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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39)] "내가 왜 욕쟁이여? 씨벌"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3.30 08:59 의견 0
수지로 이사간 외삼촌이 술 한잔 마시자며 미아리에 오셨다.

 

외삼촌은 39년을 미아리에서 살다 잠시 수지로 이사를 한 후 지금은 전남 고흥 나로도에서 팬션을 운영한다.

 

늘 "이제는 미아리가 고향이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던 분인데 수지로 이사를 가니 술벗이 없고 단골 술집도 없어서 사는 게 너무 심심하다고 한다. 간만에 제2의 고향인 미아리에 온 외삼촌과 욕쟁이 탱자네 가서 한잔 하러 갔다.(외삼촌의 고향은 전북 익산이다. 스무 살에 서울로 왔다.) 탱자씨와 외삼촌은 동갑이라 친구 사이로 막역하게 지낸다.

 

탱자네 실내포차로 들어서지 그녀가 "어이~ 친구 왔나" 라며 반갑게 외삼촌을 맞이한다.

 

"이봐 조까, 요즘 왜 자지 안 만나" 탱자씨가 나를 보더니 성열 형의 안부를 묻는다. 탱자씨는 내 동네 선배인 성열 형을 자지라고 부른다. 그녀가 성열 형을 자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성열 형이 탱자씨네 가게 옆에서 성인용품점을 잠시 했었기 때문이다. 또 그녀가 나를 조까라고 부르는 건 친구인 외삼촌의 조카라서 인데 나한테 기분이 좋으면 조카 기분이 좀 나쁘면 조까라고 되게 부르는 거다.

 

나로도로 이사간 외삼촌과 욕쟁이 탱자씨는 나보단 열살 위 동갑내기 친구 사이다.

(사진: 이정환)

 

성인용품점 안이 무척 궁금했던 그녀는 성열 형에게 가게 좀 구경시켜달라고 여러 번 조르면서도 막상 형이 아무 때나 와서 커피 한잔 마시고 가래도 막상 용기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가게 안을 보고나선 쇼 윈도우에 진열된 남녀성기 모양의 성인용품을 보고 기겁을 하고 만 거다. 그 이후로 그녀는 성열 형을 '자지'라는 별명으로 부르게 됐다.

 

"여기 같이 오던 자지 동창애 있잖아...... 그 여시 같은 애...... 그년을 자지가 조져버렸나 봐. 둘이서 살림을 차렸대. 조까는 그 얘기 알아" 아무튼 걸지게 욕을 해도 탱자씨가 욕을 하면 왠지 구수하다.

 

"페이스북이 뭐야 울 아들놈 마누라 될 아이가 <미아리 이야기>라는 데에 내 얘기가 있다고 배꼽 잡고 웃던데 이봐 씨벌 조까, 자꾸 날 욕쟁이로 만들면 재미없어. 내가 왜 욕쟁이여 씨벌"이라며 자기가 먼저 배꼽을 잡으며 웃는다.

 

오랜만에 미아리 나들이를 한 외삼촌과 욕쟁이 탱자씨는 자식들 얘기를 안주 삼아 주거니 받거니 거나하게 취한다. 탱자씨는 '속 썩이던 아들놈이 벌써 제대를 하고 취직해서 여자친구와 집엘 들락 거린 다느니 그러다 결혼도 시키기 전에 손주를 보게 될 거 같다느니'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와 수다스럽다.

 

손님과 술을 안 마시는 탱자씨도 그날은 외삼촌과 거나하게 취했고 결국은 탱자씨네 포장마차 앞에 있는 혜란이네 노래방까지 가서 진한 회포를 풀었다. 외참촌은 얼마 후 나로도로 이사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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