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파크] 20년만의 재개봉, 〈터미네이터2〉…늙었지만 낡지 않았다

강동희 기자 | 기사입력 2018/06/08 [09:00]

[무비파크] 20년만의 재개봉, 〈터미네이터2〉…늙었지만 낡지 않았다

강동희 기자 | 입력 : 2018/06/08 [09:00]

영상 후보정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레옹>,<라붐> 등 '추억의 영화들'이 줄줄이 극장에 걸리고 있습니다. 이 바람을 타고 무려 20년만에 개봉한 영화 <터미네이터2>를 지난 14일에 관람했습니다.

 

영화는 당시로서는 가히 충격적이었던 시각효과로 수많은 시리즈 팬들을 자극했던 작품입니다. 재편집해 감독판으로 다시 개봉한다는 소식을 접한 관객들은, ''디렉터스 컷'을 통해 추가될 장면 만큼이나'21세기의 기술로 보정된 20세기의 특수효과는 어떤 모양새일까'를 궁금해 했을 겁니다. 저 역시도 그랬고요.

 

소감부터 말하자면 대단히 흥미롭더군요. 당시에 감탄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로 특수효과는 조악합니다. 보정을 거쳐 화질을 개선하니 도리어 더 촌스러워 보이더군요. 그러나 이 조악하고 낡은 특수효과가 수려한 각본을 만나는 순간 그 자체로 하나의 '정서'가 됩니다. 조악함 그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이 되는 것이죠. 이는 전형적인 B급영화 감상법인데... 영화사상 최초로 제작비 1억 달러를 넘긴 대작을 이렇게 소품 바라보듯 보며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이렇듯 특수효과와 출연진들이 옛 것의 향수를 강하게 자극하는 가운데, 지금 기준으로 봐도 참신한 연출과 액션은 노스탤지어를 입고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네, 액션을 빼고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이야기할 순 없죠. ‘나를 지키려는 기계’와 ‘나를 죽일 목적인 기계’의 단순한 대결 구도는 복잡한 갈등 구조 속에서도 액션의 직선적 쾌감이 유지되도록 균형을 잡아줍니다. 육중한 몸의 아놀드 슈왈제네거에 대항할 악역으로 날렵한 몸의 로버트 패트릭을 캐스팅한 것도 흥미롭습니다. 두 인물은 그냥 마주서기만 해도 '액션이 나옵니다'.

 

각본에 담긴 다양한 비유와 상징도 새삼 주목해볼 만합니다.<터미네이터2>의 기계인간 '터미네이터'는 사라 코너의 아들 존 코너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건너온 기계인간입니다.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는 정신병원에 갇혀 자신의 아들을 지킬 수 없는 상황. 이때 존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건너온 터미네이터는 사라 코너를 대신해 아들을 지키는 '어머니'의 대체물입니다. 즉, 근육질의 터미네이터는 (놀랍게도) 모성의 상징일 수 있는 겁니다.

 

터미네이터는 건물의 보안을 피해 장미꽃 다발을 가지고 존 코너에게 가까이 접근했다가 그 안에서 총을 꺼내 T1000의 공격으로부터 존을 보호합니다.'장미꽃'을 전통적인 모성의 상징으로 읽어낼 수 있다면,어머니를 대신해 존을 찾아온 터미네이터가 꽃이 아닌 총으로 존을 보호하는 장면에서 상징을 발견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일 겁니다.

 

 

터미네이터는 '아들'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터미네이터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존은 그와 함께 정신병원에 갇힌 자신의 어머니를 구할 계획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존은 터미네이터가 '자신의 명령을 따르도록 설계된 존재'임을 깨닫게 돼죠. '내 명령을 따르는 존재', 이는 곧 '나'를 의미합니다. 존의 어머니를 구하러 가는 터미네이터의 행동은 존의 명령에 의한, '아들의 행동'이죠. 터미네이터의 모성이 아들 존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짝을 이루는 지점입니다.


이렇듯 영화가 향수와 상징을 담고 그 유명한 '아이 윌 비 백'장면을 향해 가는 동안. 변함없는 명작의 감동은 20년 전 그 날과 마찬가지로 관객의 심장을 울립니다.'이젠 눈물의 의미를 알 것 같다'며 존 코너의 눈물을 닦아주는 터미네이터의 마지막 모습을 보세요.20년 전 아버지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가 아버지가 되어 다시 그 장면을 본 관객에게 그 울림의 무게는 상당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재개봉 영화 <터미네이터2>는 '과거가 아닌 현재이겠죠

 

영화는 개봉 2주차인 오늘도 20개 이상의 상영관을 유지하며 흥행에 순항 중입니다. 잠시 시리즈를 떠났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2015년 <터미네이터5>의 주연으로 관객의 곁을 다시 찾습니다. 노스탤지어와 미래는 이렇듯 타래를 만들며 세월을 엮어가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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