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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채식주의자⑤] 소설 "채식주의자"와 소설 "소년이 온다"

(연재)꼬리에꼬리를무는예술 - '한강-채식주의자' 편

블루노트 승인 2018.09.03 13:49 의견 0

채식주의자3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기 다른 세 명의 관찰자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 시점에 따라 욕망도 다르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영혜는 소설의 주인공이지만 직접적인 화자가 아니라 아내, 처제, 동생으로 대상화되어 있습니다. 다만 영혜의 목소리는 꿈과 독백의 이탤릭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영혜의 남편이 화자입니다. 영혜의 남편은 유일하게 1인칭 화자입니다. 남편의 목소리로 처음 스토리를 이끌고 있기에 독자들에게 영혜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하는 듯합니다.

▲ "채식주의자" 표지 ⓒ도서출판 창비

당신 몸 땀구멍 하나하나에서 고기냄새가 난다는 등의 말을 하며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하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영혜가 정신적 일탈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장인이 육회를 즐겼고, 장모는 손수 활어회를 뜰 줄 알았으며, 처형과 아내는 커다랗고 네모진 정육점용 칼을 휘둘러 닭 한 마리를 잘게 토막낼 줄 아는 여자들이었다. 바퀴벌레 몇 마리쯤 손바닥으로 때려잡을 수 있는 아내의 생활력을 나는 좋아했다라고 말합니다.

남편은 아내를 내조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으며, 아내의 마음과 상처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영혜는 특징이 없는 사람이었으나 단지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특이한 사람으로 치부됩니다. 영혜는 냉장고에 있는 장어, 고기를 다 버립니다. 남편에게서 고기 냄새가 난다고 남편과의 잠자리도 거부하고, 강건한 채식주의자가 됩니다. 그러다 사건이 터집니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 장소에서 베트공을 죽인 아버지가 탕수육을 집어서 강제로 영혜 입에 넣습니다. 영혜는 거부하다가 과도로 손목을 긋고, 병원에 실려 갑니다.

중간 중간 영혜의 꿈 이야기가 나옵니다.

꿈속에서 지난 꿈 생각이 나. 수없이 누군가가 누군가를 죽였어. 가물가물한, 잡히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보면 아홉 살 때 영혜의 다리를 문 흰둥이를 아버지가 오토바이에 매달아 끌고 다녔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흰둥이는 달리다가 질질 끌리며 참혹하게 죽어갔고, 그 모습을 본 영혜는 그 개로 만든 고깃국에 밥을 말아먹었다고,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회상합니다.

소년이 온다에서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라고 말한 부분과 연결됩니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로, 19805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학살에서 죽은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한강은 이 이야기를 쓰기까지 30여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자의 화두는 인간의 폭력성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폭력적인 것인가’ ‘폭력을 무릅쓰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폭력을 거부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그런 질문들을 오랫동안 가져왔는데, 채식주의자도 인간의 폭력에 대한 질문입니다. 한강은 육식에 대해 가졌던 죄의식이 유년 시절에 간접적으로 체험한 광주하고도 연관이 되어 있다. 그만큼 뿌리 깊은 사건이었고,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가 다른 느낌의 소설이지만 하나의 짝패처럼 묶여진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두 소설은 인간의 잔인함, 폭력성을 언급한 면에서는 닮았습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개인 내면의 깊은 무언가를 더 꺼내게 합니다. ‘인간은 무슨 권리로 동물을 마구 잡아서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일 권리를 인간이 갖고 있는 것일까’ ‘나의 욕망은 차치하고라도, 나의 생존을 위한 살육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등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됩니다.

인상적인 것은 강제로 고기를 먹이려고 하자 칼로 자신의 손을 자해하는 장면입니다. 나와 다름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려는 가족과 그것에 대한 저항을 다룬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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