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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1)] 사진과 사진기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1.29 13:40 의견 0

연재를 시작하며

카메라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거듭되며 사진은 생활 속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필름 시대에 존재하던 현상과 인화의 과정이 없어지며 사진을 찍고 보는 행위가 보다 쉬워졌고, 발전하는 디지털카메라의 기술은 전문가급 장비를 쉽게 장만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스마트기기의 보급은 대중들이 사진을 즐기기 쉽도록 돕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좀 더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을 내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누구나 쉽게, 그러나 자기만의 색깔이 묻어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시사N라이프>는 사진에 대한 기본기를 다룬 김홍희 작가님의 글을 옮겨 싣습니다. 김홍희 작가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지난 2008년 니콘이 선정한 '세계의 사진가 10인'에 선정된 인물입니다. 특히 다큐멘타리 사진 분야에서는 높은 인지도를 가진 작가입니다. 현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진 잘 찍는 법"과 "포토에세이"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사진 공부를 한답시고 인터넷을 뒤지거나 선생을 찾아 나섭니다. 그러나 백 명 중 백 명이 만나는 것은 ‘사진 공부’가 아닌 ‘사진기 공부’입니다. 사진기 공부란 사진기의 구조, 즉 렌즈와 조리개와 셔터의 역할에 대해 배우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출사 후에는 촬영한 결과물인 사진을 가지고 구도에 대해 공부를 합니다. 노련한 선생이 아니면 아직 빛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니 학생들의 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김홍희 작가 제공

그런데 여기까지는 사실상 ‘사진 공부’가 아니고 ‘사진기 공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이것이 ‘사진 공부’라 생각합니다. 사진기 공부는 다른 말로 ‘사진을 찍는 도구’ 공부입니다.

목수도 연장이 다양하듯, 사진가의 연장 역시 다양합니다. 붓글씨를 쓰는 서예가도 글의 크기나 꼴, 종이에 질에 따라 다양한 붓을 다룹니다. 사진의 조리개나 셔터 스피드의 이치를 깨닫는 것은 목수가 자신의 연장들의 쓰임새를 이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연장의 쓰임새를 이해한다고 그 목수가 집을 잘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마찬가지로 붓을 만드는 털의 재료나 길이 그리고 굵기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붓의 종류를 다 이해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붓글씨를 잘 쓴다고 말 할 수 있습니까 붓글씨의 대가라고 말 할 수 있을까요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것을 여러분들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의 사진기나 목수의 연장이나 서예가의 붓은 어디까지나 그 본연의 일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한 ‘도구’일 뿐 사진이거나 집이거나 붓글씨 그 자체는 아닙니다. 물론 그런 도구들을 잘 다루면 사진을 능숙하게 찍거나 집을 재빠르게 짓거나 글을 모양 있게 쓸 수는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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