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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62)] 선생과 어드바이저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6.08 00:46 의견 0

선생의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잘 가르치는 일이지요. 우스운 이야기지만 훌륭한 선수는 훌륭한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왜냐하면 타고 났기 때문에 왜 그렇게 되는지를 머리로 몸으로 이해하지 않고도 잘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금 떨어지는 선수가 좋은 코치나 감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못 하는 이유를 오랫동안 훈련을 통해 익히고 반성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깨쳤기 때문이지요. 젊은 선수가 오면 그가 새로운 것을 잘 못 받아들이는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바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도 이것과 유사합니다. 천재적으로 사진에 감각이 있거나 잘 찍는 친구들이 가끔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별 배움이 없어도 그런 것을 그냥 해 냅니다. 그는 그냥 찍으면 좋은 사진을 마치 배운 듯이 찍습니다. 신기한 일이지만 이런 것을 타고 났다고 하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오랜 숙련을 통해 사진을 익힌 사람은 가르칠 것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한 고생이 타고난 사람의 수 십 배는 될테니까요. 타고 났다고 해서 훌륭한 사진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진을 잘 하는 사람 중에는 노래도 잘 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못 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은 도중에 사진보다 투자 대비 가성비가 좋은 것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이런 사람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사진을 계속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저의 경우 할 줄 아는 것이 이거 밖에 없어서 이것만 합니다. 물론 저는 글을 쓰기 위해서 중학교 때부터 습작을 해 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진도 잘 찍고 글도 잘 쓰려고 남보다 훨씬 오랜 습작 기간을 가진 셈이지요.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천재적으로 타고 나지 못 했으니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대신 꾸준히 하는 수 밖에 없지요. 재미를 느끼고 보람을 느끼면서 계속해 가는 수 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저 같이 타고 나지 못하고 재능이 부실한 친구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실력도 겸비 하게 됩니다. 사진도 찍고 글도 쓰면서 잘 가르치게 되는 것까지 겸비하게 되는 것은 본래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또 한가지 중요한 역할은 동기부여입니다. 누구나 끈질기게 하고 싶지만 모두가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그만 두거나 선생과 맞지 않아 그만 둘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미래를 보고 동기부여를 통해 지치지 않고 끊임없이 가게 할 수 있는 마음의 지원. 이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작업을 해 보면 어떤 때는 좌절과 실망으로 슬럼프에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부추기고 일으켜 세워 다시 걷게 하고 뛰게 하는 것이 선생의 몫이기도 하지요.

제가 일본에 있을 때 저의 선생님께 사진을 하다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더니 사진으로 빠진 슬럼프 사진으로 빠져 나와야지.라고 들었습니다. 사진은 우리에게 가장 행복을 주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를 줍니다. 이것으로 우울하고 이것으로 행복해 지지요. 이럴 때 재충전을 시켜주고 동기 부여를 해 주는 선생님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세 번째는 어드바이저로서의 선생 역할입니다. 일평생 작업을 하다 보면 무조건 자신의 편을 들어 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가족과 같은, 부모님과 같은 분이라고 해도 좋겠지요. 저는 저와 함께 사진을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가끔 합니다. 사진에 대해 여러분이 언제라도 질문을 하거나 조언을 구할 때 듣기 좋은 말과 나쁜 말을 해도 마음이 상하지 않을 선생이 한 분 있어야 한다고.

대개의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에 대해 물을 때는 ‘좋다’라는 말을 기대 합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자신의 사진에 대해 비판을 하면 처음에는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상합니다. 그렇지만 세상에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자신의 사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든든하겠습니까 그가 최고의 조언자이니까요.

이런 어드바이저를 모시고 있는 분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진정한 의미로 마음을 열고 그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사진적 성장은 물론 인간적 성숙까지 이루어 낼 수 있으니까요. 이런 분을 선생으로 모시고 있다는 것은 큰 복입니다.

언제나 자신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분을 가까지 모실 수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도 행운이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도 복된 일입니다. 잘 배우면 잘 쓰게 되잖아요. 좋은 선생님을 모시고 평생 마음 상하지 않을 어드바이스를 받으면서 성장하기. 저로서는 부러운 일입니다. 저는 그런 행운을 잡지 못했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선생을 통해 배우지는 못 했지만, 동료와 제자들을 통해 배우는 것이 선생의 노릇이기도 합니다. 배움은 꼭 위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불치하문(不恥下問). 아랫사람에게 물어도 부끄럽지 않다는 뜻입니다. 저의 포토샵 실력은 제자들에게서 배운 것입니다. 몰라서 배우는 것은 아랫사람이라도 좋습니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반드시 그 가운데 선생이 있다는데 가장 가까운 사람들, 저의 사진 친구들이 바로 저의 스승이니 저야말로 실로 복 받은 사람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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