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7)]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06 14:40 의견 0

오늘은 여러분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한 장은 트럭에 탄 사람들이 팔을 밖으로 내고 있는 사진이고, 또 한 장은 아무 것도 없는 방의 천정을 찍은 사진입니다.

먼저 글을 읽어나가면서 사진을 유심히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각각의 사진에 어떤 장면이 찍힌 것인지를 순수한 ‘관찰력’과 ‘상상력’만을 동원해 메모해 두시고 글을 읽어나가시기 바랍니다.그리고 여러분의 관찰과 상상력이 낸 메모의 답과 제가 들려드리는 이야기가 얼마나 같은지 살펴보았으면 합니다.

우선 트럭에 팔을 내고 있는 사진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김홍희 작가 제공
100년도 넘은 산티아고 데 쿠바의 호텔을 나왔다. 호텔 앞의 작은 광장형 정원을 지나자 좁은 2차선 건널목이 나왔다. 건널목 신호등은 파랑. 좁은 길을 달려오던 트럭이 건널목 앞에 섰다. 마치 일부러 내 앞에 서 듯. 전투용 군용차량을 개량한 트럭의 곳곳은 철판을 덧댄 흔적이 있었다. 가빠는 한겨울용으로 두꺼웠다. 그리고 가빠의 밑을 일정하게 들어 바람이 통할 수 있게 해 두었다. 어릴 때 한국에서 저런 트럭을 본 적이 있다. 경범죄에 걸린 민간인을 잡아 갈 때 본 광경이다. “헤이, 맨. 이 더운 날에 카메라 어깨에 메고 뭐하는 짓이야”트럭에 타고 있던 흑인이 특유의 흑인 허스키 보이스로 나에게 물었다. “보면 모르냐 사진 찍지. 근데 너는 이 찜통더위에 그 뜨거운 트럭을 타고 어디로 가는거냐”내가 되물었다. “이거 트럭 아냐.”그가 답했다. “트럭 타고 트럭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냐”내가 말 했다. 그 때 건널목 신호가 바뀌었다. 트럭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는 다시 말했다.“이거 트럭 아니라니까” 내가 다시 대꾸했다.“트럭 타고 트럭 아니라고 하면 누가 믿냐” 그러자 그는 달리기 시작한 트럭의 가빠 사이로 입을 내밀고 크게 외쳤다.“이거 트럭 아냐, 등신아!” 사내를 태운 트럭이 사라지는 데를 가리키며 뒤 따라 나온 김일성 대학 출신의 쿠바인 가이드에게 물었다.“저기 길 돌아가는 트럭, 트럭 아냐” 그러자 가이드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답했다.“저거요 버스예요.”

두 번 째는 작은 방의 천정을 찍은 사진에 대한 것입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김홍희 작가 제공
쿠바 데 산티아고의 공항에 도착 했지만 공항에는 흡연실이 없었다. 둘러보니 흑인 경찰이 보였다. 흑인 경찰은 나보다 목 하나는 더 큰 키에 몸의 용적은 족히 나의 두 배 이상이나 되었다. 거의 거인이다. “여기 흡연실 없소”내가 물었다. 묻자 그의 답이 바로 돌아왔다.“없습니다.” “아니 쿠바 국가 수입의 네 번 째가 담배 팔아 버는 것인데 왜 흡연실이 없어” 시비 반 농담 반 그를 올려보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다른 동료 경찰을 불렀다. 그 친구는 이 친구보다 더 컸다. 오른 손은 언제라도 제압 몽둥이를 뺄 수 있게 몽둥이 위에 손을 올리면서 내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둘은 나를 세워놓은 채 그 큰 덩지를 곰처럼 흔들면서 특유의 허스키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내용인 즉은, ‘아니 이 노랑 병아리 같은 동양 놈이 공항에서 감히 흡연실을 찾네’ 로 감이 잡힌다.한참을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더니 처음에 말을 걸었던 흑인 경찰이 나에게 따라오라며 손가락을 세워 까닥였다. 그러더니 검색대 옆의 쪽문을 열어주면서 말했다. “이 공항에는 흡연실이 없어. 그러나 마리화나 피는 방은 있지. 너 이 방에 들어가서는 마리화나만 피워야 해. 그것도 딱 한 대만!” 방은 온통 푸른색이었다. 천정에는 형광등이 켜져 있고 벽에는 궁둥이를 밀착하면 겨우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좁고 긴 의자가 붙어 있었다. 물론 마리화나용 재떨이도 찌들대로 찌든 채로 하나 있었다. 나는 얼른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바나에서 쿠바 데 산티에고까지 비행하는 몇 시간 동안 참았던 담배는 달았다. 대개 이런 경우 흡연가는 두 대를 연거푸 피운다. 한 대의 담배가 다 타 들어가고 꺼지기 전에 그 담배 불로 새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할 때, 쪽문이 벌컥 열렸다. 아까 그 흑인 경찰이 곰같이 큰 머리를 쪽문 안으로 밀어 넣었다. 놀란 얼굴로 그와 눈을 맞추려고 하자 그는 내 눈을 맞추지 않은 채 손가락 두 개를 V자로 펼쳐 보이면서 냅다 고함을 질렀다. “헤이, 맨. 유 투!” ‘한 대만 피우랬지 누가 두 대나 피우라고 했어’ 그러면서 문을 꽝하며 닫았다. 닫히는 문 사이로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어 피고 있는 미소가 보였다. 이것이 쿠바에 대한 나의 가장 강력한 인상이자 에피소드이다. 그 경찰의 유머는 바로 쿠바의 여유였고, 그의 조크는 더할 수 없는 쿠바의 인간미였다. 혼자 남은 마리화나 방에서 나는 남은 담배를 피며 배실배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급기야는 배꼽을 잡으면서 미친놈처럼 웃었다. 유쾌, 상쾌, 통쾌, ‘뻑쩍찌그리’ 하게! 그리고 찍은 사진이 바로 이 마리화나 방의 사진이다.

아무 설명 없는 사진이 과연 사실을 전달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사진과 보이지 않는 것을 표현하고자 사진하는 사진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보이지 않는 것을 찍은 사진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보이는 것을 찍습니까 보이지 않는 것을 담기 위해 사진을 찍습니까

여기에서 사진에 대한 작가의 위치가 찍사나 진사냐 포토 저널리스트나 사진가냐로 결정될 뿐 아니라, 모든 사진하는 사람들의 사진적 행위에 대한 철학적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해 줍니다.오늘의 질문이었습니다.

사진가 김홍희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