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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42)] 과정과 결과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4.05 13:21 의견 0

올림픽 경기에는 프로는 출전하지 못하고 순수한 아마추어만 출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가 하는데 가장 큰 의의가 있습니다.

사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추어는 자신의 작품을 하는데 잘 나와도 그만 못 나와도 그만입니다. 잘 나오면 친구들에게 자랑하면 되지만 못 나오면 그 작품을 안 보여 주면 됩니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지요. 돈을 벌기 위해 작품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점에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절대적 차이를 보입니다. 아마추어는 안 보여도 되지만 프로는 클라이언트로 의뢰를 받은 일이라면 반드시 그 결과를 클라이언트에게 제공해야 합니다. 이 점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저는 생각 합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그래서 아마추어는 촬영하는 기분이 가볍고 프로는 무겁습니다. 사진도 촬영하는 쟝르가 다양합니다. 상품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광고 사진가부터 가구나 자동차를 찍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잡지를 위한 취재를 하는 프로도 있습니다. 이런 촬영이 가지는 특성은 대개 1회성이라는 것입니다.

아마추어는 자신이 찍는 사진을 위해 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갈 수도 있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촬영을 하고 또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프로는 일은 대개 1회성이라는 데 중압감이 있습니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최고의 사진을 만들어야 한다는 무게감이지요.

프로라고 다 프로는 아닙니다. 프로에도 급수가 있고 단수가 있습니다. 최고들은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95점에서 100점 사이의 작품으로 응답 합니다. 그리고 플러스알파를 하지요. 여기서 플러스알파라고 하는 것은 클라이언트가 기대하지 못 했던 것까지 담아 오는 사람을 말 합니다. 이런 프로를 1류 라고 합니다.

2류는 90점과 95점대를 유지하면 되겠지요. 3류는 좀 안타깝지만 80점대에서 머물러 90점대를 넘어서지 못하는 사람을 말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점수로 이런 것을 구별한다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기어코 구별을 하자면 이렇다는 것으로 인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아마추어는 실로 프로보다 훨씬 좋은 사진을 찍을 여건이 됩니다. 그들은 같은 장소를 수도 없이 가서 자신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우선 촬영 여건이 1회성이 아니기 때문에 찍고 또 찍어 좋은 사진이 나올 때까지 버틸 수가 있습니다. 이 점이 프로와 나누어지는 결정적인 차이가 될 것입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이런 것을 우리는 ‘과정’과 ‘결과’라는 말로 표현 합니다. 아마추어는 즐기는 ‘과정’이 소중하고 프로는 불쌍하게도 피 터지는 ‘결과’에 집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내 일본 친구 중에 겨울 만주 취재를 의뢰 받고 만주로 날아갔습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만주의 겨울은 영하 40도를 오르내립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카메라들은 작동을 하지 않습니다. 당시는 필름 시대였고 모터드라이브가 그 추위 속에 작동을 한다고 쳐도 장착된 필름이 그냥 끊어져 버립니다. 그렇다고 필름 감개 레버를 조용히 감아도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메라가 얼고 셔터 박스도 얼고 셔터도 얼어서 더 이상 카메라가 작동을 하지 않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경험을 하기 쉽지 않지만 혹한의 나라에서는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런데 이 친구는 그런 상황이 발생할 것을 미리 짐작하고 당시 Canon의 최고 기종이었던 F1과 T90-당시 탱크라고 불리던 슬림한 디자인의 Canon 카메라-과 더불어 28미리를 장착한 라이카를 함께 들고 갔었습니다.

Canon의 모든 카메라가 얼어붙었을 때 그는 품안에 품고 있던 라이카를 꺼내서 촬영을 계속할 수 있었다는 후일담을 들었습니다. 라이카는 작아서 품속에 넣고 체온으로 데워 가면서 촬영 할 때만 꺼내 촬영을 하고 다시 품속으로 넣기를 반복하면서 만주 취재를 완벽하게 마치고 돌아 왔다는 것입니다.

프로는 클라이언트가 부탁한 일을 정해진 날짜에 클라이언트가 놀라워 할 정도의 작품을 정확히 제공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마추의와 차이가 나지요. 프로는 결과에 목숨을 걸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마추어는 결과 보다 과정에 즐거움이 있습니다. 저도 가끔 아마추어처럼 의뢰 없이 사진을 찍어도 좋고 안 찍어도 좋은, 그리고 결과를 내지 않아도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도 참여만 하는데 의의가 있는 사진 생활이 가끔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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