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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골목은살아있다(2)] 불 꺼지는 골목, 대안은 주민에게 있다

윤준식 기자 승인 2018.04.29 22:10 | 최종 수정 2020.05.21 20:45 의견 0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맥도날드. ‘빅맥지수’라고 하여 국제 통화를 비교하기 위해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 가격을 비교해 물가와 통화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나왔을 정도다. 88올림픽을 기해 맥도날드가 한국에 진출한지 무려 30년. 각 지역의 요지마다 맥도날드가 자리를 잡으며 매장 수는 400여 개까지 팽창했다.

올해 30주년을 맞은 한국 맥도날드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신촌, 사당, 청량리 등 서울의 요지에 있는 매장들이 문을 닫았고 올해 말까지 총 20여 개의 매장들이 계속해서 폐점한다.

◇맥도날드도 피해가지 못하는 임대료와 인건비

거대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가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M&A를 염두한 폐점이라는 추측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해 오다 적자가 벌어지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 맥도날드 측은 늘어나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폐점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 맥도날드만이 아니다. 빕스, KFC 등의 대형 외식업체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점들의 폐점이 속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고용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문을 닫은 사업체 수가 15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반해 새롭게 등록한 신규 사업체 수는 7만 2천여 개로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심각한 상황이다. 경기가 오랫동안 냉각되어 있는 것도 원인이지만 최저임금 인상 이후 폐업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임금인상으로 인건비 상승에 이어 실직률도 높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문제가 아니라 주장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지만, 실직급여 신청자 수 또한 유난히 늘어났다는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지난 3월 말까지 실직급여를 신청한 사람은 63만여 명으로 작년 이맘 때보다 25%나 늘어난 수치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이 늘어나고,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가 이루어져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이론과 실제는 이렇게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이런 이론들은 생태계가 조성되어 순환이 이루어질 때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상황만 가지고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때가 언제인지가 중요하다. 대체 언제까지 버티면, 언제까지 살아내면 호시절이 온다는 말인가 단기부양책이 필요한 이유는 그래서다.

◇정부가 쏟아부은 3조원 - "일자리 안정자금"

최저임금 인상으로 오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떼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보조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름하여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사업주가 관련 서류를 작성해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기만 하면 된다. 한 번 신청해 놓으면 사업주가 지정한 계좌로 임금 인상분이 입금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일자리 안정자금’은 시작 초기 성과가 좋지 않았다. 시행되고 1개월이 다 된 시점에서 신청한 기업이 1.5%에 불과했다.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사업주들에 대한 홍보가 부족했던 것이다.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률은 설연휴를 낀 2월까지는 계속 저조하다가 3월부터 신청이 늘어났고 시행 3개월을 넘긴 4월에야 본 궤도에 올라섰다. 다행히4월 초 64%선인 46만 사업장, 신청자수 150만에 달했고, 4월 24일 기준 53만 사업장, 신청 노동자수 178만으로 75%을 넘기고 있다.

"일자리 안정자금"이란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줄이고,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노동자 1인당 월 13만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한시적 사업.사용 노동자수 30인 미만 기업을 대상으로 월보수 190만원 미만 상용노동자에게 근로일수와 근로시간에 비례해 차등지급한다.매월 10, 20, 30일 중 사업주가 선택한 지급희망일자를 기준으로 지급결정일로부터 최대 3일 내에 지급하도록 되어 있으며, 직접 지급 외에도 사회보험료(4대보험) 대납도 가능하다.

◇3조원 있다해도 안 나오면 무용지물

하지만 초창기 신청기업이 소수였을 때부터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처리는 굼뜨기만 했다. 실제로 지난 4월 초 보조금을 신청한 기업 실무자는 “1,2월분 급여에 대한 보조금은 나온다고 들었는데, 3월분은 언제 나올지 모르겠다”는 근로복지공단 담당자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 기사가 쓰여지는 시점인 4월 말까지도 3월분 급여에 대한 보조금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개설한 일자리 안정자금 홍보 홈페이지(http://jobfunds.or.kr)를 비롯해 각종 언론에서는 일자리 안정자금 미담사례 등 성과를 홍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책실현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게다가 이 보조금은 한시적인 것이다. 올해만 보조금을 주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어떻게 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이슈만 눈에 보일 뿐, 정부의 경기부양정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급 1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은 계속 인상될 텐데 당장 내년 1월부터는 어떻게 급여를 맞춰줄 수 있단 말인가 이 그 때 즈음 경기가 더 좋아지고 모두가 잘 먹고 잘 산다고 낙관할 수 없다.

