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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궤변인 세상에 일침을 가하다 - '작가의 방 낭독극장 -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

김혜령 기자 승인 2017.12.13 15:58 의견 0
국립극단은 시의성 있는 주제로 현대미학을 구현하는 창작극을 개발하고 차세대 극작가를 양성하기 위해 2016년부터 ‘작가의 방’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데뷔 5년차 이상의 작가들 중 시놉시스의 독창성과 개발 가능성, 참여 의욕 등을 고려해 10명의 작가들을 선발했다. 12월을 맞아 3월부터 집필을 시작한 10명의 작가들의 작품 모두를 낭독극 형태로 발표해 작품을 평가하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2월 12일에는 윤미현 작가의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윤미현 작가는 올해 초 자신의 희곡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를 무대에 올린 바 있다.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를 집필한 윤미현작가 <p class=(국립극단 제공)" width="550" height="367" />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를 집필한 윤미현작가 (국립극단 제공)

 

이야기의 배경은 1980년대. 엘리트 발전기금을 모금하는 한 교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교사는 부모들의 재산을 기준으로 학생들의 계층을 나눈 뒤 ‘엘리트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달 70만원을 내라고 요구한다. 아무도 교사의 부당한 요구를 의심하지 않는다.

 

순진한 아이들은 발전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부모를 조르기도 하고, 심지어 삐라를 제작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느 학부형은 자식을 엘리트 모임에 넣기 위해 돈을 벌러 중동으로 떠난다. 한편 교사는 모아둔 ‘엘리트 발전기금’을 가지고 볼리비아로 유학을 떠나고, 시인 겸 교수로 성공해 TV에 등장한다. TV에 등장한 교사를 보고 분노했던 사람들은 교사의 이야기에 다시 빠져들게 된다.

 

낭독극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 커튼콜 장면. <p class=(사진 : 김혜령 기자)" width="960" height="540" /> 낭독극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물어보세요' 커튼콜 장면. (사진 : 김혜령 기자)

 

 

교사는 자신만의 논리로 아이들과 학부형을 설득해 돈을 바치게 하지만 모두들 “배운 양반이라 뭐가 달라도 다른가보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이렇게 말한다. “원한다고 다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 선생님은 진짜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이다. 교사의 말도 안 되는 교육법에 부조리 가득한 사회를 동시에 경험하면서 오히려 체념이라는 현실을 배운 학생들의 이런 모습이야 말로 아이러니하다.

 

작가는 이런 장면을 통해 자신의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 궤변론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사리사욕을 채우기에 급급한 현대 지식인에 대한 비판이 녹아들어 있다. 여기에 리듬감 있는 대사와 반어법의 묘미가 더해져 극의 맛이 살아났다.

 

낭독극임에도 배우들의 연기는 실제 무대에서의 연기를 방불케 했다. 무대 연출이나 효과음, 조명 없이도 살아있는 배역들을 만들어내 무대에 활력이 넘쳐났다. 기동엄마 역의 배우 박혜진은 긴 대사를 막힘없이 읽어내면서도 한 맺힌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듬뿍 담아내 관객들을 무대로 몰입시켰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윤미현 작가 <p class=(사진 : 김혜령 기자)" width="550" height="309" /> 관객과의 대화에서 관객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는 윤미현 작가 (사진 : 김혜령 기자)

 

이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한 관객은 “대사가 살아있어서 극에 놀라운 느낌을 불어넣었다”며 감상평을 전했다. 윤미현 작가는 이번 극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해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사람들의 모습과 부조리를 담고 싶었다”고 집필동기를 설명했다. 이렇게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관객은 극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극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작가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한편 ‘작가의 방 낭독극장’은 19일까지 소극장 판에서 관객들과의 계속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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