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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28)] 예술 작품과 상업 제품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3.07 18:22 의견 0

예술 작품과 상업 제품은 어떻게 구별될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이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 프로와 작가의 차이를 통해 설명합니다. 프로는 클라이언트의 일을 전문성을 가지고 해결해 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사진의 경우는 포토그래퍼가 되겠지요.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일을 자신의 전문성을 드러내면서 클라이언트의 요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창작물을 제공하는 것이 프로입니다.

작가는 다릅니다.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스스로 꼭 해야 할 일종의 철학과 신념의 당위성에 힘입어 자신의 작품을 창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아트페어나 갤러리에 내놓습니다. 그럼 그 작품을 보고 누군가가 사 갑니다. 미리 고객을 선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상품은 고객층을 정하고 생산된 물품입니다. 그러나 작품은 작가의 철학과 신념과 사유의 결정체입니다. 고객을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잘 팔리는 작가가 되면 다양한 주문처로부터 작품 제작 주문이 들어오겠지요. 그 때에도 고객의 입맛에 맞추지 않고 작가의 의도와 철학과 신념과 사유의 결정체로서 지난 작품과는 다른 작품을 창작해 제공합니다. 이 점이 상품과 작품의 차이점입니다.

김홍희작가 제공

작품은 예술 창작 활동으로 탄생한 물건입니다. 상품이나 예술품이나 팔려 나가야 하는 속성은 같습니다.

그러나 상품은 소비자의 필요에 의해 원료를 사용하여 제작되는 물품입니다. 말 그대로 상업성이 우선입니다. 작품은 예술성을 우선으로 하지요. 상품은 어디에나 널려 있지만 작품은 귀하기가 하늘과 같습니다. 미술관이나 소장자 몇 사람에게 제공되는 희귀한 것입니다. 이런 것을 유일성이라고 부르지만 요즘처럼 기술복제 시대나 개념까지 복제하는 시대에는 이전의 작품의 유일성과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상품은 균일하게 생산되는 것을 목표로 하나 작품은 변화와 새로움을 추구합니다. 이 점에서 창작성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로 크게 대별 됩니다. 작품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장식성이란 것이 있습니다. 어디에 걸어도 어울리고 소장자 자신의 예술적 안목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장식성에 힘입어 수없이 팔려 나가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런 작품을 보면 왠지 작품이라기보다는 상품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소비자 우선의 제작 의도와 제품 생산자적 자세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품도 팔려야 하는 숙명을 지닙니다. 작품이 팔리지 않으면 작가는 더 이상의 작업을 수행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작품을 좋아하고 사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만 작품을 많이 팔아내는 작가는 한정되어 있고 그 수도 아주 적습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제품 생산자처럼 활동하면 소장가는 바로 외면합니다. 소비자에게 팔려면 제품을 생산해야 하고, 소장가에게 팔려면 작품을 창작해야 합니다. 이 점이 작가를 어렵게 하는 점입니다.

예술성도 높으면서 대중이 이해하거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중성이 있는 작품을 창작할 수는 없을까 이것이 바로 모든 예술가들의 지향점이자 팔리는 좋은 작품의 예이지요. 이런 작품은 소장자를 기쁘게 하거나 분노하게 하거나 슬프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집니다. 사람의 심성을 자극하고 가치관과 삶의 변화를 일으키게 합니다.

좋은 작품은 철학적이면서 예술적이고 대중적이면서 귀한 법입니다. 여기에 우리 모두의 고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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