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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생계형 코미디의 진수를 맛보다" - 연극 '와일드 패밀리'

김혜령 기자 승인 2018.03.28 12:20 의견 0
대형 극장에서 느끼지 못하는 대학로 소극장만의 감성이 있다. 좁은 무대를 최대한 활용한 움직임, 가까운 무대라 느낄 수 있는 배우들의 표정과 숨소리, 배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관객들까지... 또한 대학로 무대는 통통 튀는 새싹같은 젊은 배우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 대학로에서 뜨고 있는 <와일드 패밀리>는 이런 대학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미 잘 알려진 작품 <우리집에 왜 왔니>를 새롭게 각색한 추적 코미디 연극으로, 생계형 코미디극 <오백에 삼십>을 대학로에서 성공시킨 극단 <돼지>가 2월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대물파 조직과 연관된 늑대를 체포하는 형사 오민중

(대학로발전소 제공)

 

경찰이 된 동생을 위해 건달 생활을 접고 어머니와 칼국수 집을 운영하는 ‘오민상’.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 대물파에서 마약사건이 발생하고, 우연의 일치로 그날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한다.

 

강력계 형사가 된 동생, 자신의 부하로 있던 들개, 가게 단골 여 순경인 이순경은 사건의 진행에 따라 모두 가게로 모이고... 사고당한 어머니 대신 칼국수 집에 일하려고 온 의문의 여인 노숙자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뒤엉키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더한다. 알고 보니 사라진 마약은 어머니가 숨긴 것이었다. 이들은 모두 어머니의 유산이 되어버린 몇 십 억에 달하는 마약을 찾기 위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다.

 

비가내리는 배경으로 등장한 의문의 여인 노숙자. 첫 등장이 강렬하다.

(대학로발전소 제공)

 

연극은 계속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펼쳐내지만, 그 왁자지껄함이 관객들에게 산만함으로 다가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왁자지껄함 속에서 끊임없는 웃음의 직구를 관객들에게 던진다. 직구에 맞은 관객들은 극이 끝날 때까지 웃음을 멈추지 못한다. 극단 <돼지>는 현재 대학로에서 공연되고 있는 <오백에 삼십>에 이어 서민들의 평범한 삶을 배경으로 한 생계형 코미디로 가슴 후련한 홈런을 날려 주었다.

 

관객들을 90분간 쉼 없는 웃음으로 이끌 수 있었던 기저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덕이다. ‘오민상’ 역의 이희인은 건들거리는 말투와 태도로 전직 건달의 모습을 맛깔나게 재연해냈다. 서하얀은 ‘칼국수집 어머니’와 묘령의 여인 ‘노숙자’로 1인 2역을 멋지게 소화한다. ‘들개’ 역의 이재원, ‘이순경’의 오수빈, ‘오민상’의 동생이자 강력계 형사 ‘오민중’ 역 류기범 등이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며 극의 매력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연극은 단순한 웃음만을 담지 않는다. 웃음에 가족애를 버무려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코드로 담아냈다. 봄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다시 느낄 수 있는 유쾌한 무대를 원한다면 <와일드 패밀리>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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