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자의 뷰-人] W웨딩홀, 해군호텔 송기문 전무이사 인터뷰 (上)
혼례준비, 신부가 중심이 되는 것이 전통 예법입니다W웨딩홀, 해군호텔 송기문 전무이사 인터뷰 (上)
지난 가을 새롭게 변신한 해군호텔 W웨딩홀이 예비신부들을 중심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잊고 있던 한 분을 떠올렸다. 예절강사, 주례전문인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그는 ‘동방예의지국’인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예절에서 시작된다는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는 분이기도 하다. 해군간부 생활을 마치고 해군호텔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하면서 인생이모작으로 예절에 대한 연구와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는 해군호텔 송기문 전무이사를 만났다.
(일반적으로 ‘결혼’, ‘결혼식’이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예절의 기본이 되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개념을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기사에서는 ‘혼례’, ‘혼례식’이라는 표현만 사용하였다.)
▲ 전통 혼례예절을 현대적인 혼례문화로 계승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송기문 전무이사를 찾아 해군호텔 W웨딩홀을 방문했다. ⓒ윤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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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식 기자(이하 윤기자): 예전에 제가 다른 매체에서 일할 때 국가경쟁력으로써의 예절에 관한 인터뷰를 요청드렸는데, 그 뒤로 10개월 만에 찾아뵈었습니다. 그동안 여기저기 예절강의를 많이 하셨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송기문 전무이사(이하 송전무): 네. 새롭게 ‘시사미디어투데이’에서 활약하고 있는 모습 잘 보고 있습니다. (웃음) 저는 그동안 중앙대학교, 보건복지부, 국가보훈처, 통일부, 국방부와 연계되어서 예절강의를 많이 했습니다. 예절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못느끼는 풍토다보니 강사료가 없는 경우도 많지만, ‘여러 사람이 더불어서 지켜야 하는 예절’을 알리기 위해서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윤기자: 네, 저도 전에 뵈었을 때 예절교육책자 5,000부를 자비로 보급하셨다는 에피소드를 들었던 게 생각납니다. 그 책자의 부제가 ‘혼례 전 자녀교육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송전무: 네. 요즘은 저에게 예절 강의를 들었던 분의 요청으로 신랑신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하고 있어요. 전에도 밝혔듯이 제가 주례를 맡아하면서 예절을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했잖아요 7년 전부터 혼례식을 하기 전에 신랑, 신부 가족들을 모아 사회와 가정에 대한 기본 예절교육을 하기도 했었는데, 거기서 입지가 잡혔던 것 같습니다.
윤기자: 혼례 전 신랑신부 예절교육이라 혹시 다른 곳에서도 그런 교육이 진행되고 있나요
송전무: 예, 보건복지부 산하의 전례원에서 하는 신랑신부 예절교육이 있어요. 국비로 50%의 비용을 부담하고 있어서 자부담으로 10만원을 내면 전례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는 근무시간에만 하니까 혼례준비로 바쁜 신랑신부들에게는 예절교육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현실적인 문제로 교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죠. 그래서 몇 사람만 모아 사설로 교육을 해주고 있습니다.
윤기자: 혼례 전 예절교육을 강조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송전무: 주례로 활동하면서 보니 서로 의도하지 않게 결례하는 경우가 많더라는 겁니다. 예절이라는게 지방마다 다른 경우도 있어서 오해도 생기고,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 경우도 있죠.
윤기자: 아, 그렇죠. 지방색에 따라 결례가 되는 경우도 있겠군요.
송전무: ‘이바지’ 즉, 신혼여행 다녀와서 찾아뵐 때, 여자 쪽 친정을 거쳐서 시댁에 가는 겁니다. 이것은 옛날에 ‘우길’이라고 하여 신부 댁에서 3년을 살며 애기를 낳고 신랑 집으로 와서 살았던 풍습에서 유래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혼례의 모든 주관은 신부 댁에서 하는 거에요. 신랑 댁에서는 ‘상객’이라고 하여 큰아버지가 혼례을 참관하고 하고 오는 정도만 하고 혼례 과정에는 참견하지 않는 거지요.
▲ W웨딩홀에서 혼례를 준비하는 신부의 가족들과 함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송기문 전무.송기문 전무와의 인터뷰 과정 속에서딸의 혼례를 준비하는 아빠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 윤준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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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자: 신부 댁을 중심으로 혼례가 준비된다는 말씀이시군요. 요즘은 양가가 서로 상의해서 혼례을 준비하는 풍토인데, 좀 다르게 느껴지네요.
송전무: 혼례예식의 순서도 모든 게 신부부터 하는 게 우리 예절입니다. 그래서 신부가 우측에 서는 것이죠. 예절에도 방위가 있어요. 자연의 방위는 해가 뜨고 지는 기준으로 동서남북이 확실하죠 예절의 방위에서는 웃어른을 북쪽으로 보고 우측인 동쪽을 상석으로 봅니다. 동쪽은 해가 뜨는 곳이기에 ‘양(陽)’의 자리, 즉 남자의 위치라고 할 수 있는데 혼례예식에서는 신부가 이 자리에 서는 것이죠. 절을 올릴 때도 신부부터 우선합니다.
윤기자: 제가 가본 혼례식을 떠올려보면 신랑신부의 자리, 절하는 순서가 그때그때 달랐던 것 같아요.
송전무: 그건 주례자들에게 책임이 있어요. 주례자들이 예절에 대해서 잘 모른 채, 선배 주례자에게 구전으로 배운 것으로 혼례식을 주례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예절교육책자를 만들었던 이유도 구전으로 전하다 보면 잘못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윤기자: 혼례 뿐만 아니라 예절이라는 것 자체가 시대에 따라 다른 것이잖아요. 그래서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무슨 ‘개콘 애정남’ 같은게 있으면 모를까.
송전무: 그래서 국가에서 이런 것을 규정한 것이 있어요. 1992년 12월 19일, 당시 보건사회부 장관이 낸 공문이 바로 그것입니다. 잘못된 예식, 혼인문화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겨나서 장관령으로 예식업 종사자들이 지켜야할 일을 알리고 보급한 것이거든요.
윤기자: 그런 것이 있는데 지금은 잊혀져버린 것이군요.
송전무: 저도 그 자료를 찾는데 3개월이 걸렸어요. 요즘 김천문화원에서 주례 전문인 교육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초중고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많이 오십니다. 그분들이 말씀하시길 ‘내가 제대로 모르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서는 위치, 좌공수, 우공수같은 개념을 몰랐기 때문이죠. 예절을 모르는 것은 교육체계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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