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삶을 사는 여인들의 이야기로 돌아온 “설국”(下)
윤준식 기자
승인
2014.01.10 20:49
의견
0
극단 모도, ‘산울림고전극장 2014’에서 노벨상 수상작 “설국” 국내 최초 극화
뜨거운 삶을 사는 여인들의 이야기로 돌아온 “설국”(下)- 극단 모도, ‘산울림고전극장 2014’에서 노벨상 수상작 “설국” 국내 최초 극화
소극장 산울림의 '산울림고전극장 2014'이 연극 “설국”으로 개막했다. ‘산울림고전극장’은 관객에게는 수준 높은 고전 문학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동시에 젊은 연극인들에게는 새로운 표현의 기회가 되고 있다. 연극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 원작의 노벨상 수상 원작소설을 국내 최초로 극화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연극 “설국”을 연출한 극단 모도의 전혜윤 연출자와 ‘요코’ 역의 김정아 배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혜윤 연출(이하 연출): 원래 제 자신이 큰 공간을 좋아한다. 깊이가 있는 공간이 일루젼을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아마도 바닥에 흰 색으로 다다미를 그린 것이 가장 눈에 띌 것이다. 실내 장면에서는 다다미로 보여지다가 실외 장면에서는 흰 눈바닥으로 변하는 공간이 된다.그런데 이 작품에서 ‘시마무라’가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부분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시마무라’가 궁둥이를 붙이고 있는 다다미 안은 현실적인 공간이지만, 이 여인들이 환상으로 다가올 때는 다다미를 넘어간 확장된 공간을 사용한다. 도형으로 이미지가 강화되고 내면으로 들어가며 이미지가 강화되는 현실과 비현실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 소품과 공간의 활용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시공간 이미지 전환이 돋보이는 연극 "설국" ⓒ 극단 모도 제공 |
|
한국적 공간이라 했는데 일본작품을 하면서 어디까지가 일본적인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고전이라는 것은 언제 어느 때나 좋은 작품을 의미한다. 그래서 딱히 일본색에 치우치지 않기로 했다. 현대 한국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무용도 현대무용, 의상도 변형하고 익숙한 한국적 공간으로 해서 형태는 다다미이지만 공간은 한국적으로 확장된 공간으로 설정했다.
윤준식 기자(이하 기자): 그밖에 색깔이나 다른 상징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싶다. 원작에서는 ‘고마코’의 속옷만 빨강인데 극에서는 빨간 의상으로 나오고, ‘요코’는 하얀 이미지로 상상했는데 녹색을 걸치고 나오다 마지막 죽음 장면에서야 흰 옷으로 나온다.
연출: 기본적으로 ‘설국’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는 흰색을 기본으로 했다. 원작에도 나왔듯 가장 ‘고마코’의 이미지를 높여주는 것은 빨간색이라 생각했다. ‘요코’가 가장 어려웠는데 ‘요코’와 ‘고마코’의 이름을 한자를 보면 ‘고마코’는 동물, ‘요코’는 식물을 의미하는 한자가 들어있었다. 거기서 착안을 했서 ‘요코’의 색을 식물을 상징하는 녹색으로 했다. 처음에는 판타지에 등장하는 엘프를 상상하며 설정했다. 그러면서 색을 어디까지 확장해서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 '고마코'와 '요코'를 테마로 한 현대무용이 삽입되어비언어적 표현의 다양성이두드러진다 ⓒ 극단 모도 제공 |
|
기자: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큼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소설 속에 샤미센, 코타츠 같은 일본적 아이템을 많이 넣었다. 극에서는 샤미센을 매화가지로, 코타츠는 큐브로 처리했다. 원작의 이미지가 강해서인지 극의 처음에는 실망스럽다가 극 중간부분 넘어가며 더 적절하게 생각되었다. 상징이 주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연출: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시마무라’의 소품에는 책, 옷, 가방, 신발 등 실물이 들어간다. 비현실을 상징하는 인물인‘요코’와 ‘고마코’에게는 현실적인 소품이 없다. 그래서 샤미센, 코타츠와 같은 소품을 비현실적인 상징물로 대체했다. 심지어 다다미도 현실과 다르고 편지도 종이접기로 표현했다. 상상력을 확장시킨다는 차원에서 그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기자: 신체를 가지고도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도 강렬하게 다가왔다. 원작에서는 단편적 언급으로 끝난 것을 극에서는 극대화했다. ‘손가락’과 ‘눈’의 이미지인데, 극의 앞부분에서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키는 장면, ‘고마코’가 ‘시마무라’의 손가락을 잡는 장면, ‘고마코’의 춤에서도 손가락이 강조되고 후반부 천을 너는 장면에서도 손가락이 강조되었다.
연출: 일단 동작을 ‘요코’는 눈, ‘고마코’는 손가락, 거기서부터 발전시켜서 만들었다. ‘고마코’의 손 움직임은 안무가의 도움을 받아 완성할 수 있었는데 ‘요코’의 눈은 어려웠다. 시선, 표정, 각도, 메이크업 등으로 복합해서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무대라는 공간에서 그 어떤 장치도 없이 일루젼을 만들어야 하는데 ‘요코’는 출연 시간도 적기 때문에 임팩트를 주고자 했다.
기자: 끝으로 ‘산울림 고전극장2014’에 대한 소감과 기대감은
김정아 배우: 그동안 극단 모도가 해왔던 작품 색깔과 아주 많이 다른 작품을 시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들이 다른 관객들에게도 동일하게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배우 입장에서도 관객들에게 고전을 잘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연출: 학교를 졸업하면서 고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단절되다시피 한다. ‘산울림 고전극장2014’는 보다 쉽게 고전을 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고 생각한다. 연극인 입장에서도 고전을 다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작품을 하면서 너무 즐거웠다.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