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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35)] 보다와 의미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3.22 11:04 의견 0

우리는 늑대 소년 이야기를 알고 있습니다. 어려서 늑대의 젖을 먹고 자라고 늑대 틈에서 자란 소년 이야기. 그런데 사람을 보지 못하고 자란 늑대 소년은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한다, 인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보셨나요 왜냐하면 눈으로 보지 않고 뇌가 가지고 있는 경험의 총체로 보기 때문이지요. 뇌가 경험하지 못한 것은 보아도 보지 못한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실험이기는 하지만 여성이 옷을 벗으면 여성으로 보이지 않고 남성의 눈에는 사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예라고 봅니다. 이것은 과학적 예제일 뿐 페미니스트님들 화 내지 말아 주세요.

아무튼 빨간 사과는 빨간색이 아니라 빨간 사과를 제외한 모든 색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사진집단 일우’ 강의 시간 때 자주 하는 말입니다. 훌륭한 화가들은 빨간색을 200가지로 구분 한다고 합니다. 외제 페인트를 사러 가 보면 빨간색에도 수 없는 빨간색이 있지요. 그리고 그 고유의 색 번호가 있습니다. 이것을 색티로 만들어 둡니다. 사람들은 그 색 띠를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빨간색을 주문합니다.

그러면 페인트 회사에서 자신이 원하는 빨간색을 조색해서 줍니다. 일반적인 빨간색과는 다른 색이지요. 이렇듯 빨간색을 200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빨강은 그저 빨강일 뿐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여려분, 머릿속에서 정삼각형을 한 번 그려 보세요. 약간의 기하학적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정삼각형을 그릴 수 있습니다. 정삼각형은 세 변의 길이가 모두 같은 삼각형을 말 합니다. 그리고 세 각의 크기는 모두 60°로 같습니다. 따라서 정삼각형은 예각삼각형이기도 하고, 이등변삼각형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 머릿속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삼각형을 그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로 돌아와서 이런 삼각형을 그리는 것은 무리입니다. 가능하다고요 어떤 자로 세 변이 같은 삼각형을 그를 수 있다는 말입니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는 1억분의 1 또는 그 이상의 오차를 인정합니다. 머릿속만이 정삼각형의 오차가 없습니다. 이것이 개념이고 머릿속 세상이고 가상의 세계입니다.

그릴 수 없고, 보일 수 없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그리고 인간이란 볼 수 없는 것을 본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증명한 것입니다. 이것을 증명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카니자(Ganetano Kaniza)입니다. 그가 제시한 ‘카니자의 삼각형’을 통해 세 개의 물고기 중 한 마리만이라도 약간 틀어지면 정삼각으로 인식하지 않는 우리 인식의 문제를 다룬 것입니다. 또 그의 삼각형에는 선이 중간에 비어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삼각형으로 인식 한다는 거죠.

그 그어지지 않은 공간에도 우리는 거침없는 상상력을 통해 완전한 정삼각형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보이거나 보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사진도 이런 것은 아닐까요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당신이 채 그리지 않은 것을 우리가 공유하기 때문에 감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이 그리는 세상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본 것 또한 완전하지 않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당신의 사진을 통해 완전을 읽어 냅니다. 이런 것이야 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진의 원점은 아닌지요.당신이 찍은 피사체가 카니자의 삼각형라고 찍었지만 실은 아니지요. 그렇지만 관객을 거기서 카이자의 삼각형을 보는 것. 이것이 바로 공감이고 감동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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