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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6)] 건달 이야기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1.22 11:00 의견 0
미아삼거리는 지역이 지역이니 만큼 건달이 많고 양아치들도 많다. 밤이면 동네 술집을 전전하면서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드는 꺽수가 보이질 않은 지가 꽤 됐다. 또 누구한테 망신을 당했나 보다. 꺽수는 누군가에게 망신을 당하면 오륙 개월을 잠수 타다가 슬그머니 나타나곤 한다.

 

미아삼거리에는 먹자골목의 음식점을 중심으로 ‘미삼번영회’라는 상가 상조모임이 있다. 나는 그 모임의 홍보이사를 맡고 있어서 번영회 일을 상의하려고 숯불갈비집을 운영하는 미삼번영회 회장님과 자주 어울린다. 미삼번영회 사무실은 동네의 소소한 민원을 접수 받는 창구 역할도 겸하기 때문에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지난 늦가을 번영회 주최의 행사인 ‘미아삼거리 한마음축제’를 준비하는 일로 임원진이 회의를 하러 모였을 때다.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안녕하셨습니까요, 형님"하며 키 크고 호리호리한 인물이 사무실로 들어온다.

 

“어! 한사장 오랜만일세. 사업은 잘 되시나” 번영회장님이 무척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그이를 뒤 따라서 또 한 명의 인물이 들어오는데 키는 좀 작달막하지만 한마디로 험상 굳고 단단한 차돌 같은 인상이다.

 

“회장님 오랜만이십니다요. 형님.” 말투가 완전히 영화 속의 조폭 스타일이다.

 

“이 작가 인사해요. 한영수 사장이셔.” 번영회장님이 찡긋 윙크하며 소개를 해준다.

 

나는 속으로 ‘아! 이 친구로구나’ 하며 인사를 나눴다. 영수는 동네에서 무척이나 유명한 건달이다. 소위 전국구에 속하는 인물인데 내 초등학교 3년 후배이며 내 둘째 동생의 동창이기도 하다.

 

동네사람들 사이에서는 속이 깊고 의리가 있으며 예의가 바르다고 소문이 자자한 친구다. 주로 부동산개발 관련사업을 하는데 동네 재개발 문제로 번영회장과 자주 만났던 모양이다. 그 뒤를 따라 들어온 친구는 칠성이라고 워낙 유명한 싸움꾼인데 영수의 오른팔 노릇을 하며 보디가드 역할을 하는 돌격대장이다.

 

미삼번영회 사무실에서 바라본 미아삼거리 먹자골목 밤풍경 <p class=(사진 : 이정환)" width="550" height="413" /> 미삼번영회 사무실에서 바라본 미아삼거리 먹자골목 밤풍경 (사진 : 이정환)

 

“형님, 재개발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던데 어찌되는 겁니까요”

 

영수가 번영회장께 말을 꺼내니 칠성이도 거든다. “회장님 어찌 되는 겁니까요 형님”

 

그러자 번영회장이 한마디 한다. “칠성씨 회장이면 회장이고 형님이면 형님이지 둘 중에 하나만 골라서 불러요.”

 

“아 그렇습니까요 회장님”

 

칠성이는 영수의 2년 후배 즉 내게는 5년 후배다. 이 친구는 워낙 거칠고 성격이 불 같아서 사람들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의 독종이다. 예전에 먹자골목이 소위 방석집 골목이었을 때 해결사로 일하며 생활을 해서 종암경찰서나 강북경찰서 강력계 형사들도 다 아는 싸움꾼이다.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다가 제 소개를 받더니 영수가 내게 말을 건다.

 

“아! 작가님이십니까요 주로 어떤 직업을 하십니까요 작가님”그러자 칠성이가 또 말꼬리를 잇는다. “아! 작가님이십니까 어떤 작가님이십니까요 작가님”

 

나는 <미아리_이야기>라는 제목으로 10년 가까이 글을 써오고 있으며 같은 제목으로 사진전도 했다고 했다. 그리고 <미아리 이야기> 내용 중엔 동네 건달들 얘기도 있단 얘길 했더니,

 

“아니 내 얘기를 빼고 건달 얘기가 어떻게 가능하다요 작가님 미아리에 건달이 있습니까요 작가님”

 

영수가 말을 던지니 옆에 있던 칠성이도 또 다시 말꼬리를 잇는다.

 

“미아리에 영수형님 말고 건달이 있습니까요 다들 깡패 양아치들 뿐입니다요. 작가님.”

 

내가 꺽수씨 얘기를 꺼내니까, “에이! 작가님 꺽수형은 건달이 아닙니다요. 작가님. 선배라서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저랑 쐬주나 한잔 하면서 재밌는 얘기 많이 들려드리겠습니다요. 작가님. 제 얘기를 써주시면 됩니다요. 작가님.”

 

영수의 말에 칠성이가 또 거든다. “제 얘기도 잘 부탁드립니다요. 작가님. 재미있고 살벌한 얘기들 많이 들려드리겠습니다요. 작가님. 잘 부탁드립니다요. 작가님.”

 

이것이 나와 한영수 사장 그리고 칠성이와의 인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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