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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리뷰] 셰익스피어가 극단 노마드의 색을 입다 -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김혜령 기자 승인 2018.07.25 16:43 의견 0

산울림극장의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은 지난 2산울림 고전극장을 통해 초연되었던 작품이다. 제목에서 읽을 수 있다시피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중 하나인 햄릿에 현대적 시각을 덧입혀 해석해낸 연극이다.

특이하게도 모래를 파헤치는 인부 두 명의 등장으로 연극이 시작되는데, 이들의 직업은 시체를 파헤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이들은 연극 연출가인 호레이쇼에게 돈을 받고 햄릿과 클로디어스, 폴로니어스, 거트루트, 오필리어 5명과 함께 햄릿의 이야기를 새롭게 재구성하는 임무를 받는다. 인부들이 살아있는 현실 속에 또 다른 극 햄릿이 들어가는 셈이다. 햄릿의 혼을 부른 호레이쇼는 햄릿과 함께 이야기를 새로 쓰려 한다.

▲ 인부들에게 연극을 해주면 돈을 2배로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호레이쇼의 모습. (산울림극단 제공) ⓒ 편집부



어느 날 갑자기 왕은 죽었고, 자신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상실감에 햄릿은 좌절감을 맛본다. 거대한 장례식의 행렬 뒤에 따라온 것은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클로디어스와 자신의 어머니의 결혼이었다. 어머니는 지금 자신이 누리는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 클로디어스와 혼인했다는 자기합리화를 보여준다. 이에 햄릿은 부조리함을 느끼고,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애 쓴다.

햄릿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버지 대신 왕에 오른 클로디어스 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행동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습을 광증이라는 그늘 아래로 숨긴다. 또한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전모를 밝히기 위해 자신의 친구인 호레이쇼의 도움을 받는다. 한편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모든 것들을 잃지만, 자신의 고뇌와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관객들과 연극에 대한 깊은 이해를 이야기하는 배우들. (사진 : 김혜령 기자) ⓒ 편집부



햄릿은 잘못을 저지른 이들에게 잘못을 깨우치게 하기 위해 우회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바로 광대들을 통해 연극을 하게 한 것이다. 인부들의 연극을 본 등장인물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부끄러움, 햄릿에 대한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은 아무래도 고전을 차용한 극이다 보니 햄릿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이는 이해할 수 없는 흐름이 많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래 위에서 열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기존의 햄릿의 이야기와는 또 다른 극단 노마드의 햄릿에 빠져들게 된다. 특별한 무대 장치도 없고 별다른 소품이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에너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극은 인부들이 다시 시체를 묻으며 마무리된다. 결말이 시원한 맺음 구조를 띠지 않았지만, 우리에게 또 다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일상에 젖어있는 사람들, 쳇바퀴 같은 삶을 당연하게 여기는 우리에게 이런 삶을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그리고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해 본적이 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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