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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5)] 빛과 그림자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02 14:35 의견 0

우리는 통상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말합니다. 빛은 다양한 예술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영화가 그렇고 오페라가 그렇고 팝페라도 그렇습니다. 조명은 무대를 풍성하게, 극적인 분위기로 이끄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에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빛과 그림자라는 말이 이분법적이고 상대적인 용어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사진을 찍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사진을 ‘빛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순간 ‘그림자의 예술’이기도 하다는 점을 간과하게 됩니다.

생각해 보세요. 사진은 빛만 찍습니까 당연히 그림자도 찍습니다. 이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인가 하는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빛의 예술이라고 불리는 모든 사진이 빛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보입니까 실은 빛의 역할보다 그림자의 역할 덕분에 사진이나 영상이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김홍희 작가 제공

‘빛의 예술’이라는 말에 갇히면 빛만 보고 빛에만 집중합니다. ‘그림자의 예술’이라는 말에 갇히면 그 반대가 되겠지요. 만약 ‘사진은 광영(光影)의 예술’이라는 말을 처음부터 접했다면 여러분은 아마 빛이나 그림자 둘 중 하나에 치중해서 보는 버릇은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카메라를 들면 자연스레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았을 것이고 그런 능력을 애초부터 키웠을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는 말처럼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게 언어에 얽매인다는 것입니다. 교육에서도 그렇고 사회적 관습에서도 이렇게 이분해서 쓰는 말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두뇌가 비교할 만한 상대적인 대상이 있을 때 두 개체를 확연히 구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뇌과학의 문제일 뿐 아니라 인식을 다루는 동서양의 철학에서도 빈번히 사용 됩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요즘은 ‘승강기’라는 말은 거의 사라지고 ‘엘리베이터’로만 불리는 기계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라는 말은 ‘오르다’라는 의미만 가집니다. 그렇다면 승강기는 어떻습니까 ‘오르다[昇]’와 ‘내리다[降]’라는 두 의미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훨씬 합리적이지 않습니까

이런 개념을 사진뿐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능숙하게 구사하면 더욱 풍요롭게 살 수 있습니다. 대립과 반목이 가라앉습니다.

저는 촬영을 할 때 빛보다 그림자를 많이 봅니다. 빛의 예술이라는 말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는 것이에요. 빛은 의식하지 않아도 인간의 시각이 쉽게 받아들이지만 그림자는 세밀한 관찰을 요구합니다. 빛은 그림자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여러분의 사진이 좀 더 풍요로워지고 인상적이게 될 것입니다.마지막으로, 당신은 빛의 예술가입니까 그림자의 예술가입니까

사진가 김홍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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