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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밥(1)] “새내기 기자의 첫 인터뷰와 솥밥해장국” - 대전 양평해장국 반석점

윤준식 기자 승인 2018.02.01 12:04 | 최종 수정 2020.01.02 02:04 의견 0

“아아~~!! 인터뷰란게 이런 거군요”취재를 마치고 진이 빠진 새내기 기자를 데리고 와 해장국집에 앉았다.

 

오늘 이 친구, 처음으로 자신이 직접 인터뷰를 해 보았다.신입이니까 처음에는 녹취 푸는 작업이나 나의 초고를 정리하는 것을 돕는 것으로 취재가 뭔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인터뷰하러 갈 때마다 따라다니며 기록을 돕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며 어깨너머로 인터뷰하는 요령을 익히기 시작했다.

 

취재원에게 꾸벅 인사를 드리고 나와 차문을 여는데, 반대편 차문에 서있는 모습에 ‘킥’소리를 냈다. “영혼이 탈탈 털렸어요”라 말하는 듯한 저 어벙벙한 표정. 딴엔 많이 긴장하고 힘이 들었나보다.

 

“오늘 같은 날은 국밥이다. 무조건 처음 보이는 국밥집에서 해장국 한 사발 뜨끈하게 먹자”격려도 해줄 겸, 소감도 물어볼 겸 가는 길에 밥부터 먹고 가자고 했다. 우선 다음 목적지를 내비에 찍고 무작정 차를 몰았다.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았어. 든든한 거 시켜!”“저는 내장탕이요.”

 

메뉴판을 스윽 둘러보았다. 아직 오늘의 일정이 끝나려면 10시간은 더 걸린다. 운전을 계속하며 움직이려면 섬유질이 풍부한 게 속을 편하게 해줄 것 같았다. 나는 콩나물국밥을 시켰다.

 

새벽부터 달려와 인터뷰를 마친 후 첫 끼니를 국밥으로 먹기로 했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480" height="640" /> 새벽부터 달려와 인터뷰를 마친 후 첫 끼니를 국밥으로 먹기로 했다.
(사진: 윤준식 기자)

 

 

사실 교도소를 출감하며 두부를 먹는 것처럼 처음 취재한 기자가 국밥을 먹어야 한다는 통과의례는 없다.다만 차가 막힐 것을 대비해 쌀쌀한 새벽에 출발했고 변변한 식사를 하지 못했다. 또 2시간의 취재시간 내내 잔뜩 긴장해 있었던 것을 고려할 때, 목넘김이 편하고 몸 속 깊은 곳의 냉한 기운을 몰아내주는 메뉴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웬만한 밥집에는 설렁탕이나 육개장이 나오니 꼭 국밥집에 가지 않아도 된다.

 

나름 새내기 기자를 위한 넒은 배려심이 작용했다고나 할까 평소의 나 같았으면 “모처럼 대전에 왔으니 성심당 튀김소보루다!”라고 외쳤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주문을 하고 나니 분위기가 어색하다. 이럴 때 선배로서 뭐라고 한 마디 해줘야 하는데... 뭔가, 입에 발린 말이라 하더라도 칭찬부터 해줘야겠다.

 

“야, 너 생각보다 잘 하더라”“그랬어요 저는 지금 머릿 속이 하얘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정리하지”“걱정하지 마. 내가 녹취도 따놓고 기록도 해놨어. 어떻게든 될 거야.”

 

사실 취재의 기본은 인터뷰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뷰를 특별하게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대부분 ‘인터뷰는 사전에 잘 준비된 목적이 있는 질의응답’으로 생각한다. 그건 좁은 의미에 불과하고 취재과정 전반에서 진행되는 모든 질문과 답변, 다양한 시각을 보충하기 위해 기사에 삽입하는 코멘트들도 넓은 의미의 인터뷰에 포함된다.

 

기자는 기록자일 뿐, 만물박사가 아니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묻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스무고개 하듯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질문을 인터넷을 통해 하고 있다. 여기저기 물어봐야 할 일을 검색을 통해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질문의 양이 많이 줄어들었다.

 

따로국밥이지만 솥밥이 나온다. 덕택에 밥맛이 끝내준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3" /> 따로국밥이지만 솥밥이 나온다. 덕택에 밥맛이 끝내준다. (사진: 윤준식 기자)

 

 

드디어 내장탕과 콩나물 국밥이 나왔다. 그런데, 오오 이럴 수가 상 위에 올라온 밥이 특별하다. 보통 따로국밥에 공기밥이 올라오는 것과 달리 솥밥을 내어준 것이다. 게다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스텐레스 솥밥이다. 솥을 통해 가열된 밥의 향이 달콤하고 구수하게 올라온다.

