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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넘버_이야기(5)] "슬플 땐 빨래를 해" - 뮤지컬 빨래

HO PD가 말해주는 뮤지컬넘버 이야기(5) 뮤지컬 "빨래" 中

칼럼니스트 김재호 승인 2018.07.12 23:52 의견 0

여름날 강렬한 햇볕은 우리들에게 무더위라는 숙제를 안겨주지만, 이런 자연이 우리 피부에 와 닿게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에는 뭐가 있을까 바로 빨래. 좋은 햇볕이 내리 쬘수록 빨래는 잘 마르기에 이 점에서 무더위를 원망만 할 수는 없다.

오늘은 그 누구든 세상 속에서 흘린 땀과 찌든 때를 말끔히 씻고 말려서 다시 깨끗이 입고 다시 그 속으로 나아가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뮤지컬 빨래를 소개한다.

뮤지컬 빨래는 국내 소극장 뮤지컬 중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졸업 작품으로 세상의 처음 발표되어 2005국립극장별오름극장에서 상업 작품으로 정식 초연되었고, 이후 대학로 상명아트홀 아트센터K 등 대학로 소극장, 중극장에서 수없이 공연을 이어 왔다. 2009년부터는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오픈런의 형태로 공연하며 대중들에게 유명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빨래는 돈을 벌기위해 공장에서 일하는 몽골인 외국인 노동자 솔롱고와 강원도 산골에서 서울로 상경하여 이 악물고 살아가고 있는 대형서점 직원 나영을 중심으로 타지에서 땅 값, 집 값 비싸다고 단단히 소문난 대한민국 서울에 힘겹게 자리를 잡으려 살아가는 서민들이 주인공이다.

나영이 사는 집 주인할매는 장애를 갖고 있는 딸을 보살피며 살아가고 있고, 옆 집 사는 이혼녀 희정 엄마는 날나리 애인을 두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남자 주인공 솔롱고는 악덕 업주 밑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의 빡빡한 서울살이가 펼쳐진다. 뮤지컬 빨래는 이런 서민들의 삶을 빨래를 통해 씻기고 위로한다.

극중 나영이 직장 상사에게 불이익을 당하고 서러움의 벅차 집으로 돌아온 후 주인할매희정엄마에게 위로 받으며 이어지는 넘버가 슬플 땐 빨래를 해라는 곡이다.

이 넘버는 늘 티격태격 끈끈하지 못했던 세 명의 캐릭터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이루는 장면을 연출한다. 세 등장인물이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공유하면서 더러운 빨래의 찌든 때를 시원하게 제거하는 듯하다. 무더운 여름 날씨 속에 뮤지컬 빨래의 넘버 슬플 땐 빨래를 해라는 곡으로 잠시나마 상쾌함을 느껴 보는 건 어떨까

[글쓴이: 김재호 PD, 음악감독 / AMG 뮤직]

슬플 땐 빨래를 해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니 눈물도 마를 거야 자~ 힘을 내

슬픔도 억울함도 같이 녹여서 빠는 거야

손으로 문지르고 발로 밟다보면

힘이 생기지

깨끗해지고 잘 말라 기분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말 다시 한 번 하는 거야

월급은 쥐꼬리 자판기 커피만 뽑았죠

야간대학 다니다 그만둔 지 오래

정신없이 흘러간 이십대 뭘하고 살았는지

뭘 위해 살았는지 난 모르겠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를 만큼 슬픈 땐 난 빨래를 해

둘이 기저귀 빨 때

구씨 양말 빨 때

내 인생이 요것 밖에 안 되나 싶지만

사랑이 남아 있는 나를 돌아보지

살아갈 힘이 남아 있는 우릴 돌아보지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깨끗해지고 잘 말라서 기분좋은 나를 걸치고

하고 싶은 일 하는거야

자 힘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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