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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23)] 큐레이터와 사진가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2.28 21:45 의견 0

어떤 작품이건 소비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는 예술품의 소비자는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귀족들이었지요. 계관 시인이 있는 것처럼 계관 화가가 있었다는 것이 이를 말 합니다. 그들은 왕을 위해 예술품을 생산 했습니다. 아마 이때의 예술가는 지금의 예술가와는 다른 일종의 장인이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예술이라는 말이 나온 지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인은 어떤 것을 자유자재로 만드는 솜씨를 가진 사람을 말 합니다. 그러나 그는 그 시대가 요구하는 만들기의 룰을 지키는 사람입니다. 예술가는 그 룰을 깨는 사람이지요.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흘렀습니다.

산업혁명 이 후로는 예술품의 소비자가 자본가들에게로 넘어왔습니다. 그리고 현대는 예술을 소비할 만한 양식과 소비 능력이 있는 일반 중산층까지 확산 되었습니다. 이것이 예술품의 소비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우리가 보통 살롱 사진이라고 하는 사진 작품들이 있습니다. 살롱 사진하면 낡았고 왠지 이발소 그림을 연상 시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는 이런 사진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근대에 자본이 확립되고 예술품의 소비가 왕과 귀족에서 자본가와 일반인들에게 넘어갈 즈음 예술품을 파는 큰 시장이 필요했습니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안이 ‘살롱전’이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아트 페어와 비슷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우리가 잘 아는 인상파는 이 살롱전에서 밀려난 새로운 화풍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칭송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인색합니다. 살롱전에서 밀려난 인상파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었는지는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살롱 사진이라고 하는 것은 인상파 이전 시절에 유럽에서 유행하던 하나의 형식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지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나 사진을 하시는 분들 중에 인상파 이전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하면 왠지 낡고 오래 된 것을 하는 것으로 인식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낡고 오래된 것을 한다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실험이 끝난 일에 다시 얽매이면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 하지요.

김홍희작가 제공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품은 갤러리에서 팔았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실은 요즘 그 시장에 현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갤러리에서 팔리던 작품이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로 시장을 옮기고 있습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경쟁으로 예술 시장이 바뀌고 있는 것입니다.

갤러리가 홍보를 해서 팔아 주던 것이 이제는 무작위의 소장자들이 몰려드는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팔아내야 하는 현실에 와 있습니다. 이 때 갤러리의 역할과 큐레이터의 역할이 드러납니다. 자신의 갤러리나 큐레이터의 역량을 발휘에 새롭고 신선하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만한 작품을 모아서 시장에 내 놓아야 하는 이전에 없던 임무를 부여 받습니다.

이 큐레이터의 역할이 작가의 위기와 맞물리게 됩니다. 예를 들어 오래된 이론을 들어 보겠습니다. 여러 명의 나무꾼들이 산에서 나무를 합니다. 자신이 벤 나무의 숫자를 항상 계산해야 하고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시장에 내다 파는 일을 한 사람이 해 주면 좋을 것 같아서 나무꾼 중에 숫자에 밝고 장사를 잘 할만한 사람을 정해 그를 시장으로 내 보고 그에게 나무꾼 품삯을 줍니다.

처음에는 다 같이 공동분배가 가능하지만 시장으로 나간 나무꾼은 결국 관리자가 됩니다. 나무꾼들이 추천한 사람이 종국에는 권력자가 된다는 이론입니다. 그가 나무꾼들의 벌목의 수를 제한하거나 독려하는 입장에 선다는 것이지요. 어쩌면 그들의 임금도 좌지우지하게 될지 모릅니다.

요즘의 큰 전시를 보면 기획자가 자신의 기획에 맞는 작가들을 선별 합니다. 전시하고 싶어도 그의 전시 기획과 맞지 않으면 불려 나갈 수가 없는 구조로 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차례가 언제 올 지도 모릅니다. 전시장의 권력자가 작가에서 큐레이터로 바뀌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작품을 해야 할까요 이게 바로 작가들의 고민입니다. 자신의 성격과 개성이 강한 작품을 한다고 해도 그 작품을 불러내는 사람들은 큐레이터로 바뀐 세상에 여러분은 살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렇게 변하고 있는데 과연 이 과정에서 작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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