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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희 작가의 “사진 잘 찍는 법” (72)] 질문과 답

김홍희 사진작가 승인 2018.06.27 11:24 의견 0

사진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은 ‘사진이란 무엇일까요’라고 물어봅니다. 간단하지만 난감한 질문입니다. 저도 오래전에 대가에게 같은 질문을 했지요. 그 때 그 어른의 답은 “모른다” 였습니다. 지금 제 나이가 그 질문을 받던 어른의 나이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모른다’로 답 할 것 같네요.

그럼에도 우리는 이 질문을 끝없이 합니다. 왜 이런 질문을 할까요 질문에는 답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질문 합니다. 이것은 참 중요한 일입니다. 사진에 대해 오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진에 대해 답하기 쉽습니다.

‘사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그 질문 자체에 가치가 있습니다. 답을 하면 이미 사진이 아닙니다.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도 여기에 해당 되겠네요. 사진의 속성이나 완성 과정이나 프로세스를 설명할 수는 있지만 사진 그 자체를 가리키는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사진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은 도가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같은 질문입니다.

‘도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인생이 무엇이냐’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인생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명쾌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시는 분을 만나 본 적이 있습니까 그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부처님조차 도를 설명하시는데 8만 가지 법을 논하셨습니다. 성경 66권도 사랑을 끝없이 논 했습니다. 지옥이라는 말이 한 번 나오면 사랑이라는 말은 10번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인생과 도와 사랑에 대해 잘 모릅니다.

우리의 질문은 답을 구하기 위한 것이 있고 답을 구할 수 없지만 반드시 생 중에 해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닌 질문을 위한 질문을 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이 질문은 질문 할 때 유효 합니다. 이 질문을 하지 않으면 생의 한 가운데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르게 하기 때문입니다.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구해야 할 때 우리는 셔터를 누릅니다. 이게 바로 사진가입니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는 바로 질문이자 답입니다. 사진가의 생의 가치는 셔터를 누를 때 생깁니다. 그리고 그 행위는 질문하는 행위이자 답을 내는 행위입니다. 셔터를 누르는 것이 왜 답이냐고 말 할 때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답이 되는 것입니다. 말로 다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만 진정한 행위는 말로 표현이 안 됩니다.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숨을 쉬는 존재에게 왜 숨을 쉬냐고 물어 보십시오. 과학적 설명은 가능 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수불 스님’께서 누군가 와서 마음이 괴롭고 힘들다고 하니 물통에 물을 담아 놓고 머리를 5분 동안 담가 놓고 있어 보라고 하셨습니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과 마음의 고통은 겨우 물통에 머리를 쳐 박고 견디는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 살려고 하는 존재의 몸부림에 비하면 어떤 질문도 무의미 해 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하지요.

왜 할까요 인간은 육신으로만 사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육신은 정신을 담는 그릇입니다. 혼과 백을 담는 그릇이기도 하지요. 우리는 인류사 오랜 동안 육체적으로만 진화된 동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육신과 함께 정신과 영혼의 문제도 함께 전이되어 왔습니다. 저는 인간을 ‘생각하는 물질’이라는 말로 표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입니다. 질문하는 인간. 그리고 우리는 그 질문이 바로 답인 줄도 아는 것이지요. 이 상대적인 것은 결코 답을 구할 수 없는 것을 구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이 신의 곁으로 가게 되는 것이지요. 신의 존재를 논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사유는 한계를 넘고 우주의 끝을 넘어 달립니다.

우주의 시작과 그 끝인 빅뱅과 또 다른 멀티뱅을 우리는 사유 합니다. 질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존재이지요. 이 질문을 위해 우리는 행위 합니다. 그저 사유에 머물지 않고 행동하는 질문이지요. 이것이 바로 예술이고 철학이고 사랑이고 인이고 자비입니다. 우리는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그것만으로 세상을 이해하기는 힘듭니다. 불가사의 한 일과 사랑과 기적과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질문을 통해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서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질문이고 답인 셈입니다. 그러니 차 한 잔을 권하는 스님의 손끝에서 우리는 도를 보고 인생을 보고 참을 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사진이 무엇인지, 예술이 무엇인지, 인생이 무엇인지 이 질문이 아직 멈추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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