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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의 신비] 식사 후에 일어나는 감사의 진동<상>

조기형 맛평가사 승인 2018.05.26 09:06 의견 0

가볍게 음식을 먹으면 먹을 땐 만족감이 덜하지만 몸은 가볍고 생각도 가뿐해진다. 음식이 몸에서 반응하면서 마음도 몸이 반응하는 쪽으로 집중하게 되는데 거기에 따라 올라오는 느낌은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음식을 먹고 난 다음의 기분에 따라 생각은 긍정과 부정을 오고 간다.

맛있게 식사하고 나면 맛에서 주는 여운으로 그 느낌에 계속 젖어 있게 되는데 이 때는 생각이 없어질 때가 많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고 은근한 감사가 배어나 몸 안의 세포들이 지글거리면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듯한 느낌과 하나가 된다.

먹을 때 음식에 주의가 온통 집중되어 있으면 식사 후에 오는 여운이 더욱 길어진다. 맛에서 주는 느낌의 지속은 먹기 전에의 생각을 지워버릴 정도이다.

또한 맛있게 먹으면 그 느낌이 입 안에서 오랫동안 감돌고 있는데 이 때는 생각 없이 단순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자극되는 맛의 느낌을 따라 계속적으로 맛이 주는 느낌 속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식사하고 나면 온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참으로 평안함과 은근한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내면에서 반응으로 올라오는 행복의 지수는 인정하지 않고 무언가를 쟁취해야만 성공한다는 생각이 굳어져 그 가치를 욕망 쪽으로만 국한시킨다. 밥 한 끼 먹고 행복했다는 게 왠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몸은 한 끼의 식사로 만족해 한다. 감사와 행복의 상태를 느낌으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으로 식사를 마치고 나면 긍정적인 마음이 잠시 동안 지속된다. 전문적으로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식사하면서 중요한 결정을 얻어내는데, 바로 이러한 연유가 바탕에 깔려 있어서이다.

식사 후에 그 느낌을 지속시키는 것은 의도적인 경우와 자연적인 경우가 있다. 만족된 느낌이 자연적으로 길어지는 것이 정말로 맛있는 식사라 할 수 있다. 신경이 예민하거나 무감각인 사람들은 이러한 맛의 감동을 인정하지 않는다. 비싸고 분위기 좋은 데서 먹는 것은 생각으로라도 인정할 수 있겠지만 본인의 몸에서 일어나는 작은 반응에 감동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조기형 대표 / 지오맛아카데미, 맛 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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