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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44)] 절실함과 사진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4.09 12:19 의견 0

많은 사람들의 질문 중에 하나가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입니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질문이고 당연히 하는 질문이 되겠지요. 사람들은 사진에 왕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렇지만 사진도 수학처럼 왕도가 없습니다. 다만 왕도는 없지만 정도는 있지요.

요즘의 카메라는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최고의 컴퓨터에 렌즈가 달린 것이 바로 카메라입니다. 실로 카메라에 대한 공부를 하지 않더라고 자동으로 세팅을 해서 파사체에만 집중을 하면 일정 수준의 사진을 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사진 선생이나 학생들을 포함해서-은 이 기능 공부가 사진 공부라고 생각 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카메라의 기능을 익히기 위한 카메라 공부라고 이미 말씀 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사진 공부를 멈추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제가 지금 사진판 전체적인 상식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이 글을 쓰고 있기도 합니다.

저에게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 저는 간단하게 ‘절실함’이라고 말 합니다. 이 말을 듣는 많은 사람들은 실망의 기색이 역력합니다. 거의 들어서는 안 될 말을 들은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김홍희 작가 제공

왜 그 사람들은 실망할까요 그들은 대개 사진을 잘 찍는 요소 중에 기능의 무엇하나만 통달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 것이라는 선입관 때문입니다. 사진은 하나의 기능만을 터득한다고 해서 잘 찍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카메라를 가지고 총제척인 밸런스-빛과 구도와 감정의 일체감-를 잡아 원하는 피사체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찍기 위해서는 ‘숙련’이 필요합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숙련 없는 왕도를 물어보는 것이지요.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촬영의 도구인 카메라를 눈의 연장으로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치 우리가 눈으로 사물을 보듯이 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 본 것이 같아야 하는 것이지요. 맨눈으로 보는 것 다르고 파인더로 보는 것이 다른 게 아니라, 이 둘의 일치감을 숙련을 통해 얻어야 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를 손의 일부 또 눈의 일부가 되도록 만지작거리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촬영 하는 날만 들고 나가서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지요. 앉으나 서나 카메라를 만지고 카메라에 달려 있는 다이얼과 보턴들의 기능을 이해하고 눈을 감고도 그것들을 조작할 수 있는 숙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런 것을 하지 않고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방법을 묻는 것은 노력하지 않고 사진을 잘 찍겠다는 욕심에 불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나면 이 다음이 중요 합니다. 경상도 말에는 ‘애살’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자신이 맡은 일을 잘하고자 하는 욕심과 애착이 있는 상태를 말하며, 주로 여성에게 쓰이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애살이 사진의 결과를 좌우 합니다.무엇인가를 잘 해내고자 하는 애살. 표준말로 하면 ‘절실함’ 과는 좀 다르지만 저는 절실함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애살과 절실함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고 저는 봅니다. 잘 찍혀도 좋고 안 찍혀도 좋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과 반드시 잘 찍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 중에 누가 사진의 발전이 빠르고 좋은 결과를 얻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입니다.

저 같은 프로에게도 절실함은 통용 됩니다. 저는 보통 저와 함께 사진을 공부하는 ‘사진집단 일우’ 친구들에게 ‘끝장을 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대개의 아마추어는 피사체를 보면 자신이 맘에 든다고 생각되는 사진을 몇 장 찍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그리고 저의 생각은 프로와 일반 아마추어의 실력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절실함에서 다릅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한 장소에서 몇 장 정도를 찍고 그 자리를 떠날 때 저는 그 자리에서 그 사람의 적어도 열 배는 넘게 촬영 합니다. 그가 열 장 찍으면 저는 백 장 찍습니다. 그가 천 장 찍으면 저는 적어도 만 장 찍습니다.

그리고 실력이 비슷한 아마추어 보다 촬영 장 수가 적어도 10배가 넘기 때문에 좋은 사진이 걸릴 확률이 10배로 증가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절실함의 현실적 표현입니다. 100장 찍어 10 장을 고를 수 있는 실력이라면 저는 1,000 장을 찍어 100장을 고를 수 있는 확률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10장의 사진 중에 좋은 사진을 1장을 고를 때, 실력이 비슷한 저는 100장 중에 10장의 좋은 사진을 고르게 되는 것입니다.

절실함은 마음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현실의 문제로 다루면 이런 행위가 따라야 합니다. 이 ‘끝장을 보는 절실함’이야 말로 당신의 사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게 만드는 중요한 실천 덕목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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