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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41)] 이해와 느낌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4.04 13:45 의견 0

사진을 보면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합니다. "이 사진의 뜻은 무엇일까요" 라고.

그런데 어떤 사진은 의미를 담고 있고 어떤 사진은 뜻을 담고 있지 않은 사진이 있습니다. 뜻을 담고 있지 않은 사진을 가지고 그 사진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사진이 어떤 뜻을 담고 있거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사진을 보는데 방해가 됩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촬영해서 공유하는 사진, 즉 저널리즘 사진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뜻과 목적이 있습니다. 광화문을 대로에 촛불 집회 사진을 보면 여러분은 광우병이나 정치적 모임을 금방 떠올릴 겁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기억 속에 이미 이런 이미지를 수도 없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고흐의 ‘아를 포. 카페테라스’ 그림을 보여주면서 이 그림의 뜻을 말해 보시오. 라고 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그림의 뜻을 찾아나서는 여러분은 대개 빈손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고흐는 아니지만 만약 같은 곳의 사진을 찍었다면 어떤 의미를 담으면서 찍으려고 하지 않고 그 아름다움에 또는 말 할 수 없는 무엇이가에 매료되어 촬영을 했을 것이니까요.

고흐의 "아를 포. 카페테라스"

사진을 보고 질문할 수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말 그대로 “무슨 뜻입니까” 라고 질문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이 사진의 보고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라고 물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고흐의 ‘아를 포. 카페테라스’를 보고 다시 한 번 질문해 보겠습니다. 여러분 고희의 ‘아를 포. 카페테라스’를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아마 모르긴 모르지만 수많은 답을 여러분은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진도 고흐의 그림처럼 느낌을 물어야 답을 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은 미술관을 가든지 전시를 가든지 사진전을 갈 때마다 모든 작품의 의미를 물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이후로는 의미를 물어야 하는 작품과 느껴야 하는 작품을 차이를 알게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작품의 의미는 세월이 지나면 비평가가 그 작품이 세간에 미친 영향 등으로 작품의 의미를 문자화 합니다.

그것이 언제나 옳지는 않지만 오랜 시간 동안 살아남은 글이라면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글이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비평가들의 여러 가지 반박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글이니까요. 그러나 여러분은 항상 거기에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생각이 따로 있으니까요.

김홍희 제공

이 사진은 제가 군산과 변산을 잇는 새만금 공사할 때 촬영한 것입니다. 아주 오래전의 사진이지요. 아마 제가 40줄을 넘기면서 촬영한 사진이라고 기억 합니다. 그 때 저는 삶의 깊은 의미를 깨우치기 위해 끝없는 방랑을 했습니다. 많은 곳을 돌아다녔고 특히 해지는 변산에 매료 되었습니다.

아무튼 이 사진을 보고 여러분에게 의미를 물으면 그 답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 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으십니까 라고 질문을 뒤집으면 여러분은 다양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느낌을 묻는 것에 대한 답은 대개 형용사로 답을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답을 구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학교의 잘못된 교육 탓이지요. 의미를 찾아 정답과 짝을 짓는 오랜 습관 때문에 여러분은 느낌 즉 형용사적 답을 구하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논리적인 문구로 답을 하시게 되는 것입니다.

형용사적 답은 대개 이런 답들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사진을 보고 답을 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추위 보인다’, ‘쓸쓸하다’, ‘아련하다’, ‘왠지 불빛이 있어 희망적이다’ 등등이 있습니다. 대개가 다 형용사적인 느낌을 말 했습니다. 왠지 불빛이 있어 희망적이라는 말도 그다지 논리적인 표현으로 생각이 되지 않고 자신의 느낌을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사진은 논리 정연한 뜻과 목적을 가지고 전달을 주로 하는 사진이 있으면, 그런 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의 당시 느낌을 담아 둘 수도 있습니다. 그 때 우리는 사진을 보고 그가 ‘느낀 것’을 공유하는 능력이 있으면 그를 이해하게 됩니다. 40줄을 지나면서 삶의 불확실성에 운명을 걸고 있는 한 남자의 외롭고 쓸쓸한 싸움을 이해가게 됩니다. 이것이 사진을 느끼는 법입니다.

모든 사진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기보다는 느끼는 사진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느끼면서 그 작가의 그 시절을 돌아보면서 지난한 삶의 여정을 어떻게 겪어 왔는지를 알아보는 것. 이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위해 이 사진에 썼던 캡션을 올립니다.

“불빛에게 물었다.거기가 끝이냐

불빛이 답했다.여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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