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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11)] 이미지와 텍스트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12 17:14 의견 0

문자는 기원전 3천 년 전,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단군이 이 땅에 나라를 세울 때 수메르 지방에서는 문자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이지요. 이후 문자는 언어를 대신에 기억을 돕는 아주 유용한 정보 보존의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현대에는 텍스트를 생산하는 자와 그 텍스트를 따르는 자로 구분하여 권력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 지를 가리는 연구도 있었습니다. 물론 텍스트를 따라는 자보다 생산하는 자가 세상을 주도 한다는 내용이지요.

이렇듯 문자는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자 인간의 온갖 지식을 집대성하여 보존가능하게 한 인류 최고의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미지는 어떤가요 이미지는 오랫동안 문자의 시녀 노릇을 해왔습니다. 문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 형태의 그림으로 제공되거나 종교적 이해를 돕기 위해 문자 대신 서사용 도구로 사용된 흔적이 곳곳에 있습니다. 인도의 사원이나 가까운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그 예를 쉽게 볼 수 있지요. 한국의 사찰의 벽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심우도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김홍희작가 제공 김홍희작가 제공

그런데 디지털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은 새로운 생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문자를 모르면 문맹이라고 하듯이 이미지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미지맹이라 불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합니다. 이미지로 의사소통이 지금의 텍스트처럼 가능해진다면, 다시 말해 이미지가 소통의 일반적인 매체로 자리를 잡는다면 전문가만이 한자를 공부하듯이 문자를 따로 공부해야 하는 새로운 전문가 집단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 저자 빌렘 풀루서는 사진과 더불어 문자 숭배에 대한 투쟁과 탈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문자 중심 문화에서 이미지 중심 문화로 옮겨가고 있는 중일 뿐 아니라 더불어 인류문화의 패러다임이 교체되고 있는 중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지요. 문자 이전의 시대가 선사시대이고 문자의 시대가 역사라면 문자시대 이후는 디지털코드의 시대, 탈 역사의 시대, 포스트 역사 시대라고 주장 합니다. 문자 지배가 끝나고 디지털 영상, 입자, 픽셀의 시대의 도래를 예언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미지의 위상이 문자만큼 높아져 미래에는 실제로 이렇게 이행 될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지의 역할, 특히 사진과 영상이 텍스트의 영역을 벗어나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해 온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확언하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우리는 사진과 영상에 대해 새로운 자세로 임해야 할 시기에 와 있습니다. 여전히 문자의 시녀 노릇을 할 것인가, 아니면 탈문자의 주역으로 나설 것인가의 기로에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은 당신의 몫입니다.

저는 오래 전 저의 사진 산문집-성장 소설로도 분류되기도 했습니다만-<방랑>에서 이미지가 문자에 종속되지 않는 새로운 방법을 선보였습니다. 텍스트의 시녀 노릇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이미지 자체의 역할로 텍스트와 동등한 위치에서 전에 의미와 느낌에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었지요.

이미지만으로 텍스트 이상의 소통을 전담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 시대의 숙제이자 우리들이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당신의 사진은 텍스트의 시녀입니까 이미지의 완성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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