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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탄철가방" 공연 앞둔 바닥소리 최용석 대표 인터뷰

윤준식 기자 승인 2014.08.20 20:38 의견 0

최용석의 판소리극 "방탄 철가방" - 배달의 신이 된 사나이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시기에 광주에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삶의 이야기를 재미와 감동이 담긴 창작판소리로 표현하려는 사람이 있다. 어린 시절 보고 들은 사건들을 토대로 언젠가 판소리로 역사를 이야기해 보겠다는 생각을 품었던 '판소리공장 바닥소리' 최용석 대표. 이번에 초연을 앞둔 "방탄 철가방"은역사의 급류에 휩쓸린 힘없는 개인들의 일상과 사랑, 꿈, 연대를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1인 판소리극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 8월 22일 국립극장 초연을 앞둔 창작판소리극 "방탄철가방"의 주인공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최용석 대표를서울 합정동 소재 바닥소리 연습실에서 만났다 ⓒ 이영수 기자

윤준식 기자(이하 윤): 평소 최용석 대표만의 판소리 철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용석 대표(이하 최): 그런 말씀은 부담이 되네요. 제가 창작 판소리를 열심히 시도하고 있는 것은 이야기꾼으로서의 판소리꾼을 복원하는게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작품을 만들게 되고 조금씩 알려지게 된 것 같습니다.

윤: 5.18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잡으셨어요.

최: 아, 이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늘 하고 싶었던 소재였어요. 고향이 목포다 보니까 어릴 적에 겪었던 작은 경험도 있고, 자라면서 갖게 되었던 문제의식도 있고 해서 언젠가 내가 5.18 판소리를 하고 싶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게 되었어요.

윤: 최용석 대표님은 5.18을 언제 겪으셨나요

최: 유치원 다닐 나이에 겪었어요. 어린 시절이었지만 들려온 소식들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고 목포까지 피신온 시민군을 보기도 했어요. 광주의 이야기는 어릴 적부터 성장할 때까지 늘 듣게 되었습니다.

윤: “방탄철가방”의 주인공이 ‘최배달’로 되어 있는데 최대표님 본인을 투영한 것은 아닌지요

최: 맞습니다. 저같은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겁니다. 일상을 살아가며 역사의 급류를 만난 한 인생이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완성되는가, 그리고 그것이 대단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와 동일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윤: 왜 하필 “방탄철가방”인가요

최: ‘철가방’이라는게 재밌을 것 같기도 했구요. 서민을 대표하는 음식이 중국집 배달음식이잖아요 서민들, 소박한 일상, 그런 사람들이 겪었던 역사를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방탄철가방’이냐면, 그게 방탄이 될 리가 없잖아요! 우리 일상이 여린 작은 것들이 모여가지고 함께 서로 보호하는 공동체가 아닌가, 그리고 그동안 믿었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 재난인데 역사의 재난이라는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소용돌이, 급류 속에서 일상을 지키려고 어떻게 반응하는가 하는 것을 담아봤습니다.

▲ 철가방을 들고 주인공 '최배달'로 변신한 최용석 대표.중국집 배달원이라는 소시민에 불과한 최배달이 역사의 격류 속에서 어떻게 살게 되는지를 그린다. ⓒ 이영수 기자

윤: ‘방탄철가방’이라는 제목도 그렇고, 주인공 ‘최배달’이 배달원이라는 것도 그렇고 재밌을 것 같아요.

최: 극을 아주 재밌게 가려고 애썼습니다. 유머를 통해 삶은 강한 것이라는 것을 보이고자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부분은 없을 수 없지요.

윤: 어찌보면 작품성도 고려하지만 관객을 배려하는 면도 엿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은 판소리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문화재나 전수자같은 예술가를 위한 예술로 보는 경향이 많지요. 연습하시는 것을 보니까 악기에 일렉베이스도 있고, 고수도 북만 치는게 아니라 퍼커션을 이용해 다양한 타악이 들어가는 것이 보입니다. 혹시 우리가 아는 국악과 다른 장단이 들어가는건 아닌가요

최:판소리 장단 말고도 랩도 들어갑니다. 현대 대중음악 요소를 많이 넣어서 관객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윤: 소품 중에 철가방 말고 자전거도 보이는데 무대 위에서 소리만 하시는 게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빙빙 돌아다니시는 것은 아닌가요

최: 네. 그렇습니다. 이번 작품은 판소리극으로 해보는 것이라 그런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판소리는 많이 해봤지만 극의 요소를 넣어서 해보는 것은 저도 처음이예요. 그래서 연습하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 "방탄철가방"은 극의 요소가 많이 가미된 판소리극으로 기획되어기존의 판소리보다 더욱 창의적인 무대가 꾸며지고연기의 폭도 넓어졌다. ⓒ 이영수 기자

윤:아마도 이번 작품인 “방탄철가방”이 광주를 대표하는 판소리가 되지 않을까요

최: 광주문화재단 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더 해보면서 작품을 다듬어야하는게 우선이겠지요.

 

윤: 마지막으로 못다한 말씀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최: 이것은 역사적인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5.18을 다룬 작품이 많이 있었습니다. 국악 쪽에서도 2편 정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술인들의 노력보다 오히려 시민들의 무관심이 문제가 됩니다. “방탄철가방”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우리의 현대사에 관심을 갖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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