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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채식주의자⑧] "영혜는 동박새를 왜 물었을까?"

(연재)꼬리에꼬리를무는예술 - '한강-채식주의자' 편

블루노트 승인 2018.09.06 13:59 의견 0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라 말하는 영혜지만, 동박새를 물었습니다.

영혜는 병원 분수대 옆 벤치에 앉아 있었다. 환자복 상의를 벗어 무릎에 올려놓은 채, 앙상한 쇄골과 여윈 젖가슴, 연갈색 유두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는 왼쪽 손목의 붕대를 풀어버렸고, 피가 새어나오기라도 하는 듯 봉합부위를 천천히 핥고 있었다. (...) 지쳐 보이는 아내의 얼굴을, 루주가 함부로 번진 듯 피에 젖은 입술을 보았다. (...) 나는 아내의 움켜쥔 오른손을 펼쳤다. 아내의 손아귀에 목이 눌려 있던 새 한 마리가 벤치로 떨어졌다. 깃털이 군데군데 떨어져나간 작은 동박새였다. 포식자에게 뜯긴 듯한 거친 이빨자국 아래로, 붉은 혈흔이 선명하게 번져 있었다.”

동박새는 참새목의 작은 새로, 배는 흰색이고 나머지는 연두색입니다.영혜는 왜여리고 작은 동물을 물었을까요

▲동박새의 모습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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