◇기업, 상인에게 친절하지 않은 정부 정책

행정서비스의 수요자인 사업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이유는 이외에도 존재한다. 다른 보조금 정책과 겹쳐질 경우,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60세 이상 고령근로지원금 수령 대상자의 경우, 일자리 안정자금과 중복신청할 수 없다. 담당 공무원은 일자리 안정자금이 더 높은 금액을 지급하기 때문에 고령근로지원금을 포기하고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이런 말은 한 쪽에서 보면 맞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바르지 않다.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평성있는 세출을 도모하는 것은 맞는 논리지만, 이를 두고 기업친화적이라 보기는 어렵다. 고령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노력도 인정해 주어야 하고, 최저임금인상 정책을 따르고자 하는 기업의 노력도 인정해 주어야 한다.

즉, 지금 보여지는 각종 정책들은 노동자에게만 초점이 맞춰져있을 뿐,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 사업주에게는 업무만 늘리고 있지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다 귀찮은 것이 되어 버린다. 굳이 리스크가 될 만한 변수를 껴안을 필요가 없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 혼자 벌어 가져갈 수 있는 수준으로 자신의 사업을 ‘구조조정’하도록 촉진하는 셈이다.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지원정부는 60세 이상 고령근로자를 업종별 평균 고용률(1~23%)보다 더 많이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에게 고용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고 있다.분기별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급금액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애매하고 복잡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대체 고령근로자를 고용하지 말라는 건지, 지원금을 신청하지 말라는 건지!"(지원금액은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금액에 업종별 지원기준율을 초과한 고용기간 1년 이상인 60세 이상 근로자수를 곱하여 산정 /분기당 지급 총액은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금액에 당해 사업의 근로자 수의 20/100 (대규모기업은 10/100)에 해당하는 수를 곱하여 산정한 금액을 한도로 지급)

◇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 행정인가

생각하는 것보다 자영업의 형태는 다양하고 사업방식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이런 일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업태, 종목별 통계수치와 만들어진 법안에만 입각해 만든 이론적인 정책들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안인 듯, 대안 아닌, 대안 같은’ 정책,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끝나는 것이다. 그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정책이 외면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책은 실행되고 있으니 반드시 주어진 예산은 주어진 기간 내에 적법하게 소모되어야 한다. 이에 정부지원금을 타주는 브로커가 등장하고 정부지원금만 노리는 비정상적인 창업자들이 창업생태계 내에 서식한다. 필요한 재원과 자원이 필요한 곳에 전달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게 정치고, 행정이다.

◇골목이 대안이다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골목이 희망이고 최후의 보루다. 골목은 공동체와 함께하기 때문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하나 모여 오랜 세월 만들어온 것이기 때문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지난 회에서도 언급했던 ‘OO길’들은 보편적인 공통점이 있다. 첫째로 ‘OO길’들은 전국적으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둘째로 어마무시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이 2가지 공통점 속에서 간파할 수 있는 사실이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원리는 있으나, ‘주민’ 또는 ‘이웃’이라 불리는 살아 숨쉬는 주체는 없다는 점이다.

◇암묵적 사회계약을 이뤄가는 공동체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골목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서로를 ‘이웃’으로 공존공영하며 공동체를 이뤄간다. 공동체의 끈끈함은 수요와 공급으로 이뤄진 기계적 거래관계 이상의 무언가를 담고 있다. 분식점 아저씨가 초등학생에게 떡꼬치를 팔아 코묻은 돈 500원을 버는 거래 속에는 상행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떡꼬치를 건네고 500원을 받는 과정 속에 아빠와 아들, 삼촌과 조카같은 확장된 가족관계가 담기기 때문이다.

이런 유대관계는 암묵적인 사회계약으로 작용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자리잡았던 화려한 점포들이 사라지고 있지만 꼬질꼬질한 동네 구멍가게가 아직도 버텨가는 이유다.

◇민-관 거버넌스를 이뤄야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되려면 마을공동체 운동이 필요하다. 서로 잘 알고 있는 듯해도 골목은 보이지 않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공동체 운동은 지속적인 마을탐사를 이루는 한편, 공동의 문제에 대한 개선점을 찾아 이뤄간다. 이 가운데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생산과 소비도 이뤄진다.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회적 명망있는 사람이 정치적 레버리지를 이루기 위해 전략공천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마을공동체를 위해 일하던 사람이 선출직 공무원이 되어 평소 필요로 했던 행정서비스를 실현해 나가는 것이 지방정치여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민-관 거버넌스가 아닐까? (계속)

▲위 기사는 로컬트렌드 미디어 <비로컬>과 인터넷신문 <시사N라이프>가 공동기획·취재를 통해 독자 여러분께 제공하는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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