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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21)] 작품과 작가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26 21:05 의견 0

아는 작가의 글을 읽으면 그 사람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경험을 가진 분들은 이해하실 것입니다. 작가를 모를 때는 그냥 문자로 읽히지만 작가를 알면 그가 말하는 것처럼 읽힌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의 글과 사람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글과 사람이 매칭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 따로 사람 따로 노는 경우이지요.

저는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강연도 하고 TV도 출연해 방송도 합니다. 저는 만난 사람들은 대개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 합니다. 저로서는 기분이 좋은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한결 같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저 소탈하고 얼굴이 팔렸어도 별 티를 내지 않고 잘난 척은 하지만 밉지 않는 정도로 한다고 이해해 주시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사람과 글이 다르고 작품과 사람이 다른 경우를 봅니다. 숭고하고 깊은 이야기를 쓰거나 그런 작품을 추구하지만 만나보면 별로인 사람들이 가끔 있습니다. 사진은 좀 하는지 모르겠지만 선배에 대한 예의도 없고 인사도 안 하고 안하무인이며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사는 분들도 봅니다.

이런 사람들은 현대사회 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 중에서도 존재했습니다. 여러분이 너무나 잘 아는 모차르트는 스카톨로지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의 작품에 배설물 애호를 주장하거나 찬양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단히 독특하지만 개인적 취향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불후의 명작을 많이 남겼습니다.

김홍희작가 제공

제가 어릴 때 탐독했던 장 자크 루소는 자신의 아이다 다섯인데 모두 고아원에 보낸 인간입니다. 그는 자신의 책 [에밀]에서 부모와 자식 간에는 주입식 교육이 아닌 유대를 중요시 했고, 가난 때문에 아이들을 교육하지 않는 조차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한 인간입니다. 이런 인간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교육관은 현재에도 수용되는 진보적인 교육이념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미국의 영화감독 우디 알렌은 어떻습니까 골든 글로브는 물론 아카데미상을 네 번이나 받았지만 그의 도덕성은 진저리를 치게 합니다. 입양한 딸에게 성적 학대를 한 것은 물론 양녀인 한국계 순이 프레빈(Soon-Yi Previn)의 누드 사진을 소지하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녀와 결혼까지 했습니다.

시인 서정주 선생은 죽고 난 뒤 20권의 전집이 나왔지만 친일과 독재를 도왔다는 이유 때문에 작품집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마광수는 시대의 희생자라고 해서 그의 자살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 합니다.

여러분. 우리는 아주 연약한 인간에 불과합니다. 작가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나약하고 먹고 사는 일에 자신을 팔기도 합니다. 예수의 가장 위대한 제자 중 한 명인 베드로조차 새벽닭이 울기도 전에 예수를 알지 못한다고 자그만치 세 번이나 부인을 합니다.

자살을 방조한 유명한 철학자 쇼펜하우어 자신은 자살하지 않고 천수를 누렸으며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번 인간이기도 합니다. 글과 작품과 인간성이 같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이런 부조리 속에서 도도한 인간이 얼마나 됩니까 그래서 고고한 작가들이 추앙받고 존경 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작품과 작가가 일치하지 않지만 그의 노력으로 새로운 세계를 연 사람도 이상하리만치 많습니다. 우리는 그의 인간성 때문에 작품을 버려야 할까요 아니면 그의 인간성과는 달리 작품을 따로 평가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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