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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34)] 시(視)와 각(角)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3.21 11:01 의견 0

본다는 것이 선택이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잘 압니다. 시(視)라고 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각(角)이라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선택이라는 말은 당연히 배제라는 것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배제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는 사물의 전체를 보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은 전체를 볼 수가 없습니다. 전체를 보는 듯 하지만 실은 전체 중 일부분을 떼어내어, 선택해서 보는 것이지요. 따라서 인식하는 것조차 모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대상의 일부를 떼어 인식의 틀 속에 가두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인식을 틀을 패러다임이라고 합니다.

이 인식을 틀은 조각조각 난 대상들을 모아 뇌에서 하나의 큰 퍼즐로 완성 합니다. 이것이 ‘보다’라는 것의 정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우리는 감각의 제국에 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경험하는 그 원천은 감각을 통해 들어오지요

그러나 그 감각도 세계의 모든 것을 지각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귀로는 지구가 하는 소리나 공전하는 소리를 듣지 못 합니다. 이런 것을 심리학적으로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감각은 이렇게 모든 것을 지각하는 것 같지만 세계의 일부만을 지각한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지각이라고 하는 것은 정말 일부만은 느끼는 편향적 지각이라도 해도 좋습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본다는 작용은 카메라의 렌즈처럼 눈이 하지만 결코 눈은 인식하지 못 합니다,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 판단은 정보의 조각조각을 모아 지금까지의 총체적 경험을 토대로 뇌가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미 뇌가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무튼 그것이 편견이든 제대로 보는 것이든 상관이 없이 이런 감각의 총체를 뇌가 판단하고 해석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본다는 것은 세 가지의 작용을 일컫습니다. 우선 물리적인 작용이 있습니다. 사물이나 어떤 것으로부터 발생한 빛이 눈을 통해 상이 맺히는 작용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생리적 작용으로 망막에 맺힌 상이 시각 신경을 통해 뇌의 시간 담당 중추 신경에 전달되는 작용을 말 합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감각기능 작용으로 경험이니 기억에 대해 얻어진 것이 두 작용과 합쳐져 세계를 인식하는 작용을 말 합니다.

여러분은 뮬러 라이어 착시(Muller-Lyer Illusion)라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해 보았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같은 길이의 선을 세로로 그려놓고 상하 마지막 부분을 화살표 형태의 꺽쇠 그림은 양쪽에서 마주 보게 그리던지 또는 그 꺽쇠가 바깥을 향하게 그린 그림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면 일반 사람들은 꺽쇠를 바깥으로 그린 선이 훨씬 길다고 느끼는 착시 현상을 말 합니다. 이것이 바로 뮬러 라이어의 착시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똑 같은 사람이지만 인디언이나 에스키모인들은 이런 착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 그것은 그 사람이 자란 환경에 따라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지요.

뿐만 아니라 착시는 선입견 때문에도 일어납니다. 여기 재미있는 실험이 있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부르너(J. S Buruner)와 굿맨(C. C. Godman)은 지적 평균인 열 살짜리 어린이 30명을 동그란 빛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스크린 앞에 앉힌 다음 1센트, 10센트, 25센트, 50센트짜리 동전을 보여줍니다. 이후 머릿속에 떠오른 동전의 크기만큼 동그란 빛으로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어린이들이 액면가가 큰 동전일수록 실제 크기보다 크게 그렸다는 연구 결과입니다.

우리는 “볼 때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선택이란 배제를 등에 업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선택해서 본 것 역시 착시를 얼마든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진을 찍는 것도 선택입니다. 프레임을 정하면 나머지는 다 버리게 되지요. 이 선택한 프레임의 세상의 본질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도 편견과 착시가 있다는 것. 오늘의 핵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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