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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57)] 트라우마와 진솔함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5.28 14:13 의견 0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자라를 보고 놀란 경험이 자라를 닮은 솥뚜껑을 보기만 해도 자라 본 듯 놀란다는 뜻을 담은 속담입니다. 이것이 바로 트라우마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트라우마’

요즘 한국 사회에서 많이 쓰이는 말 중의 하나입니다. 이 말은 부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긍정적으로도 쓰입니다. ‘트라우마’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겪는 심리적 외상을 말 합니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의 증상을 동반 합니다. 우선은 침입적인 생각입니다. 한 번 보고 놀란 자라가 자나 깨나 생각이 난다는 것이지요. 자라 생각을 하고 싶지 않지만 그것을 보고 놀란 경험이 계속 떠오릅니다. 기억을 끊어낼 수 없죠.

두 번째는 과각성 상태로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심하게 짜증이 나거나 그럴 일도 없는데 우울해 음식이 입에 맞지 않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죠. 이렇게 되면 하루하루가 힘들집니다. 집중할 때 어느 정도의 각성은 필요하지만 과각성 상태가 계속 유지되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은 트라우마를 일으킨 사건에 대한 회피입니다. 자라를 보고 놀란 뒤 해물 시장을 가기를 꺼려하거나 그와 유사한 것들을 보거나 유사 상황만 되어도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말 합니다. 도무지 이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치하게 행동하거나 과하게 반응하며 회피 합니다.

이런 상황은 개인차에 따라 다릅니다.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있을 수 있지요. 어떤 사람은 유사한 상황을 겪고도 별 일 없이 지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어떤 사람에게는 꽤 힘든 경험을 하게 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스스로 이 트라우마를 무의식 깊숙이 숨기거나 밖으로 드러내서 해결하려고 하는 두 가지 의지가 작용 합니다. 이 때 사진이나 예술이 등장 합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가르치는 일도 합니다. 이 일로 외부를 촬영하기 보다는 자신을 촬영하라고 말을 합니다. 외부에 대한 관심보다는 스스로의 관심을 촬영해 보라고 하는 것이지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대상을 찾아보라고 말 합니다. 그럼 사람들은 다양한 것들을 찍어 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자신이 찍는 대상이 바로 자신이라고 말했습니다. 촬영 대상은 그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것이 트라우마일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찍으면서 혹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이 사진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그 트라우마의 속박으로부터 풀려 나옵니다.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트라우마는 힘든 기억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사고무친의 섬 같은 곳에 자신을 스스로 가두기도 합니다. 갇힌 자신의 두려움 때문에 외부와 단절하고 사는 사람들도 가끔 있습니다. 오히려 극복하면 의외로 심리적 성장을 경험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 혹독한 삶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넓고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시련과 그 극복은 오히려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증거입니다. 생각해 보면 트라우마는 하나의 정신적 외상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상처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상처가 아물 때 딱지가 생깁니다. 딱지가 떨어지면 당연히 상처는 아물지요.

그런데 이 상처는 고통스럽고 아물 때도 아픕니다. 이 고통이 무서워 상처가 아무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요. 우리는 눈앞의 고통 때문에 미래의 성장을 두려워하기도 하는 존재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내부를 한 번 들여다보기. 이것으로 우리는 더 높은 정신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성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완전한 삶과 완전한 인간을 추구합니다. 그렇다면 두려움을 떨치고 트라우마를 털어야 하지요. 이것을 돕는 지극한 행위가 바로 사진 행위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들로 밖으로 나가 나와 세계를 하나로 보기.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자신의 아픔이 누구에게나 있는 또 다른 아픔이라는 것을 직시 할 때 트라우마는 스스를 키우는 상처의 딱지가 됩니다. 이 딱지의 고통을 견딘 사람만이 남의 딱지를 보호해 주고 상처가 아물 때 고통이 따른다는 경험을 토로해 줄 수 있습니다.

자라는 자라일 뿐입니다. 우리가 자라와 솥뚜껑은 다르다는 것을 직시 하는 것. 사진은 대상을 찍는 듯 하지만 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찍는다는 것을 직시 할 때 자신의 사진을 사랑하고 되고 스스로를 긍휼이 여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성장 하지요. 우리가 진정 성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직시할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길로 가고 있는 대가들은 이처럼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당신도 당신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트라우마로부터 달아나지 마시고 맞붙어 싸우시기 바랍니다. 이것이야 말로 스스로에게 솔직해 지는 일이고 작품이나 글 속에 진솔함을 담을 수 있는 최상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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