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김홍도 그림 위에서 한판 제대로 놀았다- 연극 '환상노정기'
김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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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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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0~11일까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는 음악사극 ‘김홍도의 화첩기행 환상 노정기’가 공연되었다. ‘환상노정기’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전’과 연계된 공연이다.
본 공연에 앞서 배우 양서윤의 사회로 ‘동아시아의 호랑이 미술전’을을 기획한 최선주의 강연이 있었다. 이번 공연과 연계된 호랑이전의 취지와 호랑이가 동아시아에서 상징하는 것, 그리고 한국 호랑이 그림의 특징을 자세하게 설명해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였다. 양서윤 배우는 ‘베어 더 뮤지컬’에서 보여준 청초한 연기와는 또다른 단아하고 차분한 진행모습을 보여주었다.
강연을 진행하는 호랑이전 기획자 최선주
(사진: 김혜령 기자)
음악사극 ‘환상노정기’는 김홍도의 호랑이 그림을 소재로 했다. 호랑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김홍도가 막상 호랑이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극으로 탄생시켰다.
‘환상노정기’는 김홍도 작품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히는 ‘죽하맹호도’와 ‘송하맹호도’를 바탕으로 기획되었으며, 김홍도가 금강산에 가서 호랑이를 만나는 과정을 현실과 상상력을 더해 구현해 냈다. 2016년 의정부국제음악극 축제에서 음악극 어워드 대상에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극의 중심은 소리꾼이다. 혼자서도 폭발적인 에너지와 아우라로 극장을 가득 채운 채 공연을 끌어갔다. 관객들과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어린 아이부터 나이든 관객까지 모두 극 속에 몰입시켜 한시라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관객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 소리꾼이 끌어감에 따라 ‘얼쑤’, ‘좋다’ 추임새를 더하며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환상노정기'의 커튼콜 장면
(사진 : 김혜령 기자)
호랑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호랑이의 움직임을 보여주기 위해 힘차게 상모를 돌렸다. 화려하게 돌아가는 상모가 호랑이의 생명력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호랑이를 만나고 난 뒤 김홍도를 잃어버린 일행이 점쟁이를 통해서 김홍도를 찾고자하는 장면에서 점치는 수단으로 버나돌리기가 등장한다.
버나돌리기란 커다란 원반을 막대기 위에 올려 계속적으로 돌아가게 하는 전통놀이를 말한다. 이 장면에서 버나를 던졌다 받기도 하고 긴 막대기 위에 올리기도 하는 화려한 기술들을 선보이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어린 관객들에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도 전통놀이를 화려하게 접목해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거기에 스크린에 펼쳐진 영상과 극을 절묘하게 어우러지게 해 김홍도 그림 위에서 걸판지게 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3D로 구현해 낸 김홍도의 그림과 창작국악그룹 ‘그림’의 국악연주의 조화는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극의 도입부에서 바람에 풀이 흔들리는 장면에 맞춰 대금, 거문고 가야금, 종이를 흔들어 내는 소리가 가세하는 장면은 잠시 바람들녘에 나온 듯한 판타지를 연출했다.
또한 김홍도가 그린 금강산 그림이 펼쳐지는 영상에서도 국악의 가락이 흐르며 유유자적하게 산세를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김홍도의 감흥을 귀로 느끼도록 재현했다. 귀와 눈이 즐거웠던 연극,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오랜만에 한판 잘 놀 수 있었던 연극 ‘환상노정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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