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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_이야기(42)] 맘 편하게 사진 찍기도 참 힘든 미아리다

이정환 기자 승인 2018.04.05 13:12 의견 0
"아저씨 뭘 찍는 거에요" 남자가 어깨에 힘주고 기분 나쁜 투로 말을 건다."왜요 뭘 찍냐고요 보면 몰라요 사진 찍습니다." 나도 기분 나쁘다는 듯 대답했다."이런 사진 찍으려면 건물 주인에게 허락을 맡고 찍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말을 던진다.

 

"내 맘대로 사진을 못 찍는단 말입니까 내가 지금 위법을 하는 거에요" 짜증스런 인상으로 큰소리를 지르니 남자가 슬금슬금 뒷걸음을 친다. 가뜩이나 조금 전에 안 좋은 일이 있어서 화가 나있었는데 사진을 왜 찍냐는 얘길 들으니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사진을 찍고 난 후 아내가 기다리는 은행으로 갔다. 은행 일을 마친 후 숭인시장 앞에서 사진 한 장 더 찍고 삼거리에 있는 오동나무 사진을 찍으러 가려던 참에 어떤 아줌마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저기요, 아저씨 기분 나쁘게 듣진 마시고요. 아까 그 사진 왜 찍으신 겁니까 어디서 나오셨나요"“아주머닌 누구인데요" 내가 날을 세우며 대답을 하자 움찔한다."사진을 어디에 쓰시려고 찍으셨나요 죄송하지만......""저는 사진 찍는 사람입니다. 전시를 하거나 원고를 쓰려고 찍은 겁니다." 라고 대답하니 그 때야 아줌마의 얼굴이 환해진다."사진작가세요 아 그러시구나."

 

미아삼거리 먹자골목, 예전엔 좌우로 속칭 찻집이라고 불리는 색시집이 즐비했다.

(사진: 이정환)

 

얘길 들어보니 이 아줌마는 이번에 여관골목 입구에 있던 노래방 자리에 새로 개업을 준비하는 횟집 사장이다. 증 개축을 하면서 도로를 약간 점유를 하는 게 맘에 걸렸나 보다. 혹시나 사진을 찍어서 구청에 민원을 넣을 까봐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아주머니 저 이 동네에서만 49년째 삽니다. 동네주민들한테 피해줄 일은 안 하니 아무 걱정 마세요." 나는 왜 사진을 찍었는지 어디에 쓸 건지 민원 같은 거 절대 안 넣을 거란 걸 설명해줬다. 그제서야 아줌마의 안색이 풀린다.

 

“그런데 아까 그 남자분은 누구세요” 나는 혹시 그 아줌마의 남편인가 해서 물었더니,“네 남자요 모르겠는데요” 라기에 남자의 생김새를 설명하자 그제서야 알겠다는 듯이 “아! 행운장모텔 사장님인가 보다.” 라고 대답을 한다.

 

대지극장 뒷골목은 꽤나 알려진 여관촌인데 요즘 경쟁이 붙어서 서로 앞다퉈 리모델링 중이다. 행운장모텔은 그 아줌마네 횟집 바로 옆이다. 행운장모텔도 묵은 때를 벗기고 새 단장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리모델링을 하면서 불법으로 증 개축을 하던 중에 누군가 폼 나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니 그 아줌마처럼 걱정이 됐던 모양이다.

 

“아주머니가 잘 말씀해줘요. 저는 그냥 제 사진전을 위해서 찍는 거라고.”

 

며칠 후 시내로 나들이를 갔다 오는 길에 전철역 부근에 점을 보는 천막이 생긴 걸 보게 됐다. 워낙 점집이 많은 동네인데 ‘이제 길거리에도 점집이 생겼구나’ 생각하며 안을 들여다 보니 두 쌍의 연인이 점을 보고 있었다. 나름대로 그림이 좋아 보이기에 카메라를 들었다.

 

그때 뒤에서 누가 소리를 지른다.“뭘 찍는 거에요” 뒤돌아 보니 구두수선 아저씨다.가끔 이용했던 곳이라 서로 안면이 있었는데 뒤돌아선 내 얼굴을 보곤 “아! 안녕하세요 뭘 찍으시나 해서요.” 나름대로 이웃에서 영업하는 곳의 사진을 찍는 걸 보곤 보호본능이 생긴 거다.

 

맘 편하게 사진 찍기도 참 힘든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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