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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30)] 프로와 아마추어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3.15 12:37 의견 0

카메라를 든 사람들은 누구나 프로가 되고 싶어 합니다. 저와 함께 ‘사진집단 일우’에서 사진을 공부 하는 분들도 프로로 전향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저는 현 직장을 유지하고 그냥 아마추어로 살라고 합니다.

공부를 잘 하거나 못 하거나 저는 사진과를 가겠다는 어린 학생들에게 사진과 가지 말라고 합니다. 가서 공부할 것이 없거나 교수님들이 훌륭하지 않아서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대학에 계신 분들은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사진을 할 친구는 아무리 뜯어 말려도 사진을 합니다. 사진을 하지 않을 친구는 아무리 하라고 해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정합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사진을 공부하겠다고 온 고등학생에게 사진을 하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를 말 합니다.

돈이 안 된다. 고난의 길이다.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사진이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다. 등등을 말하지요. 그럼 열에 아홉은 대개 다른 과를 택합니다. 그 중에 한 사람이 세월이 지나 연락이 옵니다. “선생님이 가지 말라던 사진과를 와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작품 좀 봐 주실래요” 참 대견하고 장한 친구입니다. 성심성의껏 어드바이스를 해 주게 됩니다.

이런 친구는 제가 아무리 가지 말라고 해도 마음을 다잡고 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흔들리지 않습니다. 공부를 못해서 사진과를 가거나 별로 하고 싶은 것이 없어서 사진과를 갈 사람이 아닙니다. 자기 좌표가 분명하고 미래의 사진가가 되어 있는 자신을 이미 본 사람이기 때문에 사진과를 가는 것입니다. 이런 친구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밝은 미래가 있습니다.

"페북에 올린 사진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화가 이우환 선생님입니다. 이 사진은 부산의 이우환 공간의 도록에 선생님 프로필 사진으로 들어 간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뒷모습을 프로필로 보내냐고 했지만 선생님은 역시 뒷모습 사진을 택하셨습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직장을 다니던 사람 중에도 역시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극구 뜯어 말립니다. 앞으로 자식은 어떻게 키우고 가정은 어떻게 유지 할 생각이냐고. 대개의 이런 사람들은 정확한 자기 좌표도 없이 회사가 싫어서, 반복 되는 일이 하기 싫어서 사진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 읽힙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회사를 결정한 사람이 사진을 한다고 금방 돈 벌이가 되겠습니까 여기에도 치열한 경쟁이 있습니다. 회사는 회사 내의 경쟁이지만 프로는 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자신보다 10년 이상 일찍 출발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사진으로 밥을 먹고 살 수 있는 신문이나 잡지 일은 거의 새 발의 피 만큼이나 적습니다. 그 일을 따기 위해 노력하거나 이미 기득권을 가지고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그 기득권을 놓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절대 표현 할 수 없는 월등한 사진을 찍어내지 못 하는 이상 그 일거리를 차지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제 친구 중에 ‘송일봉’이라는 여행작가 협회 회장을 지낸 친구가 있습니다. 오래 전에는 대한 항공 모닝컴 편집장을 지냈지요.“송 선생 매주 전국 좋은 곳은 다 돌아다니니 사람들이 부러워하지”그랬더니 송일봉 선생으로부터 돌아 온 답이 이랬습니다.“당신도 매달 외국 돌아다니면서 죽어라 일 하는데 사람들은 관광 다니는 줄 알잖아 사람들은 우리가 어떻게 사는 지를 잘 몰라.”

저는 매번 촬영을 나갈 때 마다 좌절을 합니다. 어쩌다가 잘 걸린 사진 몇 장 때문에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또 출장을 가면 며칠 동안 자신의 무능함에 역시 좌절을 하고 돌아 와서 컴퓨터 앞에 앉아 운 좋게 잘 걸린 사진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 쉬며 하루하루를 연명 합니다. 좌절과 안도의 연속, 이것이 프로의 삶입니다.

카메라를 매고 제가 좋아하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어도 좋고 안 찍어도 좋은 삶이 부럽습니다. 의뢰를 받아 나가면 이것은 지옥을 가는 기분입니다. 세계 최고의 산들을 다 정복한 산악인이 산으로 갈 때 짐을 싸면서 운다고 하는 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두려움 때문이지요. 저도 역시 촬영을 나갈 때 수작이 안 찍히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장비를 챙기고 또 챙기고 합니다.

사진을 즐거움으로 찍는 것과 밥을 먹기 위해 찍는 것은 이렇게 긴장감이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뜯어 말리는 데도 불구하고 사진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은 구제불능입니다. 긍정적 의미에서 구제불능이라는 뜻이지요. 자신이 가고자 하는 좌표가 분명하고 언젠가는 빛을 발 합니다. 이 정도 자기 확신이 없으면 아마추어로 사진을 즐기는 편이 훨씬 인생을 풍요롭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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