인’역을 무대에서 연기하는 한 번의 경험이 없었다면 계속해서 감사함 없이 일상생활에 매몰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하룻밤 사이에 드라마틱하게 모든 상황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스스로의 패러다임이 바뀐다면 분명히 일상이 변하게 되고 훨씬 더 긍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 번의 관극 경험이 관객분들의 일상을 당장 바꿔놓을 순 없겠지만, 동일한 에너지를 전달했으면 하고요.※중극장 재공연과 정준 작가의 차기작 이야기가 하편에서 계속됩니다.

 

 

== 하편에서 계속 ==


[공연소개]컴퍼니매니저 오여주는 자신이 참여한 "날아라, 박씨!"의 프리뷰 공연이 끝나고 자축하는 배우와 제작진을 바라보며 다사다난했던 연습과정을 떠올려본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에서부터 콧대 높은 여자주인공들과 매너리즘에 빠진 아이돌 출신의 남자 주인공까지….공연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들어선 뮤지컬의 세계였지만 여주에게는 갈수록 고단하기만 하다.그리고 여주의 생일이자 본 공연의 첫날.컨디션 난조로 무대에 설 수 없는 여자주인공들과 화가 난 연출가, 공연 강행을 요구하는 제작자와 여전히 불안한 배우들,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꿈인 이 무대를 두고 단 하룻밤, 꿈같은 시간이 펼쳐진다.

 

▲ 창작뮤지컬 "날아라, 박씨!" 11월 25일까지 이화여대 삼성홀. ⓒ더프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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