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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6)] 낭만주의(浪漫主義)와 로맨티시즘(romanticism)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05 14:32 의견 0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낭만적’이란 말을 생각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저는 유치하지만 ‘나 잡아 봐~~~라!’라고 하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왠지 감성적이 됩니다.

낭만주의는 로맨티시즘(Romantcism)에서 온 말입니다. 그럼 낭만주의와 로맨티시즘은 언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낭만주의를 한자로 읽으면 浪漫主義(낭만주의)가 됩니다. 일본말로 읽으면 어떻게 될까요 ‘로망슈우기’라고 읽게 됩니다. 여기서 ‘슈우기’는 주의(主義)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일본사람들은 영어의 Romanticism의 음가를 빌려 ‘로망슈우기’ 즉 浪漫主義라는 한자를 차음해서 Romanticism을 표현한 것입니다.

일본말의 로망(浪漫)이라는 말과 Roman이라는 말에는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말 ‘낭만’이라는 말에는 Roman이 가지고 있는 내용을 함께 담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본의 전문용어를 재수정 없이 그저 가져다 썼기 때문입니다. ‘로만주의’라고 번역을 해서 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김홍희 작가 제공 김홍희 작가 제공

같은 한자로 낭만주의를 쓰면 일본 사람들은 ‘Roman’을 연상하 우리는 ‘나 잡아 봐라’를 연상 합니다. 말은 이렇게 이미지를 좌우하고 개념을 고정 시킵니다.

우리말에 ‘아무렇지도 않게’라는 부사구가 있습니다. 일본말로는 같은 의미를 가지는 말이'さりげなく(사리게나쿠)'입니다. 우리말의 아무렇지도 않게는 어떤 사태나 상황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상대적 상황이라는 것을 상정한 상태를 말 합니다. 그러나 일본말의 ‘사리게나쿠(さりげなく)는 상대적 상황이 없이도 대처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의젓함’을 말 합니다.

사전적 번역은 같은 말을 쓰지만 내용은 사실상 많이 다릅니다. 말이란 이런 것입니다. 같은 말이라고 쓰고 있지만 그 말의 내용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래서 우리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합니다. 다른 분야의 예술가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사진가라면 더 많은 인문학 공부가 필요합니다. 카메라만 들고 다니는 부잣집 멍청이 아들로 인식되고 싶지 않다면 말입니다.

제가 아는 사진사 한 분은 모 인터넷 사진 모임에 죽어라 사진을 올립니다. 저는 그 분이 올린 사진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그 분은 왜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주지 않는지 모를 것입니다. 더구나 저 같은 친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어드바이스를 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사진사인지 사진작가인지 사진가인지 개념 정리도 확실하지 않고, 자신이 사진을 잘 찍는다고 맹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의 어드바이스는 필요가 없는 것이겠지요. 불치하문(不恥下問)이라는 말은 있지만 9급이 9단의 수를 헤아릴 수 있다는 사자성어가 없는 이유가 아닐까요 있습니까 燕雀安知鴻鵠之志哉(연작안지홍곡지지재)

사진은 어디서 출발 했는지가 중요 합니다. 우물 안에서 출발하면 우물 안만 찍습니다. 넓은 세계에서 출발하면 이 큰 세계를 향해 자기 주장하게 됩니다.

자! 당신의 출발점은 어디 입니까

사진가 김홍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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