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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53)] 저작권과 초상권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5.11 18:05 의견 0

가끔 길거리 촬영 중에 초상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사람에게는 저작권, 찍힌 사람에게는 초상권이 생긴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서겠지요.

그러데 이 초상권은 언제 발동할까요 찍히기만 하면 초상권이 생기지만 그것이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은 언제일까요 이 점이 우리가 궁금해 하는 점일 것입니다. 사실 길거리 스냅촬영을 할 경우 의도와 관계없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찍힙니다.

사실상 카메라 안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초상은 아무런 초상권을 발휘하지 못 합니다. 그것이 세상에 발표 될 때, 발표가 상업적, 비상업적 상관없이 모두 초상권이 발동 합니다.

저작권도 마찬가지 입니다. 카메라 안에만 존재하거나 컴퓨터 안에만 존재하는 파일은 아직 저작권을 가질 수 없습니다. 이것들은 저작활동 즉 발표를 통해 저작권을 가집니다.

촬영자가 어떤 사람을 찍어 그 사진을 출판에 썼다고 합시다. 이 때 촬영자에게는 저작권, 피촬영자에게는 초상권 그리고 출판사에는 출판권이 생깁니다. 저작권은 저작자 사후 50년인데 사후 70년으로 늘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얼마 전 결정되었습니다. 초상권은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존재 합니다. 죽어서도 사진을 통해 후손들에게 불이익이 간다면 명예 훼손으로 후손들이 소송을 걸 수도 있지요. 출판권은 저작자가 출판사와 계약한 기간 동안만 효력을 가집니다.

요즘은 통상 출판 계약서를 쓰면 계약 기간을 5년 합니다. 출판사의 출판권은 저작권과 초상권을 포함해서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죠. 출판사와 계약할 경우 출판사는 ‘을’, 저작자는 ‘갑’이 됩니다. 이 때 계약서상에 반드시 실리는 내용 중의 하나가 ‘초상권에 관한 모든 법적 책임은 갑이 진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작자가 촬영한 원고를 제공하는 데 인물이 등장할 경우 인물의 초상권과 관련된 법적 책임은 저작자가 집니다. 별 문제가 없을 때는 잘 넘어가지만 문제가 생기면 저작자를 아주 피곤하게 합니다.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몇 개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우선 저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불교 관련 촬영을 자주 해 왔기 때문에 절이나 암자로 촬영을 많이 갑니다. 이 때 절 마당에 남녀가 서 있는 경우 촬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정상적인 연인 사이인지 부부 사이인지 확인 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들이 적절한 사이가 아닌 경우 사진으로 인해 이 사람들이 이혼을 하게 되거나 심리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 막대한 손실을 각오 해야 합니다.

제가 부산일보에 연재할 때의 일입니다. 서면의 백화점 옆에 있는 맛있는 떡볶이 집을 촬영할 때였습니다. 저녁 무렵 해가 어스름하고 포장마차에는 알전구가 불을 밝혀 최적의 촬영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는 낮은 사다리 위로 올라가서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신문에 올릴 사진 촬영 합니다. 찍히고 싶지 않은 분들은 좀 나와 주세요.”

포장마차와 그 가게 안에 있는 분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신문용 촬영이니 얼굴이 나오면 곤란 하신 분들은 자리를 비켜 달라고. 그대로 계신 분들은 나와도 좋다는 뜻으로 알겠노라고.

촬영한 원고를 부산일보에 넘기고 정해진 날에 대문짝만하게 사진이 실렸습니다. 신문에 실리고 그 다음날 독자가 자기 얼굴이 신문에 나와서 불이익을 보게 되었다고 저를 찾는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이런 경우 참으로 난처합니다.

알고 보니 의대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어떤 분이 집안 사정을 핑계로 병원을 나와 그 날 여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던 장면이 신문에 실린 것이었습니다.

만약 이 문제로 대학원생이 절대 의사가 될 수 없다는 판결이라도 받게 되는 날에는 저로서는 참 어려운 일을 겪게 됩니다. 그저 전화하고 메일로 싹싹 빌어 사정을 이야기 하고 잘 마무리 한 기억이 있습니다.

일본의 예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낮 시간 남자 사우나를 취재 간 사진기자가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사우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촬영을 하고 잡지에 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 있는 두 남자가 근무 시간에 사우나 간 것이 회사에 알려져 회사를 그만 두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 그 사진을 찍은 사진기자는 거의 평생 벌어도 못 갚은 빚을 지게 될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을 제공하는 저작자가 초상권을 책임진다는 조항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출판사인 잡지사는 한 푼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프랑스 예를 또 하나 들어 볼까요 프랑스는 초상권이 아주 강력한 나라입니다. 젊어서 꽃집에서 근무하던 아름다운 아가씨를 찍은 사진이 어떤 잡지에 실리게 되었습니다. 오래전에는 초상권이 그다지 발동하지 않고 길거리에서 스냅을 하면 사람들이 반갑게 웃어주던 시절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사진 한 장 찍어도 좋겠냐고 정중하게 말 하면 들어 주던 시절이었지요.

그런데 몇 십년이 지나서 초상권이 발동하고 그 조항이 강력해 졌을 때 문제가 터졌습니다. 그 할머니가 오래 전 사진을 찍었던 잡지를 상대로 고소를 하게 된 것이지요. 이유는 그 잡지에 사진이 실린 것 때문에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할 수 없어서 정신적인 피해가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그 잡지사는 막대한 비용을 그 할머니에게 초상권료로 지불했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초상권의 한계를 뒷모습일지라도 그를 아는 사람이 그 사진의 뒷모습을 보고 누군지 알면 초상권에 저촉이 됩니다. 단 경찰관과 같은 정복을 입은 공직자에게는 초상권이 없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다음 편에는 인격권에 대해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사진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권한이 바로 인격권인데 이 문제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합니다.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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