 

살짝 밥을 반 숟갈 떠서 입 속에서 음미해본다. 밥알 한 알 한 알이 혀 끝을 구르며 달콤한 맛이 입 속에 퍼져나온다. 이번에는 국물이다. 콩나물 국밥이지만 국물에 많은 재료가 들어간 덕인지 국물 맛이 묵직하다. 좋다. 오늘같은 날은 이런게 딱이지. 반공기만 말아 숟가락으로 꾹꾹 누른 후 떠먹어 본다.

 

“역시 맛있다. 이런 밥은 토렴하면 더 맛있을텐데.”웅얼웅얼 투덜거려보지만 입 속 한가득 들어간 콩나물을 꼭꼭 씹느라 혼잣말이 되었다. 반찬이야 국밥집마다 나오는 뻔한 김치, 깍두기 정도이지만 솥밥과 갖은 재료가 들어간 국물이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콩나물국밥이지만 허술하지 않다.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국물과 건데기다.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3" /> 콩나물국밥이지만 허술하지 않다.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지는 국물과 건데기다. (사진: 윤준식 기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음식에 너무 집중했나보다.정신을 차려보니 둘 다 말없이 연장질()만 하고 있었다. 아직 뜨거운 김이 안경에 서려있다. 그렇다면 안경에 서린 김 때문에 시선이 교차되지 않을 터. 표정이 궁금해 슬그머니 안경테 위로 눈알을 치켜뜨고 밥 먹는 모습을 보았다.

 

‘이 녀석, 많이 고팠구만!’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니 슬그머니 장난기가 올라왔다.

 

“근데 너 인터뷰하는 스타일이 나랑 너무 판박이야!”국밥을 먹던 우리 새내기 기자. 갑자기 목이 막힌 건지, 국밥을 뿜어낼 듯한 표정이다. 1초 지나 켁켁거리며 볼멘 소리를 낸다.“그거야 제가 맨날 보고 들은 게 그거니까 그런거죠!!! 그러니까 모범을 보이시라구요!”

 

사실 나의 인터뷰 방식은 기사화를 하는 데에 좋은 방법이 아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질문을 한정해놓고 취재에 임한다. 그러나 나는 질문의 범위를 열어놓고 대화를 나눈다. 좋은 이야기, 다양한 생각을 기탄없이 나눈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겠지만, 기사화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고로 이 방법을 함부로 따라하면 기사를 쓰는 단계에서 뭘 써야할지 몰라 멘붕에 빠지게 된다.

 

또한 취재원을 앞에 두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다. 사전 질문지를 보내 대화의 초점을 좁힌다 하더라도 처음 만난 사람들끼리 통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리고 인터뷰가 어찌 되었건 1건의 기사는 써내야 한다.

 

‘오늘 좋은 계기가 생긴 김에 이런 내용을 잘 설명하고 가르쳐야 하는데... ’뭐!!! 이런 고민은 일단 뒤로 미뤘다. 우선은 먹기를 탐하고 주어진 1인분의 식사에 집중하는 걸로!!! 요령은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거지. 그럼그럼....

 

식사 후 잠시 심호흡을 하고 우리는 또다시 먼 길을 나섰다. 세종시에서 또다른 분을 만나고 그다음 목적지는 수원이다. 너무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나 우리 새내기 기자가 기사를 쓰느라 새벽 4시까지 고생하고 뻗어버린 건 또 다른 이야기.

 

우리가 들른 곳은 대전에서 세종시로 가는 길목 어딘가의 양평해장국 반석점. 대전지하철 반석역 출구 앞에 있다. 다음에 또 들를 수 있으면 곱창전골도 먹어봐야겠다.

 

대전지하철 반석역 출구 앞에 있는 양평해장국 반석역점 <p class=(사진: 윤준식 기자)" width="550" height="413" /> 대전지하철 반석역 출구 앞에 있는 양평해장국 반석역점 (사진: 윤준식 기자)

 

<기자의 밥>은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사람, 발생했던 일에 대한 후일담을 다룬 내용이다. 마치 회식이나 뒷풀이를 하듯, 그 과정에서 먹게 된 음식 이야기와 함께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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