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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13)] 말과 생각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14 17:48 의견 0

우리는 무엇으로 생각하는가 이 문제는 인류 전체의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근대에 이르러 중요한 숙제로 여겨진 듯합니다. 그러나 이 비밀에 대해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 성경을 쓴 사람들과 로제타석 같은 돌에 문자를 세긴 고대인들이지요.

성경의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요한복음 1장 1절에서 4절까지는 “1)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 2) 그가 태초에 하나님과 함께 계셨고 3)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 4) 그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이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김홍희작가 제공 김홍희작가 제공

세상에 말로 말미암아 지은바 되었다고 합니다. 성경을 왜곡해서 해석한다고 말 할 수는 있지만 어떻습니까 세상의 모든 것을 우리는 말로 표현 합니다. 말이 없는 것은 그것이 존재 하지 않는 것과 사실상 같습니다. 있기는 하지만 그것에 이름이 없거나 용도가 없는 것은 실생활에서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존재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 이름이 있습니다.

말의 시작을 명명하는 일에서 출발했다고 본다면 가치 있는 모든 존재는 하나같이 이름을 붙이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늘의 별들과 이 땅이 동식물과 저 깊은 바닷물 속의 미생물까지 우리가 아는 것에는 모두 이름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모르는 것은 아직 이름이 없습니다.

오감을 통해 세계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서 우리는 그것을 말로 정리 합니다. 다시 말해 말로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경험을 재 축적 한다는 것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말로 생각하고 말로 개념화 한다는 뜻이 되지요.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이미지를 이미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지는 말로 설명하거나 말로 느낌을 표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지 자체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은 말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들은 것을 이미지로 표현 할 수도 있습니다. 본 것을 말로 표현 할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말을 빼고 이미지만으로 이미지를 설명하거나 표현하는 것은 우리 생활에서 아직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말로 생각하고 말로 개념화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표현하고 싶어하 는 것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말로 되지 않는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어 합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면 시나 소설이나 희곡이나 이런 문학으로 다 표현 가능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일정 한계가 있습니다. 사진은 사진으로 표현 가능한 것이 있고, 음악은 음악으로 표현 가능한 것이 있지만 둘 다 일정 한계를 가집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의 전달과 표현이 말로 가능해지면 그 귀중한 가치는 상실 됩니다.

말로 할 수 없는 것, 다른 예술 장르로는 표현 불가능 한 것을 가질 때 사진은 자기 몫을 합니다. 이런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찾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이런 것입니다.

여러분이 찍은 사진을 보고 말로 표현해 봅니다. 그리고 그 말이 단정적으로 끝이 나면 그것은 말로 가능한 것입니다. 말로 설명이나 표현이 불가능 할 때, 그 사진은 새로운 가치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여기 몽골의 작은 은행이 있다”라고 표현 가능하면 그것은 별 가치가 없습니다. “여기 몽골의 작은 은행이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게 되거나 그 말로는 그 사진을 다 표현 할 수 없을 때 그 사진은 새로운 가치를 가집니다.

말은 생각을 고정시킵니다. 고정관념이라고 하는 것은 말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려면 말의 역할을 정지 시켜야 합니다. 이런 작업들이 바로 예술 작업입니다.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다루기 때문이지요. 생각을 멈추기. 말을 멈추기. 그것만이 새로운 생각을 창출하고 새로운 예술을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 줍니다.

말로 불가능 한 사진에 도전 하십시오. 그것이 진정한 사진적, 예술적 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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