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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신비] 병이 나면 맛이 없다

조기형 맛평가사 승인 2018.04.26 09:00 의견 0

병이 나면 몸은 스스로 치유 상태에 돌입하게 되어 나름대로 몸에서 부족한 영양소들을 생성해 내어 분배하고 자동 처리하기 때문에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지 않다.

더욱이 필요한 영양소는 스스로 알아서 몸에서 뽑아 쓰고 장기들이 경계태세에 돌입하여 병을 스스로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비상가동을 하게 된다. 장기들은 하는 일들이 많아서 다른 일들을 생각지 않는다.

병은 몸을 전쟁 상태로 만들지만, 몸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와 저항에 맞서 싸우도록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이럴 때 음식을 먹게 되면 기존의 전쟁으로 민감해져 있는 몸의 상태가 맛을 인식하는 데 둔감해져 있다. 입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몸이 아프면 신경이 온통 아픈 부위로 간다. 그래서 몸의 센서들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우선순위로 아픈 부위에 대한 치유 활동이 일어나는데 맛의 감각을 살리려 해도 신경계의 불균형한 작동으로 어렵게 된다.

입맛은 없어도 몸에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평소에 먹던 음식에 대한 입맛이 없을 뿐, 몸은 은근하고 약한 자극으로 만든 음식이거나 아픈 곳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맛을 원하고 있다.

죽 같은 게 좋은 예이기도 하지만 몸은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밋밋한 맛의 경험을 원하고 있다. 그러한 자극에 주의를 모으기가 쉽지는 않지만 강력한 집중으로 기력이 되살아나기도 한다. 몸은 전체적 에너지를 활용해야 하므로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맛이 돌아오게 된다. 이 때는 음식의 물질적 에너지보다도 맛에서 주는 감성의 의미가 약효를 발휘할 수도 있다.

아플 때는 먹는 것에 신경을 덜 쓰게 된다. 기능적으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지 맛을 음미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부족하다. 이럴 때는 자극이 약한 음식을 먹게 되는데, 이 때의 맛을 오래도록 기억시켜서 맛이 사라질 때까지 혀의 감각을 유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불치의 병을 자연요법으로 치유한 사람들을 보면 음식을 감사해하고 맛있게 먹는다. 입맛이 없어도 쓰건 맵건 간에 한결같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이렇게 흡수된 음식물은 흡수율이 훨씬 좋고 영양으로도 제 역할을 다하게 된다. 맛있게 먹으면서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치유도 훨씬 빠르게 진행된다.

[조기형 대표 / 지오맛아카데미, 맛 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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