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메뉴

[맛의 신비] 추억 어린 음식

조기형 맛평가사 승인 2018.02.06 09:00 의견 0

배가 많이 고플 때 먹었던 음식이거나 환경의 특별한 상황에서 음식을 먹었을 때의 추억은 유난히 오래도록 그 때의 맛을 기억케 한다.

중국 전통 기공 수련법인 원극기공으로 유명한 왕리핑에게 중국의 최고 권위자가 물었다고 한다.

내가 지금 먹고 싶은 것을 알아맞혀 보시오.”

그러자 왕리핑이 그분이 어릴 때 먹었던 국수를 알아맞혔다고 한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대에 먹었던 유명 정치인이 되어서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는 일화이다.

여행 가서 쫄쫄 굶다가 가까스로 밥을 먹게 되면 감격스러운 그 맛은 참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된다. 그 때의 갈급함이 충분히 해소될 때까지 기억에 남는 것이다.

이처럼 추억은 하나하나가 정확히 몸에 기억으로 저장되고, 과거의 그 맛을 추구하게 가끔씩 유도해 낸다.

하지만 요즈음 경제적 발전으로 인해 풍요로워져 과거보다 맛있는 음식들이 추억어린 음식의 회상을 줄어들게 하고 있다.

음식의 맛은 느낌으로 온몸에게 전달하기 때문에 특이한 경험에서 기억되는 맛은 그와 유사한 맛의 경험을 충분히 하기 전까지 오랫동안 남게 된다.

오래된 음식의 맛은 몸에서 체험되면서 기억되거나 사라지는데 그 맛을 재현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그 때의 환경과 분위기를 연상하여 생각으로 맛을 만들어 내곤 한다.

이렇게 쌓여진 추억의 맛들은 감성을 일궈 내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고, 그때의 추억은 맛으로 인해 오래도록 기억에 남게 된다.

지금 먹는 음식에서 느끼는 맛은 당장에 두뇌에서 반응하여 온몸에 신경물질로 전달시킨다. 휘발성이 강한 맛의 특성상 빨리 잊곤 하는데 같은 음식을 계속적으로 먹는 과정에서 기억은 뚜렷해진다.

맛의 느낌들은 한 끼의 식사가 끝나면서 잔향으로 남아 있는 통합된 맛으로 기억하게 된다. 실제적인 몸의 반응은 매우 복잡한 신경계의 활달한 과정을 통해 온몸을 은근하게 반응시켜 온몸의 세포를 들끓게 한다.

[조기형 대표 / 지오맛아카데미, 맛 평가사]

<저작권자 ⓒ시사N라이프> 출처와 url을 동시 표기할 경우에만 재배포를 허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