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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16)] 나열과 편집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19 14:04 의견 0

사진은 준비부터 편집까지 쉬운 과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촬영을 준비하는 산을 넘었다고 생각했지만 촬영이라는 더 어려운 산이 버티고 있습니다. 이제 한숨 돌리려니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선택해 편집하는 것은 정말이지 미칠 것처럼 어려운 일 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경험은 사진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 중 하나일 것입니다. 선택까지는 겨우 했다고 치지만 편집에 손을 대는 순간 완전히 꿀 먹은 벙어리 신세가 되고 맙니다. 완전히 머릿속이 하얘지지요.

한 장 한 장의 사진에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모두 자신에게 소중하고 나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진을 가지고 스토리를 만들거나 에세이를 만들어 가는 것은 거의 맨몸으로 가시밭길을 걸어가는 기분이 됩니다. 해 본 사람들은 아실 겁니다.

편집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모든 사진에 작가만의 특별한 애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 컷 한 컷 소중하게 촬영 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며, 고생 끝에 얻지 않은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각각의 컷들이 작가와의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 바로 선택과 편집을 어렵게 합니다.

작품과 작가 간의 개인적 애정을 버리는 일. 이것이 선택과 편집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됩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사진을 객관적으로 보는 일. 이것이 어렵습니다. 여기서 객관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이 발표하려고 하는 주제에 부합하는 것을 말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정과 애착 때문에 사진을 버리지 못하고 같은 유형의 사진을 쓰고 또 써서 글로 따지면 동어반복의 연속을 만들어 내는 기본적인 실수를 만듭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대개 작가와 함께 사진을 분류해 보면 첫 번째 쓰고 싶은 사진과 가장 마지막에 쓰고 싶은 사진. 그리고 꼭 쓰고 싶은 사진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누어집니다. 대개 첫 번째 쓰고 싶은 사진과 마지막에 쓰고 싶은 사진들은 잘 골라냅니다. 그런데 초보의 경우 꼭 쓰고 싶은 사진을 잘못 선택해서 사진의 전체 흐름을 망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양보를 안 하고 그 사진을 씀으로서 사진집이나 전시 편집을 망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 왔습니다.

왜냐하면 그 사진을 찍을 때 특별한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3일 밤낮을 기다려 찍었다든가 그 한 장의 사진을 위해 영하 30도에서 버텼다던가 하면 그 사진을 절대 못 버리게 됩니다. 주제가 중요한지 자신의 고생이 중요한지 판단이 안서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입니다.

특히 포토스토리이거나 에세이의 경우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포토스토리는 이미지들이 기승전결을 가지고 연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있다는 말이지요. 에세이는 좀 다릅니다. 스토리의 전개가 없고, 다시 말해 기승전결이 없고 물 흐르듯이 전체적인 이미지가 흘러 하나의 주제를 드러내는 경우를 말 합니다. 그런데도 고생했기 때문에 이 사진을 꼭 써야 한다고 고집 합니다. 주제와 고생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이 두 가지 모두 크게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편집을 해야 합니다. 우선은 대개 비슷한 양상의 사진들을 모읍니다. 예를 들어 시간적으로 비슷하거나 (시간차로 편집 할 때) 또는 장소나 대상이 비슷한 것들을 따로 따로 모읍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한 장의 사진 덩어리로 인식해서 순서를 정해야 합니다.

이 때 자신이 사진을 자신 마음대로 요리하면 안 됩니다. 이 순간 사진은 유기체와 같아서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생명체와 같이 살아 움직입니다. 글쓰기와 사진 모두 마찬가지로 글이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몰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사진이 가고 싶어 하는 대로 따라 가야 한다고 말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글도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이 가고 싶어 하는 대로 타이핑을 하면서 전체적인 밸런스로와 주제로부터 벗어나지 않을 정도만 가다듬으면서 가는 것이 닮았습니다.

왜냐하면 사진이나 글이나 자신의 생각의 결정체이지만 이것이 생산 되거나 창작이 끝난 후엔 유기체처럼 자신이 가고 싶은 대로 걸어가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 합니다. 사진이 스스로 말하게 하기, 앞 사진이 자신의 뒤에 지정하는 사진을 찾아서 붙여 주기. 이런 요소들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편집이 수월해집니다. 보기에 편한 편집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생각에 맞추기 위해 사진을 이리 저리 섞는 것은 대개 나열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이 걸어가게 하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선수들에게 배워야 할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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