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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70)] 좋은 작품과 팔리는 작품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6.22 10:22 의견 0

좋은 작품이라고 항상 잘 팔릴까요 고흐의 예를 들어보더라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고흐 작품은 분명 좋은 작품인데 왜 안 팔렸을까요 이 문제를 다루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예술가들의 고민이 좀 풀릴 듯도 합니다.

우선 고흐는 시대의 문제와 걸린다고 봅니다. 인상파가 나오고 그 인상파가 채 자리를 잡기 전에 그는 표현주의로 넘어 왔습니다. 세상이 작품의 이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기 전에 그는 새로운 세상을 연 것이지요. 이런 것을 시대를 앞서 간다고 말을 합니다. 고흐는 시대를 넘어 새로운 세계를 열었지만 그 혜택을 자신은 살아생전 하나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 시대가 이해하는 작품은 그 시대의 미의식을 반추 합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것들이 팔리지요. 낡거나 새로운 것이 아닌 그 시대의 미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작품이 팔립니다. 하지만 저는 이 미의식이 항상 옳지는 않다고 생각 합니다.

여기서 ‘낡았다’는 것은 이미 명작으로 인정받은 것을 말 합니다. 이 작품의 경우는 처음에 작가의 손에서 팔려 나갔던 가격의 수만 수 십 만 배의 가격으로 지금 거래 됩니다. 이런 것을 일반 사람들이 소장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요.

새로운 것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무르기 때문에 이후에 작품이 지닐 가치를 판단하기는 힘듭니다. 이런 경우 그 작품은 팔리지 않거나 또는 눈 밝은 화상에 의해 아주 싼 값에 팔리게 될 수도 있지요. ‘잭슨 폴록’의 액션 페인팅은 지금의 일반인은 살 수 없는 가격입니다. 그러나 그가 활동할 시기에는 작업실을 늘리기 위해 돈이 필요했을 때 화상이 3,000달러를 주고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잭슨 폴록은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추앙 받고 있습니다. 시대를 앞서는 작품의 운명이지요.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시대와 더불어 국가 브랜드라고 하는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작가와 일본의 작가와 중국의 작가가 같은 주제로 전시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세 사람의 작품은 거의 동일하게 좋은 작품이라면 누구의 작품이 외국인들에게 가장 어필 될까요

제가 아는 한 작가분이 유럽의 워크샵에 갔었습니다. 거기서 유럽의 유명한 큐레이터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습니다. 그 큐레이터는 ‘당신이 이 작품으로 만약 일본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대접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큐레이터의 말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그마한 섬나라가 저 거대한 미국을 상대로 싸웠습니다. 동네의 작은 소년이 그 도시 전체의 가장 강력한 주먹쟁이를 상대로 싸웠다고 하면 승패를 떠나 그 소년의 용기를 가상히 여길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입장에서 보는 인식이 아니고 외국인들이 보는 일본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이것이 국가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를 얻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중국은 현재 국가 브랜드를 엄청나게 올리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인류사 5천년 중에 항상 최고의 선진국이었습니다. 그러다 근자 100년 정도 약간 휘청거린 정도이지요. 그러니 그 국가 브랜드 역시 세계의 시민들이 볼 때 무시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선 그 시장의 크기 때문에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는 울며겨자먹기 식의 현실이 있기도 하지요.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일본, 중국과 다릅니다. 한국은 기적의 나라입니다. 단시간에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기적을 일으킨 나라입니다. 이 저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수나라 백만 대군을 무찌른 것도 우리이고 5천년 나라를 이어 온 것도 지구상에 유례없는 일이지요. 그 뿐 아니라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 높은 인구밀도 속에 살고 있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맨하탄에 유태인들이 장사를 하는 포목점 골목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는 한국 사람들에게 절대 가게를 내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한국 사람들의 능력은 일반 동남아 사람들의 일하는 18배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부지런은 물론이고 똑똑하지요.

어쩌다 그 포목점 골목에 한국인이 상점을 내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가게를 물리치고 최고의 매출을 올린다고 합니다. 밤낮 없이 가게 문을 열어 놓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한국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유태인들이 쓰는 방법 중에 하나는 유태인 가게 하나를 비워 또 다른 한국인이 그 포목점 골목에 들어오게 한다고 합니다. 그럼 두 개의 한국인 가게가 가격 경쟁을 벌이다 둘 다 문을 닫고 나간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지요.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인의 근면성과 똑똑함을 이길 수 있는 민족은 자신 밖에 없다는 말로도 해석이 됩니다.

시대와 국가 브랜드에 이어 한 개인의 사회적, 가계적 역량도 작용 합니다. 부자 아들과 가난한 아들이 동시에 전시를 한다고 칩시다. 당연히 부자 아들의 전시가 잘 팔리겠지요. 그것을 사 줄 능력 있는 사람들이 이미 가족들 안에 즐비하게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습니다. 한 두 번 살 수는 있지만 매번 가족들의 그 작품을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출발점에서 유리합니다. 부정할 수 없지요. 실력이 동등한 가운데 부자 친척이 많은 사람과 한 사람도 부자가 주위에 없는 사람은 동시에 전시를 하지만 한 사람은 정상적인 흰줄이 그어진 그라운드에서 출발을 하지만 또 한 사람은 거기 까지 가는데 수년 또는 수 십 년이 걸립니다. 이 점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각각의 작가들의 실력이 동일하다는 가정 하에 드린 말씀입니다. 똑같은 시대와 국가 브랜드와 사회적 역량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전시를 했는데 한 사람은 팔리고 또 한 사람은 안 팔리는 경우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시대적 요구를 둘 다 충족시킬 뿐 아니라 국가 브랜드의 힘도 같고 사회적 역량도 같은데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아무리 궁리해도 그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저는 ‘신의 뜻’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일은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 합니다. 저는 이런 일에 대해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로 가득하다’라고 말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나름 생각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저나 여러분이 하는 일이 정말로 좋아서 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자부심을 느끼고 자신을 사랑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 그것으로 그 인생은 최고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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