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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30)] 내고향 하월곡동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3.08 12:19 의견 0
나의 유년기 추억은 하월곡시장에서 시작된다.지금의 삼양식품 본사가 있는 근처다. 숭곡초등학교가 가깝고 서울북공고 뒤편이다. 지금은 복개천이 되었지만 그 당시엔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그 당시 내 부모님은 하월곡시장 안에서 젓갈과 간장을 파셨다. 집이 따로 없어서 우리 다섯 식구는 가게 안에 구들장을 만들어서 생활을 했다. 우리 다섯식구는 가끔 연탄중독으로 고생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연탄가스를 마신 날에는 늘 내가 일찍 깨서 근처 고모네로 달려가 도움을 청했고 다행히도 우리 식구들은 큰 사고는 없었다.

 

그 시장은 넓은 2층 건물인데 옥상에는 15채 정도의 집이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시골 할머니한테로 보내지기 전까지 그 옥상마을이 나에겐 동네 놀이터였고 거기서 우리 삼형제도 뛰어 놀곤 했다.

 

폐허가 되다시피한 하월곡시장의 옥상엔 십여 채의 허름한 개량한옥이 있다. 어릴적엔 중산층이었는데 지금은 최하층 빈민촌이다.

(사진: 이정환)

십여 년 전부터 하월곡을 기록하며 거길 꼭 사진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번번히 실패를 했다. 그 곳에는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의 거주민들이 극빈층의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올라갈라치면 그곳 주민에게 제지를 당하거나 심하게 욕설을 듣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근처를 지나다가 혹시나 해서 다시 한번 올라가고 싶었다. 일단 올라갔다. 올라가다 그 곳에서 사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할머니의 손에는 막걸리 한 병이 들려있었다.

 

“어디 가슈” “할머니 안녕하세요. 제가 어릴 적에 여기서 살았는데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그러자 할머니가 친절하게 안내를 해준다. “우리 집은 저 끝에 집이라우.” 라며‘저 집은 개가 무서우니 가까이 가지 마라.’‘여긴 총 15세대가 살고 있고 집세는 전세 1,500만원이다.’ 등등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시는 거다.

 

덕분에 편하게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보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방안에서 도란도란 얘길 나누는 소리가 밖으로 흘러나온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아쉬움이 있지만 만약에 큼직한 DSLR을 들고 갔었다면 또 제지를 당했을 거다.

 

아무튼 옛날 생각이 머릿속에서 빙빙 맴돈다. 어릴 적 참 힘들게 살던 그 시절도 이젠 그리운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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