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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종이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하다 -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

김혜령 기자 승인 2018.03.22 19:59 의견 0
서울 경복궁 근처에 있는 대림미술관.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모토로 시민들이 일상에서 보다 가깝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장소다. 지난 12월 9일부터 오는 5월 27일까지 열리는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이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장 입구의 모습

(사진 : 김혜령 기자)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 이번 전시의 테마는 바로 종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던 종이로 된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 메모지, 노트 등 고개를 돌리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지만, 종이가 아티스트들을 만나 감성예술로 전환되는 과정들을 담았다. 특히 SNS에서 오밤으로 활동 중인 이정현 작가의 시집 ‘달을 닮은 너에게’의 일부 구절들을 바닥, 벽면 등에 영상으로 보여주며 전시의 감수성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첫 번째 층 : 흰 종이가 전달하는 자연의 아름다움

 

전시는 크게 세 개의 층으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첫 번째 층에 전시된 종이들은 모두 색이 없다. 흰 종이가 줄 수 있는 깨끗함, 맑은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안에 조명, 그림자, 그 빛을 받은 종이가 삼박자를 이루며 메모지에 불과했던 종이가 새로 태어나는 것을 실감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리차드 스위니, 타히티 퍼슨, 아틀리에 오이의 작품이 관객을 맞이한다.

 

리차드 스위니의 작품 기하학적인 모양이 유려한 곡선을 이루며 아름다움을 전달한다.

(사진 : 김혜령 기자)

 

처음 조우하는 작품은 리차드 스위니의 작품이다. 손으로 접거나 구부려 만든 그의 작품은 기하학적이면서도 우아함을 선사한다. 타히티 퍼슨의 작품들은 종이를 파서 만든 작품이다. 도안 없이 손이 이끄는 대로 종이를 조각하는 그의 작품에서는 그림자까지 모두 예술이 된다. 잘린 종이의 틈새로 비추는 조명과 조명이 만든 그림자를 함께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비춰진 햇살과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왼쪽부터 아뜰리에 오이의 작품과 타히티 퍼슨의 작품.

(사진 : 김혜령 기자)

 

마지막으로 디자인 스튜디오 아틀리에 오이의 작품들은 종이꽃이 여러 모빌로 얽혀있는 형상이다.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감상할 수 있게 모빌 아래 거울을 설치했다. 거울을 통해서 보는 모빌의 모습,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미세하게 흔들리는 운동성, 조명과 모빌로 인해 생기는 그림자까지 모든 것이 예술로 느껴지는 공간이다.

 

두 번째 층 : 일상생활에 스며든 종이, 상상력을 자극하다

 

첫 번째 층이 자연을 주제로 담았다면 두 번째 층은 일상생활로 우리와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전시물들을 볼 수 있다. 다채로운 색감이 어우러진 작품들, 우리의 삶에 접목된 작품들은 전시를 접하는 우리의 잠자는 상상력을 일깨운다.

 

두 번째 층 첫 전시장에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가구들을 종이로 만든 작품을 볼 수 있다. 토드 분체는 종이를 접어 연결되는 형상의 종이 커튼을 만들었다. 하늘하늘하면서도 화려하게 컷팅된 종이들을 보면 자연스레 커튼의 느낌이 와 닿는다.

 

토드 분체의 종이 커튼과 줄 와이델의 벽걸이 장식, 스튜디오 옵의 스텐드. 일상생활용품을 종이로 만들었다.

(사진 : 김혜령 기자)

 

토드 분체의 제자 줄 와이벨은 종이를 접어 일상생활과 관련한 벽장식, 쿠션 등을 만들어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접어서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에 따라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접혀진 종이들이 주는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다.

 

스튜디오 욥은 종이의 단단함을 강조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샹들리에, 탁자, 장롱 등을 통해 ‘종이는 잘 찢어진다’는 편견을 깨며 새로운 충격으로 전달된다.

 

토라푸 아키텍츠는 얇게 잘린 종이로 접시를 만들어 전시했다. 도저히 종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얇은 종이 그릇은 탄성을 자아낸다. 보는 방향마다 색깔이 달라지는 접시의 색은 보는 이에게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씨몬스터. 물고기를 형상화한 바다괴물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진 : 김혜령 기자)

 

다음으로는 동화적 색채감과 전시물로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프랑스의 듀오 디자이너는 다양한 색감과 섬세한 커팅을 이용해 색채의 향연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이 레이저 프린터가 아닌 사람의 손 끝에서 탄생했다고 하니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어린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좋은 전시물들이 많다. 카메라, 전화기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물건들과 함께 등에 성이 달린 거대한 물고기는 단연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작품이다. 마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연상시키는 듯하다.

 

완다 바르셀로나의 설치미술. 등나무 꽃이 빛을 받아 색이 변화하는 것을 표현했다.

(사진 : 김혜령 기자)

 

두 번째 공간의 마지막 작품은 스페인 작가 완다 바르셀로나의 설치미술이다. 4천여 개의 꽃송이와 크리스탈을 이용해 화려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햇살에 따라 색이 변하는 등나무 꽃의 모습을 담았다. 자연스러운 조명, 공간 한쪽에 나 있는 창문마저 전시의 일부로 느낄 수 있다.

 

세 번째 층 : 숨겨진 분홍빛 감성을 물들이다

 

마지막 공간은 마음스튜디오가 꾸민 공간으로 분홍색 종이갈대가 가득하다. 전시장 벽면에는 거울을 설치해 끝없이 이어진 갈대밭을 표현했다. 마음스튜디오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전시공간을 꾸몄다. 디자인 프로젝트에 마음을 담아 전달하고 싶다는 스튜디오의 취지에 부합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마음 스튜디오에서 전시한 분홍 갈대밭의 사진. 아름다운 갈대가 마음을 사로잡는다.

(사진 : 김혜령 기자)

 

관람객들은 자연적인 억새밭과는 다른 종이 갈대의 새로운 감수성에 젖는다. 천장을 한지로 꾸며 따스함과 아늑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다른 전시장과는 달리 음악이 연주된다. 전시장에 있는 음악 역시 이번 전시를 위해서 특별하게 제작된 음악으로 갈대의 감수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음악을 통해서 감추어져 있던 아름다운 기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이렇게 전시는 거대한 자연에서부터 일상생활, 사람의 기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형태로 구성되어있으며 이들 전시를 통해 사람들은 종이가 주는 단순한 자극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수성과 마주하게 된다. 종이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상상력을 마주하고 싶다면, 더 늦기 전에 대림 미술관에 찾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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